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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박영현

김포대두 정왕룡 2007. 6. 16. 18:05
저는 건강한 육체에,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졌고,
많은 사람들이 인정할 정도로
재능이 많은 20대 중반의 여성입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조금만 노력해도
남들보다 훨씬 잘 할 수 있었고,
어떤 것은 연습하지 않고도
해낼 수 있을 정도로 재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자만하여
연습을 게을리 하기 시작했고,
끼라고 여겨졌던 것들을 어느새
조금씩 잃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올해도 벌써 반년이 지나갔는데
연초에 먹은 마음이 또 다시 흐트러짐을 느낍니다.

그런데 오늘,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이런 저런 생각을 골똘히 하고 있던 중
매번 마주치는 장애인 아저씨를 보았습니다.

늘 같은 차림에, 때가 시커멓게 묻은
가방 하나를 메고 삐뚠 턱에서 새어나오는
정확하지 않은 발음으로 오늘도
기사 아저씨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며
힘겹게 버스에 올라 자리에 앉았습니다.

전 다시 무심히 창밖으로 시선을 옮기며
맥없이 노래를 흥얼거렸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이렇게
피곤함에 젖어 생각만 많아집니다.

거의 도착했을 무렵 무거운 발을 떼어
내릴 준비를 하다가 장애인 아저씨의
검게 그을린 팔에 문신이 있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저씨의 팔에는 '노력' 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습니다.
아저씨는 매일매일 노력하는 삶을
살고 계셨던 것입니다.

남들보다 불편한 몸이었지만
언제나 경쾌하게 인사를 건네는
아저씨의 모습은 노력하는 삶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순간, 처음 버스에서 그 아저씨를 봤을 때
속으로 옆자리에 앉지 않기를 바랐던
제 모습이 부끄러웠습니다.

두 글자 '노력'.
아주 뜨겁게 제 가슴에 새겨짐을 느낍니다.
재능만을 믿고 노력하지 않았던 나보다
더 건강한 삶을 살고 계신 그 분을 본받고 싶습니다.


- 박 영 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