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및 논평

그들끼리의 축배

김포대두 정왕룡 2008. 1. 10. 01:12
 


*그들끼리의 축배*


“여러분, 요즘 기분 좋으시죠? 여러분의 손으로 이 상황을 만든 겁니다.”

1월 9일, 김포시청 3층 대회의실에서는 박수소리가 요란합니다. 김포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리는 신년 하례회에 참석한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축사는 계속 이어집니다.


“이렇게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세금내고 일자리 창출하고 이나라 경제를 일구는 기둥인 여러분들을 규제하고 발을 꽁꽁 묶어놓는 나라가 도대체 어디 있습니까? 그런데 여러분들의 자랑스런 손으로 정권교체라는 변화를 이끌어냈습니다. 82%가 군사규제로 묶여있고 한강이 철책으로 둘러싸여 있는 곳이 바로 김포입니다. 그린벨트도 있습니다. 공장하나 세우기가 어렵습니다. 대학설립도 안됩니다.”


박정희 정권 이전부터 존재하거나 그때 만들어졌던 군사규제, 한강철책, 그린벨트등이 마치 참여정부의 작품인양 은근슬쩍 묻어갑니다.


“반도체, 자동차산업등은 세계 5위권입니다. 그런데 국가순위는 세계 10위밖에 안됩니다.”


‘세계 10위밖에’ 라는 말을 어쩌면 저렇게 쉽게 할수 있는지 가슴이 답답해져 옵니다. 김문수씨의 발언은 계속 이어집니다.


“10년 공부 도로아미 타불이란 말이 요즘처럼 실감나는 적이 없습니다. 이명박 당선자가 대선이후 한 일이 지난 10년간 정권이 한일을 앞지르는 것을 보면서 여러분은 무엇을 느끼십니까?”


아직 업무도 시작하지 않은 이명박씨의 한 일이 지난 10년간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가 한 일을 앞선다는 대목에 가서는 할 말이 없어집니다. 김문수씨의 발언은 계속 이어집니다.


“삼성같은 대기업에 대해 특검을 실시하는 나라가 도대체 어디 있습니까?”

이 발언을 듣는 순간 숨이 갑자기 턱하고 멎는 느낌입니다. 삼성의 비리를 고발한 김용철 변호사나 이 내용을 신앙적 양심을 가지고 이슈화시킨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의 행동은 김지사에게는 하나의 치기어린 유치한 행동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느낌입니다.


“여러분, 김포의 자랑인 유정복 의원을 소개합니다.”

사회자가 ‘김포의 자랑’이라고 소개하면서 박수속에 등장한 유정복 의원의 발언이 이어집니다.

“여러분 ‘줄푸세’가 뭔지 아십니까? 지난 한나라당 경선때 박근혜 후보께서 제시한 공약입니다. 법과 원칙은 세우고 규제는 풀고 세금은 줄이자는 것인데 요즈음 이명박 당선인께서 제기하고 있는 내용은 이것을 반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박근혜씨 비서실장다운 발언입니다. 바로 2시간 앞서서 시민회관에서 자신의 출판기념회를 마치고 참석하였는데 발디딜 틈도 없는 대성황을 이루었다고 합니다. 박근혜씨는 물론이고 이한동 최병렬씨등 거물급 중진들이 다녀갔다고 합니다.


“한강철책선 제거가 곧 실현될 것입니다. 의회에 등원하자마자 국무총리를 상대로 이 문제를 제기했던 일이 떠오릅니다. 이제 김포는 각종 규제에서 해방되어 새로운 도약의 시대를 맞이할 것입니다. 이 모든게 정권교체를 이루어낸 여러분의 선택에 힘입은 바 큽니다.”


‘한강철책 제거’를 자랑스럽게 늘어놓는 순간 구석에 서있던 김동식 전시장의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허공을 향해 씁쓸한 웃음을 던지는 듯 하였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사실 이 문제를 가장 먼저 이슈화시킨 사람은 김동식 전 시장이었습니다. 패자는 말이 필요 없다는 상황이 실감났습니다. 지난 5.31 선거때는 한나라당 공천을 못받아 무소속으로 출마하였다가 낙선하고 지금은 2심까지 간 공판에서 선거출마 제한에 해당되는 유죄를 선고받아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이 김 전시장의 처지입니다.


박근혜씨의 측근으로 활동한 유정복씨에 비해 지난 대선때 이명박씨의 당선을 위해 뛰었지만 대법원 공판을 앞두고 있는 김 전시장의 상황이 생각보다 난감해 보입니다. 반면에 박근혜씨등을 초청하여 출판기념회를 성공리에 마친 유정복씨의 표정에는 여유가 묻어납니다.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을 이유도 시간도 없기에 유정복씨의 발언을 끝으로 장소를 빠져나왔습니다.


일제시대를 공부하다 보면 독립군 활동을 하다가 일제에 전향한 사람들이 더욱 악질적으로 활동하는 경우를 봅니다. 이 종교에서 저 종교로 신앙을 옮긴 사람들이 전에 몸담고 있던 종교를 맹렬히 비난하는 경우도 생각납니다.


한때는 노동운동의 화신이었던 김문수씨나 국민의 정부시절 민주당에 몸담았던 유정복씨를 보면서 이러한 ‘전향의 무리들이 행하는 자기정체성 과시의 몸부림’에 얼굴이 찌푸려지는 것은 어쩔수 없었습니다.


특히 80년대를 거쳐 오면서 한때는 깊은 존경을 보냈던 김문수, 이재오류의 사람들이 쏟아내는 언행은 인간이 어떻게 변해갈 수 있는지 극단적 전형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함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렇게도 자신들의 지난날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면 그들을 믿고 따랐던 동지들이나 후배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차라리 산사에 은거하였다면 이런 참담한 심정은 들지 않았을 것입니다.


오로지 권력을 향한 불나방처럼 철저히 정치꾼의 행보를 거듭하고 있는 그들의 종착역이 어디가 될지 저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상공회의소 신년회 같은 자리에서 자기들만의 부류들이 모인양 자신있게 축배를 외치는 그들의 모습에서 아직 우리사회의 ‘패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포지역 상공인들 대부분이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임을 감안해볼 때 대기업 위주의 정책을 펴나갈 이명박 정권아래서 과연 얼마큼이나 축배를 들게될지 앞으로의 일들이 궁금해집니다.


김포상공 회의소 신녀하례회, 그들끼리의 축배자리에 저같은 사람이 서 있을 자리는 없어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