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및 논평

행정의 일관성이 아쉽다.

김포대두 정왕룡 2008. 6. 12. 02:15
 

* 행정의 일관성이 아쉽다.*


“정의원님, 지금 난리가 났는데 어디서 뭐하고 계시는 거에요?”

“네? 무슨 일인데 그러시죠?”


지난 3일부터 시작된 2007년도 예산에 대한 결산심사 위원장을 맡아 업무를 진행해오던 중 그 일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던 11일 오전, 제 핸드폰 진동음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가 다급해 보입니다. 고촌면 이장님들 중의 한 분이었습니다. 회의중임을 알리고 나중에 전화를 드리겠다고 양해를 구했는데 연이어서 다른 이장님들에게서 전화가 계속 걸려옵니다.


쉬는 시간에 상황을 파악해보았더니 ‘고촌면 보건 진료소 폐지안’이 입법예고 되었다는 ‘충격적’ 소식이었습니다. ‘보건진료소’가 뭐길래 ‘충격적’이라는 표현까지 쓰느냐고 물음표를 던질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보건소의 활동력이 미치지 못하는 벽오지에 일종의 분소 형식으로 만든게 보건진료소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설립취지에 비추어봤을 때 다른 곳도 아니고 서울과 인접한 고촌면에 웬 보건진료소냐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이 계실 것입니다. 과거 김포가 전형적 농경사회일 때 고촌뿐만 아니라 김포 곳곳에 보건 진료소가 생겨서 운영되어 오던 상황이었는데 이제는 급속한 도시화로 인해 불필요한곳을 정리해서 예산운용의 효율성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몇해전부터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과 경계를 하고 있는 고촌면은 보건진료소의 존폐를 놓고 행정당국과 주민들 사이에 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미 급격한 도시화로 존립의미가 상실된 데다가 보건소가 인접해있고 자가용등이 보편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보건진료소는 당연히 폐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시청주변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각에서는 존립을 주장하는 의견을 관계자들의 밥그릇 지키기나 주민들의 시대에 뒤쳐진 지역 이기주의로 해석해버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존립을 주장하는 분들의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분들의 주장에는 면적의 3분의 2를 넘는 지역이 그린벨트로 묶여있는 고촌의 현실이 담겨져 있습니다. 기반시설이 부족하고 지역개발을 가로막는 그린벨트가 풀리기 전에는 여전히 고촌은 벽오지로 존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이번에 ‘고촌 보건 진료소 폐지안 입법예고안’이 ‘충격적’이라 하는데에는 이러한 찬반논란과는 다른 차원의 느낌이 다가서기 때문입니다. 작년 10월 임시회 당시, 시청에서는 고촌면 향산리에 있는 보건진료소를 풍곡리로 이전하는 안을 의회에 제출하여 공유재산 관리 심의계획까지 받았습니다. 당시 시의원님들 대부분이 이전하려는 부지의 적합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 부결되려던 안을 시 집행부에서 절대적 필요성을 절박히 호소하여 가까스로 통과되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런데 부지까지 매입해놓고 불과 반년만에 진료소 자체를 아예 폐지한다는 안이 조직개편안에 슬그머니 끼워 넣어져 입법예고된 것입니다. 더구나 지역 시의원은 까맣게 이 사실을 모른채 결산심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지역 이장님들이 전화를 걸어와서 이 사실을 알리고 대책을 호소하는 부분에서는 난감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오후에 행정과 인사계장을 불러서 사태의 전말을 들었습니다.

‘진작부터 폐지 필요성이 제기되었던 사안인데 이번 조직개편에 함께 담아서 처리할려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계장님, 제가 문제삼는 것은 행정의 일관성입니다. 존폐 문제는 오히려 그 다음입니다. 불과 몇 달전에 부지 이전의 필요성을 강변하던 집행부에서 이제와서 전격적으로 폐지안을 입법예고하면 도대체 지방정부는 행정의 일관성을 어디에서 찾는 것입니까? 그리고 시의회는 도대체 뭐하는 집단이냐고 주민들이 물어볼 때 저는 또 뭐라고 대답해야 합니까. 그 사이에 무슨 천지개벽이라도 일어났나요?  점심식사 도중에 담당국장님과 과장님이 제가 흥분하는데도 남얘기 하듯 하시길래 저는 보건소에서 이 일을 주도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시의회를 우습게 만들 정도로 되통수치는 행정을 해도 되는 것입니까?”


애꿎은 인사계장에게만 언성을 높이는게 민망한데다가 오후 결산일정 때문에 대화를 중단했습니다만 오후내내 ‘행정의 일관성’이란 낱말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하긴 1차, 2차 조직 개편안 당시 공무원 증원의 블가피성을 그렇게도 강조했던 시 집행부가 아무리 중앙부서의 일괄적 지시라지만 이번에는 어떻게 감축의 논리를 들고 나올지 두고 볼 생각입니다.


문득 ‘ABR’이란 단어가 생각났습니다. ‘Anything But Roh'의 줄임말로서 노무현과 무조건 반대되는 방향으로만 나아가다가 자승자박 형국이 되어버린 이명박 정권을 빗대어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는 용어입니다. 그런데 전반기 2년을 마감하는 김포의 행정이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바로 이런 형국이 아닌가 씁쓸함을 지워버릴 수 없습니다.

 

전임시장때 추진하였던 경전철을 부정하고 중전철을 추진하다가 다시 경전철로 원점회귀하면서 소중한 시간 2년을 허비했고 그사이 3차례 조직개편을 단행하려다 1,2차는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통과되었지만 3차 개편안은 결국 의회에서 부결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중앙정부의 지시에 따라 다시 개편안이 제출되고 마니 조직을 확대하는 방향이었던 1,2,3차때의 논리에 비해 이번 개편안은 생뚱맞은 개편안이 되어 버렸습니다.


“상급단위에 신도시등으로 차후 재확대의 불가피성을 이야기했지만 일단 소나기는 피해가고 봐야하니 이번에는 축소해야 한다는 말에 달리 방도가 없었습니다.”

“저는 그간 증원의 필요성을 기회있을때마다 강변하던 집행부에서 이번에는 어떻게 축소의 논리를 세울지 궁금합니다. 흥미를 갖고 지켜볼 것입니다.”


관련 공무원분들이 중간과정의 고충을 이야기할 때 제가 답변했던 내용입니다.


상급단위에서 지시한 축소 할당량을 채우려다 보니 김포같이 급격한 인구증가가 예상되는 지역은 일단 축소했다가 금명간  눈치를 봐가며 증원을 다시해야 하는 기형적 조직개편이 예상됩니다.


지방분권이 대세인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과도한 MB정부의 지역개입이 지나친 성과주의에서 오는 조급성의 발로가 아닌지 자꾸 의심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렇게도 ‘잃어버린 10년’을 떠들어대던 사람들이 집권한지 100일만에 날개없이 추락하는 현 상황에서 그들이 보기에 가장 만만해 보일지도 모르는 지방자치의 근간만은 흔들지 말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작금에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행정기구 재편의 진통이 선진사회로 가는 마지막 성장통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