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10% 예산 감축안 지시가 각 지자체마다 회오리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김포시 또한 예외가 아니다. 이번 임시회에 올라온 집행부안은 경기도의 권고안인 46명의 절반수준으로 조정되었다.
“시청에서 공무원 감축안을 최소화 시키고자 무진 애를 썼습니다. 향후 신도시 건설로 인한 공무원 재증원의 불가피함을 중앙부서에 간곡히 호소했습니다. 이번에 만일 시의회에서 협조를 안해주시면 원안대로 46명을 감축해야 하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릅니다. ”
부시장, 자치행정국장, 행정과장등 담당부서장들이 총동원되어 제시하는 설명에는 꼭 숫자가 들어가 있다.
“자꾸 숫자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면 안됩니다. 줄일때 줄이더라도 그간 시의회에서 1,2차 조직개편 과정에서 숱하게 지적하였던 내용들이 거의 반영이 안된 현실이 답답하다는 겁니다. 엉덩이가 가려운데 뒤통수를 긁어댄 꼴이라는 것입니다. 비서실등 정작 손을 대야 할곳은 그대로 있고 힘이 없는 부서들이나 꼭 필요한 부서들이 통폐합된 상황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없다는 것입니다.”
제시된 조직개편안의 불가피함을 설명하려 찾아온 공무원들에게 의회 특위장에서 그리고 사무실방에서 늘상 외쳐댄 나의 말들이다.
8일 조례특위장에서 행정과장과 자치행정국장을 상대로 조목 조목 개편안의 문제점을 따져나갔다. 3번에 나누어 도합 30분은 질문을 한 것 같다. 평소 일상적 자리에서는 다정 다감하게 교분을 나누던 국.과장들 이었지만 ‘공은 공이고 사는 사’라는 생각을 강하게 먹으며 특위장에 들어섰다.
비서실을 5급체제로 두면서 정책지원 기능을 그대로 유지시킨 점에 대해 강하게 따져물었다. 지난번 조직개편시 그렇게도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분리해낸 교통지도과를 다시 대중교통과에 합류시키는 것에 대해 “같은 강아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푸들과 치와와를 교배시키는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질타했다. 핵심정책 담당관을 폐지시키면서 그 산하에 있던 담당계들은 여기저기 분산시켜서 그대로 유지시킨 이유는 무엇이냐고도 물었다. 공원녹화 사업소에 들어가는게 마땅한 산림경영계를 친환경 농림과에 배치한 것도 납득이 안간다고 말했다. 그 기능을 확충해도 모자랄 판인 도서관을 평생학습 센터 산하의 일개 담당계로 격하시킨 사항도 이해가 안간다고 말했다. 공원관리 사업소, 농림과, 시설관리공단의 업무중복 우려를 제기하기도 하였다.
1,2차 개편때 그렇게도 증원의 필요성을 강변하다시피 하던 시 집행부가 이제와서는 상부지시가 있다고 감축의 불가피성을 이야기하는 것을 따져묻는게 아니었다. 줄일때 줄이더라도 그간 문제가 많이 노출되었던 곳에 과감히 칼을 들이댔어야 했다. 그것을 놔두고 시장의 호불호로 각 부서의 재편이 이루어진 느낌이다.
조례안 통과여부를 결정하는 특위 심사장에 들어서면서 심각한 고민을 했다.
특위장에서 반대의견을 제시하여 의사록에 남기거나 표결을 붙이는 것만으로는 성이 안찼다. 그간 숱하게 제기하였던 의회의 문제제기가 반영이 안된 조직개편안에 대해 또다시 시장의 고유권한이라는 미명하에 그대로 통과시킬수는 없다는 판단이 강하게 들었다.
“본회의장에서 찬반토론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표결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본회의장에서 제가 반대토론에 나서는 점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만일 그게 모양새가 안좋다면 제가 특위장 표결에 빠지겠습니다.”
본회의장 반대토론을 염두에 두고 미리 동료의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정의원님의 취지에 많은 의원들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특위장에서 실컷 토론하여 합의가 이루어진 사안에 대해 본회의장에서 다시 찬반토론이 이루어진다면 제얼굴에 침뱉기라는 비판에 대한 부담이 존재할 것입니다.”
몇몇 의원들이 나의 내용에는 공감하지만 방식에는 반대하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는다.
“이중 토론에 대한 부담은 8명의 미니의회인 김포시 의회의 특성상 어쩔수 없는 구조적 문제입니다. 이미 이 사안은 그러한 부담을 의식하는 수준을 넘어서 버렸습니다. 저는 의원 개개인에게 부여된 찬반토론의 장을 활용하고싶다는 의견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
이에 대한 의견교환이 계속 이루어졌고 결국 본회의장 찬반투표를 언급했던 내 제안을 철회하고 말았다. 후반기 의회가 구성된 첫 임시회의 출발을 매끄럽게 해야한다는 발언이 내마음을 흔들어버렸다. 대신 속개된 특위장에서 30여분에 달하는 장시간 발언을 통해 나의 의견을 기탄없이 말하였다. 투표결과 통과찬성 4표, 반대 2표로 가결이었다. 점심시간을 넘기며 계속된 나의 발언을 TV 모니터를 통해 지켜본 공무원들이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
“이번 건에 대해 깨끗이 승복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시장출석을 요구하거나 자유발언 신청시 너무 자주한다고 딴지거는 일이 없어야합니다.”
말미에 타의원들을 향해 던진 말에 ‘알았다’는 대답이 나온다.
그래도 특위장을 빠져나오는 맘이 영 편치않다.
‘기초자치단체 행정에 공무원들의 소신과 철학을 기대하는 것은 과욕일까?’
계단을 내려와 내 방으로 향하면서 밀려든 생각이다.
전임시장때 기껏 추진하였던 경전철을 현 시장들어 중전철로 방향을 틀어 2년이란 시간을 부질없이 허비하다 다시 원점으로 회귀해버린 김포시청이다. 이 와중에 현 강시장에게 누구하나 진언을 드린 고위공무원이 있는지 들어보질 못했다. 작년에 부결된 3차 조직개편안까지 포함하면 이번이 4번째 개편안이다. 2년사이에 시청의 공무원 조직을 4번이나 흔들어버린 것이다. 부서 이름을 외울만 하면 바꾸어버려 헷갈려 죽겠다고 이야기했더니 몇몇 공무원들도 자기들 역시 그렇다고 한다. 시장의 의중만 헤아리기에 바빴지 실사구시적 조직진단이 결여된 개편의 와중에 낭비된 행정력이나 시민의 혈세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하긴 권력교체에 따라 말바꾸기의 진수를 보여준 광우병 파동 관련 중앙정부 공무원들이나 지방공무원들이나 해바라기 성향은 다를게 없다는 생각이 밀려든다.
조선시대 목숨을 걸고 간언을 했던 3사의 관원들이나 선비들의 상소정신을 오늘 이 시대에 찾아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다음 조직개편은 언제 단행되는거죠?”
특위 말미에 발언을 마무리하며 던진 질문에 공무원들과 의원들 사이에 웃음이 번진다. 요즘 유행하는 표현을 빌자면 ‘썩소’ 비슷한 웃음이다.
행정이 조소의 대상이 안되려면 공무원들의 자각이 먼저 있어야 한다. 밥그릇에 안주하면서 자신들이 진정 섬겨야 할 대상이 시장이 아니라 시민임을 깨닫는 각성이 일어나지 않으면 풀뿌리의 희망은 여전히 멀기만 할 뿐이다. 5번째 조직개편때는 무슨 이유를 들고 나올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철학이 스며있는 풀뿌리 행정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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