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초보 운전자의 심정으로......김포시 공무원 계간지 ‘한울타리 기고문’
‘저는 초보 운전자에 불과한 사람입니다. 많은 지도편달 부탁합니다.’
시의회 등원 후 한울타리를 통해 처음 인사를 드릴 때 공직자 분들께 고백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제가 운전 면허증을 딴 뒤에 연수도 안받고 겁도 없이 차를 끌고 나갔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날 보기좋게 첫 번째 네거리에서 급히 우회전하다가 인도로 올라서서 가로수를 들이받고 서버렸습니다. 긴장되었던 탓인지 감았던 핸들을 풀어주지 않고 꽉 붙잡고 있었던 결과였습니다.
‘초보 운전자’의 심정은 두려움 그 자체입니다. 전후좌우 살필 여유도 없이 오로지 앞만 바라보며 두 손으로 핸들을 꽉 잡고 나가다보니 신호등 맨 앞에 서게 되었을 때의 난감함이 생각납니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맨 앞에 떠밀려 나왔을 때 교통순경과 눈이 마주치며 두 손에 나도 모르게 땀이 흐르던 일도 있었습니다.
지난 92차 정례회에서 예결위원장을 맡게 되었던 저의 심정이 바로 이 상황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김포시 한해의 삶을 꾸려나가는 예산안 심사 특위장에서 의사봉을 잡게 되었지만 별다른 연륜과 경험이 없는 저에게 밀려오는 심적 부담감은 크기만 했습니다. 더구나 산전수전 다 겪으며 역대 의원들을 상대해 왔던 공무원분들의 노련함을 마주하는 것 자체가 공포였습니다. 초보운전자인 제가 이 상황에서 할 수 있었던 유일한 무기는 ‘시민의 눈높이에 준하는 원칙과 상식의 강조’였습니다. 그리고 이 경험을 통해 다음에는 한단계 도약하는 소중한 배움의 기회로 삼자는 겸허한 자세로 임하고자 하였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저의 소박한 이 심정은 예산안 심사과정 내내 많은 갈등과 마주 하였습니다. 원칙과 상식을 통해 한 수 배우고자 했던 태도는 시작부터 여러 암초에 부딪혔고 본의 아니게 여러 공무원분들과 신경전을 벌여야만 했습니다. ‘합리적 진행과 조정’에 충실하고자 했지만 휴회시간에 휴대전화기는 쉴 새 없이 울려댔습니다. 아침 일찍 제 방 앞에 미리 나와 있는 분들이 부담되어 일부러 시간이 다되어 출근해야 하는 일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소명절차를 생략해버린 상황에서 비공식 접촉이라도 해야지 않느냐’고 어떤 분은 볼 맨 소리를 하셨습니다. ‘여러 대에 걸쳐 내려오던 관행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게 너무 하는 것 아니냐’고 따지는 분도 계셨습니다. ‘집행부의 사업의지를 근간부터 흔들면 심한 것 아니냐’는 소리도 들렸습니다. 다행히도 강경구 시장님께서 본회의 석상 발언을 통해 ‘의회의 판단과 결정을 존중한다’는 뜻을 밝혀 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예산안 심사보고 자리에서 동료의원님들 사이에서 통용되었던 3가지 기준안을 그간의 소감과 함께 정리하여 언급했던 기억이 납니다.
1.법절차등 원칙의 준수 2. 시민적 공감대 확보 3.불합리한 관행의 타파가 그 내용입니다. 어찌보면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상식적 내용임에도 저는 이 3원칙 언급이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파장을 불러 일으킨 사실에 놀랐습니다. 그만큼 김포 공무원사회가 기나 긴 겨울잠을 자고 있었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는 현상은 아닌가 감히 생각해 봅니다.
4년간의 의정활동 기간 중 올해는 전반기를 마감하고 후반기에 접어드는 때입니다. 이제 어느정도 흐름을 익혔다고 생각할 법도 한 시기인데 저는 초보운전자의 심정에서 한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전히 할 일도 많고 배울 일도 많은데 여건과 능력이 따라주지 못하니 답답함이 밀려옵니다. 그냥 일에 떠밀려 지나 온 과정이 아니었나 자아비판도 해봅니다. 아직도 중앙정치에 예속된 풀뿌리 지방자치제의 현주소에서 일개 기초의원이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뚜렷한 제도적 상황이 가슴을 억누르기도 합니다.
이러한 제반 상황에서 공무원 여러분들은 여전히 제가 배움을 얻고자 하는 대상이면서 견제와 감시를 해나가야 하는 이중적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저는 여전히 배움에 목말라하는 초보 운전자입니다. 운전대를 잡고 인도로 뛰어들어 가로수를 들이받지 않도록 많은 가르침을 공무원 분들은 주셔야 합니다. 설사 그러한 가르침이 공무원 여러분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간다 하더라도 김포의 발전을 위해선 운명적으로 그렇게 해야만 합니다.
저 같은 초보의원들을 가르치면서 한편으론 의원들과 생산적 경쟁을 하는 시집행부 구성원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그런 점에서 공무원 여러분들은 김포에서 새로운 일꾼을 훈련시키고 배출하는 소중한 임무를 맡고 계십니다. 이 임무는 다름아닌 시민들로부터 부여받은 역할이기도 합니다. 만에 하나 이 일을 소홀히 하신다면 공무원 분들 역시 시민들로부터 따가운 질책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올해에는 부디 여러분들로부터 알찬 연수를 받아 초보운전자 딱지를 떼어내길 기대해 봅니다. 그리하여 올 연말 예산안 심사때 의원들에 의해 또 다른 3원칙이 제시되는 일이 없이 멋진 마무리가 될 수 있는 시간을 그려봅니다. ‘공무원 여러분이 있어 김포시민은 행복하다’는 말이 안팎에서 터져나오는 무자년 한해를 기대해 봅니다.
저는 여전히 여러분들이 이끌어주셔야 할 초보 운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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