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 우리는 속도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더빨리 더많이 더좋게, 변화와 경쟁의 파주’
파주를 지나가는 길에 세워진 홍보기둥의 글귀입니다. 최근 급격한 변화를 보이며 빠른 도시성장을 보이고 있는 파주시다운 문구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지만 ‘더빨리 더많이 더좋게’라는 문구에서 다가오는 느낌은 왠지 정신적인 여유와 안정감이 결여된 채 지나치게 성과주의에 집착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1월 30일 진행된 김포시장과 주민간 간담회 석상에 참여해 느낀 소감도 이와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민선 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각 지자체마다 4년 후 재평가를 의식한 선심성 정책과 공약이 남발되는 부작용이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선거로 뽑힌 선출직 공직자들의 이런 경향을 견제해 줄 세력은 시민들뿐입니다. 하지만 시민들이 오히려 ‘빨리빨리’경향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에다가 혐오시설을 기피하는 소위 ‘님비’현상이 지역 곳곳의 발목을 묶고 있습니다.
화장장이나 소각장 장애인 시설등 전통적 기피시설은 말할 것도 없고 교회등 종교시설 역시 혐오기피 범주에 들어선지 오래인 것 같습니다. 오늘 간담회 자리에서 나온 신도시 지역 소방서 예정부지 이전 요구를 보면서 저는 그 범주에 생각 못하였던 목록을 하나 더 추가하였습니다.
‘수년간 뭐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다. 속도와 효율성에 박차를 가해달라’
오늘 간담회에서 여러번 쏟아져 나온 주민들의 주문입니다. 그속에 당장 하루하루 살아가는 삶의 문제를 자기 힘으로만 해결해야 하는 이땅 서민들의 생존조건의 절박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낙후된 농촌지역은 그 지역대로, 도시화된 지역은 도시화된 지역대로 민원해결속도에 답답함을 호소하는 한결같은 목소리가 어느 자리에서나 반복되는 것을 봅니다.
“가로 장식등을 언제까지 해주실 것인지 시한을 확실히 못박아주세요.”
풍무동 현대 아파트 주민에게서 받은 전화가 생각납니다. 307번 도로 대부분 지역에 가로 장식등이 걸려있어 길거리를 밝히는데 당곡고개에서 유현사거리부분만 왜 빠졌느냐고 불만을 토로하셨습니다. ‘안그래도 그 문제에 관해 여러번 주민전화를 받았다. 예산반영을 추진해 볼테니 기다려달라’고 답변을 드렸음에도 그 주민께서는 시한까지 요구하셨습니다.
여전히 그 바탕에는 행정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저 역시 그러한 불신의 대상에 들어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의원은 집행기관 당사자가 아니다. 예산편성안이 올라오면 그것을 심의할 권한밖에 없다. 다만 예산편성전에 주민들의 의견을 전달하여 반영하도록 할 것이다”라며 여유를 가져주실 것을 당부 드렸습니다.
‘빨리 빨리’로 대변되는 성과주의 문화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자면 5.16후 깊게 뿌리내린 군사문화가 출발점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지도자가 중심이 되고 그 주위에 일사불란하게 관료그룹이나 전문가 집단이 뒷받침되어 효율성을 최고로 밀어붙이는 모습이 그후로 우리사회의 보편적 모습으로 굳어져 버렸습니다.
권위주의 문화는 외형적 경제성장과 함께 시민들의 정치참여 욕구를 팽창시켰고 필연적으로 민주주의 실현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게 됩니다. 이러한 모순되는 양대요소의 충돌지점이 79년 10.26 이었고 80년 5.18 광주항쟁 이었고 87년 6.10 항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 인물중심의 권위주의 문화의 가장 큰 문제를 꼽으라면 ‘합리적 시스템 부재를 들고 싶습니다. 하향식 지시를 기다리며 위만 바라보고 있는 문화구조에서는 창의적 아이디어와 토론이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이렇게 굳어져 버린 권위주의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보고자 어찌보면 무모한 도전을 시도한 최초의 사람을 저는 노무현이라고 봅니다.
