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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운하 공사강행은 국가권력의 횡포-커널뉴스 기고 글

김포대두 정왕룡 2009. 6. 30. 21:57

경인운하 공사강행은 국가권력의 횡포

경인운하로 인한 지역민 피해 해결없이 착공, 이대로 가면 안돼

정왕룡, 김포시의원

등록일: 2009-06-30 오후 5:39:44


“선거가 다가오는 시점에서 경인운하에 대해 부정적 발언을 한다는게 부담이 된다는 것을 모르는게 아닙니다. 하지만 아닌것은 아니기에 염려되는 점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25일 고촌면사무소에서 ‘이장단 월례 협의회’가 열렸다. 인삿말 시간에 마이크를 잡고 경인운하에 관한 발언을 시작했다. 경인운하의 한강쪽 출발점인 김포터미널이 자리잡게 되는 곳이 내 지역구이기도 한 고촌면이다.

지난 3년간 줄기차게 이 문제에 대한 실사구시적 접근을 지역사회에 촉구해왔음에도 무관심과 무대응의 연속이었다. 고촌면 이장단 월례회의에서 경인운하로 인해 우려되는 점을 조목 조목 짚어가면서 요점을 이야기하는데 한쪽에서 자꾸 헛기침 소리가 들린다.

“제가 특히 우려하는 것은 신곡양수장 염분피해 문제입니다. 바닷물이 김포갑문을 통해 상류에서 유입되면 농사에 타격이 올 것이 우려됨에도 이에 대한 아무런 평가자료 없이 공사가 진행되는 사실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간 경인운하에 대해서는 ‘국책사업 불개입론’이 김포시청의 분위기였다. 일개 기초지자체가 이 사안을 개입하기에는 무리가 있기에 그저 흐름을 지켜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게 어느 순간부터 ‘국책사업 환상론’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일명 베니스 환상론이라 내가 이름 붙이기도 한 이러한 시각은 신도시 건설과 맞물려 김포시가 금방이라도 물의 도시로 변모하고 온갖 환상적인 수변시설이 들어설 것 같은 기대감으로 표출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포지역 사회에서 경인운하를 비판적으로 거론하다는 것은, 그것도 김포터미널이 들어서는 고촌지역을 지역구로 둔 시의원의 입장에서는 어찌보면 무모한 행동으로 비쳐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시의회 석상에서 혹은 보도자료나 기자회견을 통해 줄기차게 문제제기 하는 동안 우려되는 점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는지 ‘환상론’이 어느정도 약화되는가 싶었다.

그런데 현 정부들어 수자원공사에 의해 경인운하가 본격 시작되면서 이제는 ‘국책사업 활용론’이 고개를 쳐들었다. 김포쪽 한강변 제방강화등 김포시의 숙원사업을 이 기회에 국비를 끌어들여 해결하겠다는 시각이었다. 이러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럴수도 있겠다’라고 수긍했다.

문제는 경인운하에 대한 본질적 인식을 제대로 한 상태에서 활용적 시각을 갖고 있느냐는 것이었다. 강경구 시장및 담당자들의 태도에서 아무리 살펴보아도 그런 면은 살펴볼 수 없고 환상론에 기대어 덤으로 제반 현안까지 해결하겠다는 무모한 성과주의적 시도만 보였다.

고촌지역 해사부두 문제가 지역주민들에게 급속도로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고 연이어 내가 본격적으로 제기하고 나선 신곡양수장 염분피해 문제가 확산될 때는 ‘국책사업 불가피론’이 등장했다. 이제와서 뭘 어쩌겠느냐는 태도였다.

열심히 근거자료를 뒤져서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주민투표 제안’을 주장했지만 별 무반응이었다. 해사부두가 한강변쪽으로 이전해서 주민합의안이 전격 체결될 때 한없이 마음이 답답했지만 그냥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이제 경인운하는 본격착공을 앞두고 있다. 이름도 ‘경인 아라뱃길’이라는 생뚱맞은 용어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여전히 ‘경인운하’라는 용어가 지워지지 않고 있다. ‘뱃길’이라는 용어의 변신속에 ‘운하’로 인해 제반 야기되는 문제점을 숨길려는 기만성과 비겁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경인운하는 한반도 대운하의 부활서곡용이라는 인식이 갈수록 짙어지는 시점이다. 한반도 대운하를 ‘4대강 정비’사업으로 교묘히 말 바꾸듯이 경인운하 또한 ‘아라뱃길’이란 희한한 용어로 치장하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된다.

 
ⓒ 정왕룡 의원실 제공

지난 18일에는 김포에서 ‘경인운하 약인가? 독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때늦은 감이 있었지만 그래도 3개 지역신문사가 공동주최한 이 토론회에 패널로 참가하여 나름대로 의견을 말할 기회가 있었다. 주로 향후 대응방안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딱히 뭐라 말할 내용이 없었다. 국책사업이란 미명하에 마구잡이 우격다짐으로 진행되는 이 거대한 토목공사 앞에서 김포의 운명이 어찌될지 생각하니 아뜩하기만 했다.

“지금 현 상황에서 김포시 공직사회가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시의원의 입장으로 한 말씀해주십시오.”
방청객 한분이 나를 향해 질문을 했다. 그분에게 다음과 같이 답변을 드렸다.

“딱히 답이 없는게 답답할 뿐입니다. 그간 일개 시의원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다해봤기에 지금 상황에서 뚜렷이 답이 안나옵니다. 하지만 지난 해사부두 사태처럼 머지않아 경인운하의 허와 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상황이 되면 저희들보다 주민들이 먼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깨어있는 분들이 용기를 잃지않고 지역사회 공감대 형성을 위해 계속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25일 고촌면 월례회의에서 열거한 주요 문제점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1. 김포터미널 건설과정과 그후의 48국도 주변의 교통대책.
2. 해사부두 설치로 인한 해수오염및 비산먼지 문제.
3. 신곡양수장 염분피해.
4. 김포시가 담당하기로 되어있는 전호대교 건설비용 940 억에 대한 대책.
5. 전호리 마을의 고립화에 대한 대책.

이중 어느 것 하나 명쾌하게 해결된 것이 없이 일단 공사부터 시작하고 보자는 황당한 국책사업에 김포지역사회는 그냥 멀건히 이것을 두고 봐야만 할 것인지..... 경인운하가 완공된다면 김포는 인공섬으로 전락하고 만다. 만일 밀어붙이는 저들의 의도대로 일정이 진행된다면 김포반도라는 용어가 지도상에서 사라질 날도 그리 멀지 않았다.

현재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이 훗날 부질없는 염려였다고 확인되기를 바랄 뿐이다. 국가권력의 횡포와 지역사회의 안일무사 대응방식이 김포지역사회에 재앙으로 닥치지 않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오늘도 굴포천 일대를 지나다닐 때마다 여기저기 널려있는 굴착공사 장비를 바라다보는 마음의 착잡함은 가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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