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및 논평

그래도 지구는 돌아야겠지?

김포대두 정왕룡 2008. 6. 28. 01:00
 

*그래도 지구는 돌아야겠지?*


6월 25일 제주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박 3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시의회 연찬회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경제도 어려운 이때 하필이면 제주도에서? 그것도 사무과 직원이 상당수 함께가는 연찬회 형식은 문제가 있지않나?’

일부 지역 언론에서 연찬회에 대해 꼬집은 내용이다.


‘나도 이제 둔감해진건가? 아니면 대세에 순응하는건가?’

이런 비판에도 예전같지 않게 그냥 담담하다. 해외연수 때나 작년 의정비 인상 논란 때 지겹게 들었던 비판이기도 하기에 그만큼 익숙해진 건지도 모른다.


실사구시 비판이 아쉽다.

비판을 던진 신문 논조를 보면서 든 생각이다.

기존에 해오던 통념적 비판이 아니라 프로그램과 내용을 보고 그속에서 비판을 가한다면 좋으련만.....


‘이렇게 시국이 엄중한 때에 광화문에 가서 촛불을 드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어딨는가?’

사실 내가 이런 비판을 받았다면 낯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출발하기 전부터 촛불 생각을 하면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기어코 MB가 사고를 치고 말았다. 고시를 하고 관보에 게재를 한댄다. 그것도 26일에 바로.....


신경은 온통 광화문에 쏠려있는데 몸은 제주로 가는 발걸음이 귀양가는 기분이라면 좀 과장된 표현일까? 나도 많이 변했나? 예전의 나라면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연찬회를 빠지고 광화문에 갔을텐데.....


‘그래 맞다. 그래도 지구는 돌아야 한다. 김포시 의회가 있는 이곳 현장도 또 하나의 촛불을 들어야 할 현장이다. ’

비행기에 오르며 그냥 자기위안의 말을 던져본다.


제주에 내렸다.

숙소를 배정받자마자 혹시나 해서 가지고 온 노트북을 꺼내어 부팅을 했다.

와! 혹시나 했는데 무선인터넷이 된다. 출발할 때 노트북을 들고 시청에 갔더니 여기저기서 눈을 흘끔거린다. 연찬회까지 노트북을 들고와야겠냐는 눈치들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무선인터넷이 되다니.....가져온 보람이 있다. 서울은 여전히 어수선한 분위기다. ‘정국급랭’이라는 글자가 화면 여기저기서 눈에 띤다.


여장을 푼 뒤 노트북을 들고 오후 강의일정에 들어갔다.

서우선 박사의 강의다. 이젠 여러 번 봐서 너무 낯익다. 초선의원인 나도 그런데 재선 삼선 의원들은 어떨까? 지방자치 초기부터 전국의 숱한 기초의원들에 대한 교육을 전담하다시피 한, 어찌보면 우리나라 지방자치사의 한 획을 그은 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같이 현장체질인 사람은 이론중심의 강의 스타일이 딱 와닿지 않는게 사실이다. 그래서 진작 논의될 때 부터 지방의정 경험이 있거나 다양한 시사적 현안을 다루는 분들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설정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한 요구가 일부 받아들여져 이번에는 공공디자인 강의와 선배 지방의원 출신 강의가 섭외되었다.


그래도 서우선 박사는 역시 베테랑이다. 탄탄한 지방자치 이론 분야는 정말 깊이가 있다. 이번 강의역시 짚어주는 몇몇 포인트는 귀를 번쩍 트이게 한다. 특히 집행부에서 이송된 조직개편안에 대한 지방의회의 권한이 어디까지인가 라는 부분에 대한 언급은 졸음을 확 달아나게 한다.


“오늘 제가 유달리 이명박씨를 언급하는게 다른 오해를 불러 일으키지 않았으면 합니다.”

송주철 공공디자인 연구소장이 두 번째 강사로 나섰다. 청계천에 즐비했던 점포들의 어제와 오늘의 모습을 사진으로 대비시켜 보여준다. 토대의 근본적 정비없이 껍데기만 획일적으로 바꾼 거리가 어떻게 흉물화되어 가는지 생생하게 그 사례를 보여준다. 더욱 문제인 것은 그 사례가 마치 모범인양 전국 각지에 전염병처럼 파급되어 가는 경우란다. 이른바 공무원 사회의 ‘벤치마킹’ 폐단을 신랄하게 꼬집고 있다.


대책이 없으면 차라리 그대로 놔두는 것도 차선책인데 무언가 자신의 임기안에 이루려고 욕심을 내는 민선자치단체장들의 모습에 날선 비판의 칼날을 들이댄다. 그러면서 지방의회가 이런 일에 제동을 걸어주지 않으면 진짜 문제라는 말도 덧붙인다.


‘문제는 상상력과 스킨십이다’

송주철 소장의 강의를 들으면서 다가오는 느낌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이말이 아닐까.

길거리 풍경, 간판, 건물의 모습.....

이제는 우리 사회에서 점점 더 중요한 영역으로 인식되어가는 ‘공공디자인’ 분야에 사람의 숨결을 담아내는 고품격 사회에 대해 참된 시동을 걸어야 할때다.


“정의원이 가장 관심있는 분야 과목이네?”

공공디자인 강의가 시작되기 전에 동료 의원 중 한분이 던진 말이다. 그래도 김포지역 사회에서 ‘공공디자인의 중요성’에 대해 줄기차게 외쳐왔던 게 조금씩 인식의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언제 한번 김포에 초청을 해주시면 김포 지역 전반의 공공디자인 영역에 대해 조언을 해드리고 싶습니다.”

강의종료후 명함을 교환할 때 송교수께서 던진 말에 웃음으로 화답했다.


저녁식사후 탑동 거리를 의원들과 함께 걸었다. 곳곳에 몰려나온 시민들이 운동과 산책을 즐기고 있다. 머얼리 수평선 너머로 어선들의 불빛이 반짝인다.


인라인 스케이트장, 농구장을 지나니 족구장이 있고 거기에서 젊은이들이 팀을 이루어 족구를 하고 있다. 그중 한쪽 젊은이들에게 족구시합을 제안했다. 손님에 대한 마지못한 예의였을까? 젊은이들이 이쪽을 여러번 힐끔 쳐다보더니 시합에 응한다.


세트스코어 2대 1 패배였다. 그래도 한창나이의 젊은이들과 겨루어 한 세트는 따냈으니 선전한 셈이다. 이젠 나도 틀림없는 중년인가 보다. 젊은 친구들과 겨루면서 힘에 부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의 젊음이 부럽다. 열정이 부럽다. 다만 그 젊음과 열정이 개인관심사에만 머물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이곳 제주 어디에서도 촛불이 켜져있지 않을까? 인터넷을 뒤져 찾아볼까? 그래서 지금이라도 택시타고서라도 갔다와볼까? 에이 그냥 말자. 이왕 내려온거 공부에 집중하는게 최고다.’


숙소로 돌아오며 코페르니쿠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이럴때 나에게 빠져나갈 수 있는 명언을 남겨주었으니 말이다.

‘그래! 그래도  지구는 이 순간에도 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