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 기다림의 미학-도쿠가와 이에야쓰를 읽고...*
야마오카 소하치의 ‘대망’을 극화로 엮은 요코야마 미쯔데루의 ‘도쿠가와 이에야쓰’ 만화전집을 읽었다. 아직 원작 ‘대망’을 읽지 않은터라 줄거리 잡기가 쉽지 않았다. 일본식 만화편집순서를 따른데다가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파악하기에 애도 먹었다.
하지만 이야기 전편에 흐르는 이에야쓰의 일대기속에 담겨진 메시지를 읽어내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던 것 같다. ‘두견새가 울기까지 기다린다’는 말에 담겨있는 ‘이에야쓰’의 인내심의 미학은 두고 두고 많은 여운을 남긴다. 순간의 손실보다는 ‘대의명분’에 충실했던 그의 인생행보가 결국에는 에도막부 시대를 열어갔던 초석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일본에 관한 책을 읽으면, 특히 정치,사회, 역사에 관한 글을 읽다보면 꼭 습관적으로 우리 역사와 비교하게 된다. 이번에도 ‘이에야쓰’에 걸맞는 우리 역사의 성공한 정치가를 떠올리자니 ‘세종’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는 데서 허전함이 밀려온다. 자기 당대의 성공에 집착하기보다 후대를 내다보며 시스템의 안정적 정착을 도모하고 패자까지 아우를 수 있는 포용과 화합의 사회를 꿈꾸는 리더십이 아쉽기만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전히 드는 의문은 일본문화속에 느껴지는 집단성이다. 어느 가문에 속했으냐, 어느 부류에 속해있느냐가 항상 개인의 존재성보다 우선하는 사회에서 자아성찰의 축적물이 과연 얼마나 쌓일 수 있을까 의문이 느껴졌다. 결국은 그것이 태평양 전쟁때 침략적 속성으로 나타났고, 지금도 반성할 줄 모른채 다시 군국주의 망령이 고개를 쑤욱 내미는 면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천하는 한사람의 천하가 아니라 천하의 천하이다.’라는 그의 유언속에 비록 봉건시대 무인의 한계에 머물러 있지만 시대를 꿰뚫어보는 통찰력과 고뇌의 산물이 느껴져 마음을 숙연하게 한다.
유언
내 목숨이 비록 경각에 달렸다 해도
쇼군이 있기에 천하의 일에 마음이 놓인다.
그러나 쇼군의 정치가 도리에 어긋나
억조의 백성이 고통을 겪는 일이 생긴다면
누군가가 그 임무를 대신해야 한다.
천하는 한사람의 천하가 아니라 천하의 천하이다.
비록 다른 사람이 천하를 다스린다 해도
세상이 편안하고 만인이 그 은혜를 입는다면
이는 내가 바라는 바로서 조금도 원망하지 않을 것이다.
유훈
사람의 일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걷는 것과 같다.
서두르면 안된다.
무슨 일이든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면
굳이 불만을 가질 이유가 없다.
마음에 욕망이 생기거든 곤궁할 때를 생각하라.
인내는 무사장구의 근본, 분노는 적이라 생각하라.
승리만 알고 패배를 모르면 해가 자기몸에 미친다.
자신을 탓하되 남을 나무라지 마라.
미치지 못하는 지나친 것보다 나는 것이다.
모름지기 사람은 자기 분수를 알아야 한다.
풀잎과 이슬도 무거워지면 떨어지기 마련이다.
-도쿠가와 이에야스-
'단상및 논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 5월 광주, 그리고 황석영 (0) | 2009.05.19 |
|---|---|
| 시장은 정치하는 사람일까? 행정하는 사람일까? (0) | 2009.05.14 |
| 젊은 만남-경기대 행정학과 학생들의 방문을 받다. (0) | 2009.05.08 |
| '전북'이라는 두 글자. (0) | 2009.04.29 |
| 102회 김포시 의회 임시회 시정질문 제안서 (0) | 2009.04.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