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및 논평

친북좌파라는 딱지에 대한 두려움.

김포대두 정왕룡 2009. 6. 17. 10:13

'친북좌파 척결해야 호국영령 편히쉰다'

6월 6일 김포시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하러 현충탑에 올라가는 길에 고엽제 전우회 지부명의의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나도 친북좌파맞나? 그럼 이 자리에 잘못온건가?'

스쳐지나가는 생각에 마음이 착잡해졌다.

 

그런데 '친북좌파'라는 개념은 무엇이고 범주는 어디까지일까?

도무지 알쏭달쏭하다. 아마도 민족의식을 강조하며 북한과 화해의 악수를 나누자거나 평화통일을 외치면 본인이 인정하건 말건 자동적으로 친북이라는  범주에 포함되는게 아닐까 생각된다. 거기에 분배를 강조하거나 민주를 외치면 좌파라는 딱지가 더해지는 것 같다.

 

아마도 이런 기준에서라면 나는 어김없이 '친북좌파'의 범위를 벗어날 수가 없는 것 같다.

 

저 플래카드를 내걸었거나 거기에 동조하는 분들이 시의원중에 나같은 사고를 가진 사람이 버젓이 행사장 맨앞에 앉아서 묵념을 하고있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덕수궁앞 노무현 전대통령 분향소를 강제철거하려고 빨간모자에 예비역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몰려가서 행패를 부리는 뉴스장면이 잊혀지지 않는다. 이런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서정갑이라는 행동대장은 이젠 이름마저 외워버렸다. 김대중 전 대통령 집앞, 그리고 MBC 방송국도 그들의 습격대상이 되었다.

 

경찰은 집회신고도 하지 않은 이들 집회에 '자진해산'한다고 했으니 말리지 않겠다고 했단다.

 법 적용이 이렇게 고무줄이고 자의적이니 우리 사회에서 그 누가 경찰과 법을 신뢰할 수 있을까?

 

'친북좌파' 플래카드를 내건 고엽제 전우회분들은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보수정권이 외면하던 고엽제 문제를 그나마 공론화시켜 제도적 차원의 보상까지 끌어 올린 게 진보언론및 시민단체, 그리고  국민의 정부였음을.

 

나는 이념의 문제만 거론되면 민감해지고 불안하다.

한없이 친근하고 정이 넘쳐나기만 하는 지역사회 사람들에게 이념이라는 두 글자가 적용되면 긴장이 되고 검열의 대상이 되어버리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그러면서도 나는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사상 양심의 자유를 숨기거나 포기할 생각은 결코 없다.

나의 정체성을 감추거나 포기하는 순간 내가 대한민국의 국민임을 부정하는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다양성과 상대성, 합리주의.....

 

서구사회에서는 이미 까마득한 옛날에 뛰어넘은 근대성의 과제가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여전히 넘어야 할 커다란 벽으로 존재하는 현실에 답답함이 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