개인인물 중심이 아닌 시스템과 문화라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추구하였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냉담하였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등장이나 박근혜라는 정치인의 부상은 과거 권위주의 향수가 아직도 국민들 사이에 뿌리깊게 남아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것입니다. 작용과 반작용, 혹은 도전과 응전을 반복하며 거대한 물결을 이루어 흘러가는 게 역사라고 한다면 이명박 정부의 등장은 이러한 복고주의 정서에 기댄 반작용적인 성격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출범하기도 전에 수없이 헛발질하는 대통령 인수위 행태를 보며 그나마 갖고 있던 테크닉 차원의 능숙함에 대한 기대를 요즘은 저버리게 되었습니다.
인수작업을 담당하는 본래의 영역을 뛰어넘은 채 점령군 행세를 하면서 취임하기도 전에 그들이 말하는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기에 정신이 없는 저들의 행태를 보며 속도주의의 천박함을 다시한번 느끼게 됩니다.
풍무동과 사우동을 지나 한강하구로 흘러드는 계양천 정비공사를 당초 구상내용과 달리 반환경적으로 강행하는 김포뉴스 기사를 오늘 보았습니다. 건천화를 방지하기 위해 농업용수를 흘려보낼 계획이라는 내용도 눈에 들어옵니다. 당장에 보기에는 좋을 지 모르지만 반환경적 콘크리트 구조물을 못벗어나는 청계천과 같은 상황이 연출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처음 수년동안은 그대로 내버려 두는게 최고의 대책이었다. 주민들의 수많은 민원에도 꿋꿋이 버티어온 게 여기까지 오게 된 토대로 작용했다. 청계천요? 콘크리트를 걷어낸 것 말고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안양천 살리기를 담당하였던 안양시 관계자의 발언이 생각납니다. 계양천의 모델을 청계천으로 할 것인지 안양천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김포만의 독특한 컨셉을 만들어내는 제3의 모델을 만들어 낼 것인지 향후 고민과제가 하나 더 생겨났습니다.
‘김포에 혁명적인 변화가 예상되는 2012년까지 향후 5년간의 시기에서 올해는 첫 번째 연도이기 때문에 그 중요함은 아무리 강조한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오늘 강경구 시장께서 모두발언에 여러번 강조하였던 내용입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대책은 여전히 ‘무엇을 만들고 어디에 무엇을 투입하고 지역경제 성장을 어떻게 하는 등의 이야기’에 머물러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시민들의 자발적 역동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협치(거버넌스) 정신의 빈곤함이 느껴져 허전함을 메울 수 없었습니다. 여전히 시 당국자들은 여기저기 민원이 제기되는 곳을 메꾸려고 허둥지둥 뛰어다니다 문제가 터지면 시장의 질타를 받는 모습이 반복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속에서 여전히 주민은 대상화 객체화 되어버린 속에 행정에 대한 불신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5천년동안의 농경문화 사회에서 이제는 근본적 변화의 시대로 접어드는 김포지역 사회는 한강하구에 놓여있는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한반도 정세나 중앙단위 정책의 태풍을 비껴갈 수 없는 운명에 놓여있습니다. 당장 경부운하의 출발점이자 끝머리로 거론되는 고촌등 한강변 몇몇 지역들의 땅값이 들썩이고 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중앙단위로부터 거대하게 해일처럼 몰아치는 천민자본주의의 천박함속에서 김포의 아름다움을 지켜내고자 하는 저의 시도가 또하나의 돌출행동이나 정략적 행동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사회전체에 거대한 보수화의 물결이 출렁이고 있는 지금, 왜소한 기초지자체에 불과한 김포지역 사회에서, 기초의원 한석을 차지하고 있는 저의 위치가 갈림길에 놓여있는 김포의 운명앞에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잠시 회의감에 젖어봅니다.
지역사회에서 주민참여형 시스템을 기반으로한 공동체 문화의 전형을 창출하고 싶은 저의 소박한 바램이 어찌 귀결될 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가야할 길이라면 깨질때 깨지더라도 부딪힐 것은 부딪히고 설득할 것은 설득하며 앞으로 나아가자고 다짐해 봅니다.
언제쯤 우리는 속도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1월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던져 본 질문이었습니다.
‘더디가도 사람생각 하지요’
대학시절 어떤 판화그림에서 보았던 문구가 새삼스럽게 떠오른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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