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및 논평

괴산고 학생들에게.

김포대두 정왕룡 2009. 7. 26. 11:12

얘들아.

대통령이 온다니까 어떤 느낌이 들었니?

 

mb의 괴산고 방문 소식을 들었을 때,

그리고 '사교육 어쩌고 저쩌고....'

매번 늘어놓는 말을 들었을 때 그냥 그렇고 그런 관제행사중의 하나려니 했는데....

 

mb와 같이 찍은 너네들의 하트 모양 사진을 보았을 때도

그냥 아무생각 없이 한 행동이겠거니 했는데..'

그래서 한편으론 안스럽기도 했는데....

 

뒷 이야기들이 개운치가 않구나.

 

연출된것도 아닌. 강요된 사진속에 장식품으로 전락한

너희들의 자존심, 꿈과 희망은 얼마나 구겨져 버렸을까?

 

너희들의 소박한 일상하나 제대로 지켜주지 못한,

아니 너희들을 하나의 동원용 소모용품으로 사용해버린

이땅의 교육관료들의 모습이 화를 치밀어 오르게 하는구나.

 

지금은 아득한 시절의 이야기가 되어버린 아저씨가 너희들만할 때, 고1 시절의 일이 생각난다.

80년 10월 이었던가?

 

전두환 살인마가 미국갔다 귀국한답시고

중간고사 시험도 급히 중단하고 전교생이 공항로로 달려나가 억지 손을 흔들던 일 말야.

 

아저씨는 그러한 일이 아득히 먼 과거의 일로만 알았는데

이게 아니었구나.

 

누구였을까?

너희들을 이렇게 강요된 연극무대에 올린 사람들이.

 

누구였을까?

너희들을 이렇게 억지 미소를 짓게 만든 사람들이.

 

그것은 다름 아닌 아저씨를 포함한 우리 어른들이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그래도 너희들 뒤 칠판에 써있던 도종환님의 시.

누가 써놓았는지는 모르지만 한가닥 가슴의 위안을 주는구나.

 

 

그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너희들의 상처받은 가슴이 좀 더 커다란 너희들의 미래를 만들기 위해

잠깐 거쳐가는 진통이었다 생각하고 다시 우리 함께 희망의 싹을 키우자꾸나.

 

너희 세대에게만은

우리들이 겪었던 부조리와 불합리, 모순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는데.

미안하구나. 미안하구나. 미안하구나..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