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7일 일요일, 하루일정으로 진행된 제3회 도라산 평화여행의 슬로건이다. 출발예정지인 서울역엔 꼬마 여행객 80여명과, 함께 따라나선 일부 학부형들이 설레이는 마음으로 모여들었다. 민주평통과 함께 이 행사를 공동주최하는 ‘사단법인 평화 3000’ 직원들의 안내로 문산, 도라산 방면 새마을호에 올라탔다.
‘도라산역’이 남한지역 최북단 역사의 자리를 차지한지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이름이 생소하기만 하다. 2002년에 완공된 후 경의선 철길이 완전히 열리지 않아 아직은 교통기능보다는 분단을 뛰어넘는 상징적 장소의 기능을 하고 있는 곳이다. 오늘 역시 김포지역에서 선발된 초등학생들 및 학부형들과 함께 , 그곳에서 유라시아 횡단 철도여행을 꿈꾸며 가상프로그램으로 진행하는 여정이다.
“도라산 평화여행! 역시 신청하길 잘했어!”
뒷자리에 앉은 꼬마아이가 무언가 이해한다는 듯이 제법 감흥이 섞인 목소리로 한마디 툭 던진다.
“여러분들은 지금 평양, 모스크바, 베이징, 파리까지 갈 겁니다. 이게 바로 여권의 기능을 하는 수첩이에요. 신분증 검사는 따로 안합니다. 지금 제가 돌아다니면서 확인도장을 찍어줄 겁니다.”
‘평화3천’ 직원분들이 설명과 안내를 기차안에서 진행했다. 아이들은 저마다 꿈에 부풀어있는지 질문에 대답을 하는 것도 성에 안차 거꾸로 질문을 내던진다.
“학생은 어디까지 갑니까?” “파리요.”
“왜 하필이면 파리죠?” “그냥 가고 싶으니까요. 근데 정말 파리까지 갈수 있어요?”
“응, 이번에는 마음으로만 가고 다음에는 진짜 파리까지 가는 겁니다. 알겠죠?”
목적지를 묻는 질문에 베이징과 평양이 약간 섞여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파리행을 선택한다. 이미 아이들은 분단을 뛰어넘어 세계를 품안에 아우르는 드넓은 시각을 가진 것 같다. 우리같은 사람은 평양이라는 말만 들어도 흥분이 이는데 아이들은 그 정도는 성에 안차나보다.
“여러분, 지난 10월 4일 뭐가 열렸죠?” “남북 정상회담요!”
고촌초등학교 한 학생이 손들들어 답한다.
“그러면 정상회담이 뭐죠?”
“대통령끼리 만나 회담하는 거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대통령이 만난거 말이에요.”
‘김정일 대통령’이라는 호칭에 동승한 어른들이 웃음을 터뜨린다. 어느새 기차안은 노란색 물결로 가득하다. 행사주최 측에서 나누어준 노란색 손수건을 어른 아이 할것없이 머리에 두르기도 하고 목에 매기도 하고 손목을 감싸기도 했다. 그 손수건에는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철길이 그려져 있다. 종착역은 파리 에펠탑이다. 평양, 베이징, 이르쿠츠크, 모스크바등이 중간 역으로 표시되어 있다.
“이 기차타고 내년에 우리 선수들이 베이징 올림픽에 갑니다. 브라질이나 미국으로는 못가고요. 하와이는 신혼여행할 때 알아서 가세요.”
아메리카도 가고 싶다는 아이들의 질문에 간사들의 재치있는 대답이 이어지고 북한동요 ‘우리아빠 제일좋아’를 함께 따라 부르는 시간도 가졌다. 그러는 사이 평화열차는 문산들녘을 지나 ‘임진강역’에 사람들을 쏟아 놓는다. 이곳에서 인원확인과 신분증검사를 한차례 더 치른뒤 도라산행 열차에 다시 몸을 싣게 된다.
신분확인을 위해 열차에서 내려서 임진강역 바깥으로 나간 뒤 다시 역으로 들어와 개찰구를 통과하는데 헌병들이 검사를 한다. 아까 타고 왔던 동일한 열차에서 내렸다 다시 올라타야 하는 번거로움은 이 지역이 휴전선 인근, 긴장감이 남아있는 지역임을 알려준다.
도란산역은 아직 가까우면서도 먼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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