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학의 꿈, 그리고 뿌리의식*
요즘 졸업식이 지역내 학교마다 한창입니다.
작년 이맘때 각 학교 졸업식 행사일정을 맞추느라 고생 많이 했는데 올해에도 그 상황은 어김없습니다.
“몇년전만 해도 각 학교에서 의원들의 참석여부에 그리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요. 전임시장때 시차원의 교육지원액이 대폭 확대되면서 각 학교에서 의원들의 참석여부에 관심이 높아졌어요.”
시간이 겹치는 졸업식 일정조정에 난감해하는 동료의원 한 분이 던진 말씀이었습니다.
어제는 유현초교와 풍무고 졸업식이 30분 간격으로 잇달아 열렸습니다.
유현초는 학교행사가 남달리 독특한 점이 있습니다. 이번 졸업식에서도 장학금 수여행사를 전날 미리 치르고 본 졸업식은 압축적으로 긴장감있게 진행하였습니다. 중간에 나오느라 못들었지만 끝순서에는 전 선생님이 함께 나오셔서 학생들 앞에서 축가를 들려주기도 하였다 합니다.
오늘도 박귀옥 교장선생님은 ‘종이아트’ 전문가에 얽힌 예화를 들려주셨습니다. 교장선생님 훈화하면 항상 지루하고 딱딱한 이미지만 남아있는 나에게 박귀옥 교장선생님의 말씀은 동화구연장에 온것 같은 느낌을 안겨주었습니다. 작년 졸업식때는 ‘대회 중 경주를 중단하고 동료를 먼저 구했던 카레이서의 이야기’를 들려주시더니 오늘은 직접 접은 대형 종이학 두 마리를 들고 나오셨습니다. 그리고 이야기 말미에 무작위로 그 자리에서 남.녀 두학생을 호명하여 종이학을 선사하셨습니다. 다른 어떤 상장을 받은 친구들보다도 그 학생들은 행복해보였습니다.
“미리 지명되어 있는 학생들에게 주는 것보다 그냥 무작위로 번호를 불러서 그 자리에서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았을 때의 기쁨을 생각해 보았어요.”
박귀옥 교장선생님의 설명이었습니다.
연이어 풍무고 졸업식장으로 향했습니다.
아기자기한 초등학교 졸업식 풍경과 달리 고등학교는 격식을 강조하는 풍경이었습니다.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하는 풍무고는 짧은 기간내에 지역내 주목을 받는 학교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여러분 지루하죠? 원래 졸업식은 이렇게 하는 겁니다.”
이헌재 교장선생님이 30분 넘게 진행되는 시상식중간에 학생들을 다독이십니다. 교장님 회고사, 학부모 대표 축사에 이어 제가 연단에 올랐을 때 학생들의 얼굴에 짜증이 묻어납니다. 매번 행사때 내빈축사는 ‘뜨거운 감자’입니다. 지루하게 늘어지는 발언, 형식적이고 권위적인 내용, 반복되는 답례의 변등이 교차하면서 정작 행사의 주인공인 참석자들은 뒷전에 밀려나기 일쑤입니다.
제가 마이크를 잡았을 때 학생들의 표정은 이미 그러한 특성을 간파하고 있었던 듯 합니다.
“학생 여러분, 많이 지루하시죠? 간단히 몇말씀만 드리겠습니다. 풍무고 바로 옆이 저의 집입니다. 밤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는 교실을 보며 저는 여러분들의 학구열 현장을 옆에서 지켜 본 사람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서면서 저는 ‘뿌리’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흔히들 ‘국적은 바뀌어도 학적은 바꿀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풍무고‘라는 세 글자는 이제 여러분들의 뿌리가 되었습니다. 특히 첫 졸업생인 여러분들은 그러한 의미가 남다른 사람들입니다. 지금까지는 뿌리인 여러분들을 키우느라 교장선생님이하 교직원분들과 학부모님들이 거름과 비료를 주었습니다. 하지만 거친 세상으로 나아가야 하는 지금, 이제는 여러분 스스로 뿌리를 내리는 외로운 싸움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 싸움에서 여러분은 기필코 승리하리라 저는 확신합니다. 여러분들이 ’풍무인‘이라는 뿌리를 사회 곳곳에 내렸을 때 여러분의 후배들이 그것을 발판으로 한단계 더 도약하면서 우리 사회의 발전을 앞당길 것입니다. 자부심과 자신감으로 이 사회의 주인공이 되십시오. ”
“자랑스런 풍무인 , 홧-팅!!!!!!!!”
굵고 짭은 말을 마치고 막판에 졸업식장의 나른한 분위기를 한방에 날려버릴 정도로 ‘화이팅’을 큰 목소리로 외치면서 손을 허공에 뻗었더니 갑자기 학생들이 환호성과 함께 요란한 박수를 칩니다. 시간을 얼추 재보니 1분 안팎이었던 것 같습니다.
“인상적인 축사, 고맙습니다.”
졸업식장을 빠져나오면서 인사를 드리는데 몇몇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이 다가와서 따뜻한 말씀을 건넵니다.
어느 현장에서나 항상 ‘소통’이라는 두 글자를 염두에 두고 움직여야 하는 상황에서 유현초, 풍무고 졸업식장에서의 경험은 좋은 자극제가 될것 같습니다. ‘소통의 방법’은 다양하지만 제대로 주민과 마음의 교감을 나누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일 것입니다. 축사하러 갔다가 도리어 젊은 친구들의 격려와 박수를 한껏 받고 돌아 나오는 기분이 제법 괜찮았습니다. 한단계 높아진 새로운 공간에서 이제는 ‘새내기’가 되어 도전의 꿈을 불태우는 젊음들에게 한껏 박수를 보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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