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편해도 외로워 죽겠어!
6월 26일 노인전문 요양원 ‘김포 수산나의 집’을 방문하는 느낌은 호기심반, 지루함반이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유달리 많은 지역행사가 집중되어 있는 6월의 막바지인데다 연일연야 찜통더위가 바깥나들이를 힘겹게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초의 취지는 시의원들이 함께 참여하여 짧은 시간이나마 봉사활동을 통해 현장체험을 하면서 노인복지 실태를 점검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1년이 다가도록 아직껏 관내 복지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한 저의 생각은 관념적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저런 나른한 생각을 하면서 ‘수산나의 집’에 발을 내딛는 순간, 숙연함과 긴장감이 마음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활달한 성격의 오인순 원장님을 비롯한 직원분들이 반갑게 맞이해주고 상황설명을 들을때만 해도 그런가 보다 했는데 어르신들이 누워계신 각방을 둘러볼 때마다 코끝이 찡했습니다.
혈관성 치매, 좌편마비상태라고 명찰에 써있는 홍할머니의 연세를 보니 78세셨습니다. 순간 마음 한구석이 울컥하면서 눈물이 쏟아지려했습니다. 3년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살아계셨더라면 바로 그 연세였습니다. 힘이 없는 까칠까칠한 손가락을 잡아드리니 힘없이 웃으십니다.
“잠은 잘 주무셨어요? 식사는 잘하시고요? 불편한 점은 없으시고요? 자주 웃으셔야 합니다.”
자꾸 말을 걸어야 한다는 사전브리핑 내용이 기억나 이말 저말 붙여보지만 고개만 끄덕이거나 힘없는 단답성 대답만 하십니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갖고 계신 조윤숙 의원은 능수능란한 솜씨와 말재주로 어느새 옆자리의 할머니와 가족이 되어버렸습니다.
“몸은 편하기 그지없어. 하지만 외로움은 어쩔수 없어. 심심해!!!!”
2층에서 보조기에 의지해 걸음연습을 하던 한 할머니가 성의원께 말을 건넵니다. 성의원과 같은 동네에 사셔서 안면이 있으신 분이었습니다. 100% 국가지원으로 운영되며, 기초생활 수급대상자에게만 입소자격이 주어지는 수산나의 집은 현재 71명 정원에 71명이 꽉 차있는 상태로 대기자도 상당수라고 합니다. 대상자분들이 다들 생활이 어려우신 분들이라 결국 이곳에 들어오면 돌아가실때까지 있게 된다고 합니다. 2층 한켠에는 임종실도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저녁식사시간에 용모가 곱상하신 이순애 할머님께 식사를 떠드렸습니다. 91세이신 할머니는 충남 대천이 고향이라고 하십니다. 그 연세에도 피자를 좋아하신다고 합니다.
“식판을 들고계시면 힘들어요. 내려놓아요. 생선이 오늘은 맛있네요.”
다리가 휘어져서 펴지를 못하는 상태라 식판거치대를 활용하지 못하는 탓에 손에 들고 음식을 떠드렸더니 그게 미안하신지 저를 자꾸 염려하는 말씀을 하십니다.
피광성 의원이 봐드렸던 옆자리의 할머니는 소리없이 눈물을 주루루 흘리십니다. 아마도 사람의 정이 그리우신가 봅니다.
“작년에 왔을 때 인사나누었던 어르신들이 안보이네요.”
작년에 봉사활동 나왔던 피의원의 말에 주변의 분위기가 숙연해집니다.
“어르신들이 더위보다는 추위에 약하세요. 요즘에도 긴팔을 입고 계실정도이니 선풍기로도 냉방은 충분합니다.”
에어컨이 가동안되는 것 같아 냉방시설에 대해 물어보았더니 직원분께서 답변해주십니다. 외로움은 추위와 관련이 있다는 말이 맞나봅니다.
“참여정부 들어서서 중앙차원의 복지에 대한 관심이 어떤 것 같습니까?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도가 예전과 좀 다른가요?”
천성적으로 활달한 성격이신 것 같은 오인순 원장님께 입구에서 물어보았습니다.
“예전보다 상당히 나아진게 사실이에요.”
오원장님의 답변을 들으며 그래도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복지’라는 개념에 대해 원론적 차원의 공감대는 많이 넓어졌지만 실제로 개개인 자신의 삶과 직결되는 부분에 대한 나눔의 정신은 아직 미약한게 우리사회의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상수도문제, 엘리베이터 설치, 목욕탕 시설보완등에 대해 고충을 털어놓는 오원장님의 말씀에 의원님들이 한결같이 의회차원의 적극협력을 약속하였습니다.
“그래도 여기에 계신분들은 호강하시는 거에요. 여기에 못들어온채 생활고에 시달리는 행려노인이나 독거노인들이 아직도 부지기수인걸요.”
떠나올때 의원끼리 나누는 대화속에 아직도 우리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음을 피부로 느끼게 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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