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본회의를 끝으로 102회 임시회가 종료되었다. 마지막 날 시장을 출석시켜 벌어진 시정질문 자리에서는 의원들과 강경구 시장사이에 불꽃 튀는 설전이 벌어졌다. 당일 시정질문에 나선 의원들 중 한 사람인 나 역시 많은 신경이 쓰였던 게 사실이다. “저는 정치꾼이 아닙니다. 행정하는 사람입니다.” 조윤숙 의원이 강경구 시장에게 5월 6일 있었던 월곶면 한우마을 추진 업무보고회 자리에서 벌어졌던 일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며 공방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시장이 한 말이다.
강 시장이 사용한 ‘정치꾼’이라는 단어는 부정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다. 아마도 말꼬리 잡기에 능하고 화려한 말만 늘어놓고 책임은 안지면서 인기관리에만 연연해하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그러면서 자신을 ‘행정가’로 규정하였다. 시장 개인의 생각이야 뭐라 말할 부분은 아니다. 하지만 이 발언대목에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정치’에 대한 혐오와 허무주의를 시장 역시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다. 예나 지금이나 정치에 대한 국민의 생각은 미움을 넘어 혐오증, 이제는 무관심과 허무주의가 널리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시민들의 이러한 마음이야 그럴만한 이유가 있고 정치하는 사람들일수록 겸허하게 이 상황을 반성할 일이다.
그런데 시민이 아니라 시정의 수장인 시장이 이러한 표현을 지방정치의 본산인 시의회 본회의석상에서 한다는 것은 어쩐지 찜찜한 구석이 느껴진다. 마치 제 얼굴에 침 뱉는 느낌이다. 시장은 정치인일까? 행정인일까? 그것은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질문이기도 하다. 내가 생각하는 답은 둘 다 해당된다는 거다. 특히 기초자치 단체장의 경우 시 행정을 책임지기도 하지만 의회를 상대하고 시민들과 소통하며 임기종료 후 이를 평가받는다는 점에서 정치인인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시장께서 자신에게 부여된 ‘정치의 영역’을 평가절하거나 부인해 버리는 상황이 된다면 그것은 과거 임명직 시장제와 무엇이 다를까? 라는 의문이 남게 된다.
시장이라는 자리는 지방정치의 중심이자 핵이다. 시민들에게 지방정치의 희망을 불어넣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자신이 지방자치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있어야 하며 이를 공사석에서 명쾌하게 풀어내어 설명할 수 있는 소통의 마인드와 표현력이 있어야 한다. ‘정치인’의 중요성을 스스로 본회의석상에서 부정해버리는 강시장의 발언이 두고두고 아쉬움을 남기는 이유도 이에 대한 허전함이 있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보도를 보니 시정질문 당일 나를 포함한 의원들도 감정이 다소 격앙되어 있던 것처럼 비쳐진 것 같다. 시장 역시 곤혹스러운 표정을 계속 지었다. 의원들과 시장 간에 아슬아슬한 표현들이 계속 오갔다. 의원들의 발언이야 시민들에게 따로 평가받을 몫이다.
강경구 시장은 지난 100회 임시회에서 본인이 직접 발언했던 ‘경인운하 해사부두 이전 고촌지역 내 이전불가’라는 내용마저 속기록까지 들고 나와 읽으면서 부정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앞부분에서 ‘최대한 노력’을 언급했으니 뒷부분의 ‘불가 언급’도 묻혀갈 수 있다는 밑줄긋기식 해괴한 논리를 엮어나갔다. 본 의원을 겨냥해 발언했던 2월 17일의 읍면동장 회의내용 역시 ‘어느 분’이라 했지 정 의원을 말한 것은 아닌 것이라는 정치적 어법으로 비켜나갔다.
전형적인 정치꾼의 어법으로 시정질문 답변을 피해나갔던 시장께서 자신은 ‘정치꾼이 아니라 행정가’라고 이야기하는 모순된 모습을 접하면서 착잡함이 밀려와 도중에 질문을 접고 말았다.
시장께서 요 근래 들어 무언가 시간에 쫓기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임기 종반에 접어든 탓일까? 초조함마저 느껴진다. 최소한의 행정적 절차마저 무시하고 뛰어넘는 무리한 사업추진이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산하 공무원들은 이를 소화하느라 정신이 없다. 시장께서는 이를 ‘추진력’이라는 단어로 미화하면서 자기위안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기만 하다.
시장은 행정하는 사람일뿐만 아니라 정치하는 사람이다. 정치는 공론을 중요시 한다. 행정은 합리적 시스템을 중시한다. 그런데 요 근래 들어 김포시정은 둘 다 삐거덕거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급할수록 천천히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임기 종반을 시민 속에서 부대끼며 긴 호흡으로 뚜벅 뚜벅 함께 걸어가는 시정방향의 모습이 아쉽다. 정치의 중요성을 모르거나 부정하는 사람이 김포시정의 수장이 아니길 기대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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