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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시 의회 의원연수 참가기(1) - ‘무거운 출발’ -

김포대두 정왕룡 2006. 7. 29. 23:04
김포시 의회 의원연수 참가기(1) - ‘무거운 출발’ -

 

정왕룡 시민기자 kd6010@hanmail.net

 

   
“이럴땐 모든 일정을 뒤로하고 현장을 지켜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의원연수를 출발하기로 한날, 밤새 쏟아지는 폭우는 발걸음을 무겁게만 합니다. 도착하는 의원들마다 연수일정보다 폭우에 대한 염려를 쏟아놓기 바쁩니다.  의장실에 모인 의원들끼리 출발여부를 놓고 긴급논의를 하였습니다.

“4년의 임기를 시작하는 첫 행사입니다. 첫 임시회기를 앞두고 산적한 안건을 처리할 준비를 위해선 연수일정은 진행되어야만 합니다.”
행사진행에 대한 의견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급박한 상황이 발생하면 일정을 취소하고 바로 올라오도록 하죠.”
결국 절충안으로 의견이 모아져 일단 출발은 하였지만 저마다 시선은 차창밖 하늘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마치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양, 그칠 줄 모르는 빗물이 걱정을 뛰어넘어 원망스럽기만 합니다. 계속 여기저기서 울려대는 휴대폰 신호음이 마음 한켠을 몽둥이질 하듯 때립니다.

 

   
그리고 제주도 도착.
육지의 호우소식을 아는지 모르는지 제주의 하늘은 맑게 개어 있었습니다. 이 좁디좁은 땅 남단의 섬에 얼마 전 태풍이 지나갈 때 김포는 잔잔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김포를 비롯한 한반도 중부에 폭우가 쏟아지니 제주는 언제 그랬냐는 듯 청명하기만 합니다. 아무리 자연과학이 발달했다 하더라도 여전히 변화무쌍한 자연앞에 인간은 왜소한 존재일 수 밖에 없나봅니다.

 

‘경축, 제주 특별자치도 출범’
제주공항을 나서는데 작년에 주민투표로 통과된 법에 의해 제주도가 ‘특별자치도’가 되었음을 경축하는 아치가  첫눈에 들어옵니다. 외부 방문객의 눈에는 ‘특별자치도’라는 의미가 관심밖의 영역일지 몰라도 ‘지방자치 ’ 측면에서 보자면 지금 제주도는 선구적인 첫걸음을 내딛은 셈입니다. 다른 광역시도와 달리 도지사가 거의 대통령에 버금가는 전권을 쥐고 자율권을 행사하도록 보장받은 것이 바로 ‘특별자치도’의 핵심적 특징이기 때문입니다.

 

세계 그 어디에도 유례가 드물 정도로 중앙집권화 되어있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도의 지방분권 실험은 안팎의 주목대상입니다. 대륙은 물론이고 반도에서조차 소외되어 왔던 변방의 땅 제주도가 지방자치의 실험적 모델이 되고있는 점은 참 특이합니다. 이 실험의 성공여부에 따라 우리나라 지방자치 발전의 미래가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모처럼 육지에 여러 발 앞서서 내딛은 지방분권화를 향한 발걸음이 꼭 성공하길 맘속으로 기원해봅니다.

 

“000씨는 도청으로 발령났다며? 그럼 000씨는?”
함께 동행한 시의회 직원들끼리 나누는 이야기를 얼핏 들어보니 특별자치도 출범에 따라 소멸되어 버린 기초단체중 하나인 ‘북제주군 직원’들의 인사이동에 관한 대화입니다. 그간 김포시 의회와 자매결연을 맺고 여러 해 교류해오던 ‘북제주군 의회’가 소멸된데 대한 아쉬움이 대화내용에 배어있습니다.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로 보낸다는 옛말에 숨겨진 역설적 의미를 아시나요?”
숙소로 향하는 도중 안내를 맡은 강경희씨가 버스 안에서 진행하는 해설은 간결하면서도 인상적입니다. 그 말 뜻을 곰곰이 음미해보면 ‘제주는 말이나 살곳이지 사람이 올만한 곳이 못되는 섬’이라는 해석이 됩니다.
‘유배의 땅’ ‘변방의 땅’ 그러면서도 ‘반란과 항거의 땅’


탐라섬에 붙어 다니는 여러 수식어가 떠오릅니다. 그 말에 담겨있는 의미와 배경을 설명할 때는 잠시잠깐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역사의 한가운데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았습니다.

“잘 봐둬요. 우리 김포에도 이런 시설이 있어야 한다니까.”


저녁식사를 하기위해 들른 탑동 광장의 야간풍경은 사람을 매혹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해변가 방파제를 따라 넓게 펼쳐진 광장엔 밤이 깊어 가는데도 사람들이 줄어들지 않습니다. 산책하러 나온 사람. 인라인 스케이팅을 하는 사람. 밤낚시를 즐기는 사람. 방파제에 걸터앉아 소주잔을 기울이는 사람. 그 모두가 한점 풍경화를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그 풍경속에 담겨져 있는 이미지를 누가 한마디로 요약해보라고 했다면 ‘평화’라는 두 글자로 답했을 것입니다.

어렵사리 출발한 일정인 만큼, 순간 순간이 헛되지 않도록 많은 것을 배워 가리라 다짐해보며 제주에서의 첫날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입력 : 2006년 07월 26일 09:36:40 / 수정 : 2006년 07월 27일 12: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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