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및 논평

노동자의 영혼은 어디갔나?

김포대두 정왕룡 2008. 1. 29. 06:29
 

*노동자의 영혼은 어디갔나?*


“우리 한국노총은 지난 대선에서 조합원들의 의지를 모아 지지후보를 결정하였고 승리의 결과를 이끌어냈습니다.”


1월 24일 효원 문화센터에서 한국노총 김포시지부 17차 대의원대회가 열렸습니다. 행사도중 박덕규 김포시 지부 의장의 대회사를 들으면서 씁쓸함이 밀려왔습니다. 지난해 대선은 우리나라 역대 선거사에서 잊혀지지 않을 여러 희한한 장면들을 연출한 선거였습니다.


야당후보들만 있고 여당후보가 실종된 선거, 정권교체를 부르짖는 사람은 많은데 정권재창출 내지 정권승계를 외치는 후보는 없는 참으로 이상한 선거였습니다. 이명박씨의 비리의혹에 관련된 여러 논란은 굳이 언급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일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그냥 무심코 지나간 이상한 현상중 하나가 ‘한국노총의 이명박 지지선언’ 사건(?)이었습니다. 다른 데도 아니고 어떻게 노총이 기업가를 지지할 수 있나? 버젓이 노동자 후보가 있는 상황에서.....그야말로 사건이란 표현으로도 모자라는 해괴망칙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대선이 끝나고 인수위의 활동이 사람들의 입담에 오르내리는 지금 정작 지역 노총 대의원 행사장에서 이와 관련된 말을 들을 때는 그저 담담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의 당선 사실을 자랑스러워 하는 대목에서는 안타까움마저 밀려들어 왔습니다.


“노동자들에게 가장 중요한것은 정치적 각성입니다. 다가오는 4월 총선에서 노동자들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해 경기연맹 000 동지께서 안산 상록갑 출마를 결심하였습니다. 아직 ‘공천확정’ 여부가 변수이긴 합니다만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경기도 상급단위에서 내려왔다는 분의 축사에서 노총간부의 총선출마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런데 공천(?)이라는 단어가 귀를 찌릅니다. 설마 한나라당 공천을?


저녁에 인터넷에서 차기 노총 위원장이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확인하면서 ‘공천’이라는 말의 의미가 명료해졌습니다.


‘87년 투쟁’ ‘비정규직 차별철폐’‘김태환 열사에 대한 추모’등 행사도중 언급되는 단어들이 참으로 어색하게만 느껴졌습니다. 진짜 이명박 정부가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해 줄 것이라고 믿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은 기분이었습니다.


아무리 원칙과 상식이 무너지는 세태라지만 87년 이후 쌓아왔던 노동운동이 가져야 하는 최소한의 자기정체성마저 무너져 버린 현장을 직접 목격하는 기분이 쓰리기만 하였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창조적 노사관계가 무엇인지 알수는 없지만 노동간부 경력을 바탕으로 정치권 진출을 모색하는 상급간부들의 들러리로 전락할 것만 같은 일선 조합간부들이 안타깝기만 했습니다.


하긴 소속이 다르다지만 노총지지나 최소한의 연대조차 못 끌어낸 민주노동당의 모습을 생각하면 ‘더이상 할 말이 없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행사장소를 빠져나오며 김포지역 노총 의장과 악수를 나눌 때 공허함이 행사장 전체를 감싸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전태일’의 이름이 아픔으로 다가오는 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