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엄마, 연주회장에 와 있어?’ ‘우리들 순서는 다 끝났고 합동 연주회만 남았는데 그때까지라도 왔음 좋겠다’
8월 14일, 광복절 하루 전 외곽순환도로 중동 나들목으로 내려서는 길은 답답하기만 하다.
“이러다가 연주회 참석은커녕 아이 데리러 가는 반짝 외출로 변해버리는 것은 아닐까?”
‘김포에 번듯한 연주회장만 있더라도 부천까지 가서 연주회를 할 일은 없었을 텐데.’ 드디어 연주회장인 경기예고 도착. 7시 40분이다. 경기 아트홀 옆문을 통해 조용히 들어서니 지도를 담당하고 계시는 남주현 선생이 마이크를 잡고 곡 해설을 하고 계신다. 단상에는 인천 기타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올라와 있다. 장내를 둘러보니 아이들은 안 보인다. 아마도 무대 뒤나 다른 공간에서 다음 순서를 준비하고 있을 거다.
In The Mood, Maggie의 추억, ABBA Medley가 연주되었다. 어느새 연주회장에 도착하느라 진땀을 흘렸던 심정은 봄눈 녹듯 사라지고 기타선율이 부드럽게 주변을 감싸고돈다. 특히 ‘Maggie의 추억’이 다양한 변주형식을 통해 울려 퍼질 땐 어릴 적 추억의 나래가 함께 겹쳐지며 고향의 풍경이 눈앞을 스쳐간다.
‘아. 그러고 보니 스와니 강을 못 들었네?’
“일주일만 하더라도 클래식 기타와 친구가 될 수 있답니다.”
‘클래식 기타에 미친 선생’
‘안녕!’ 아이가 고맙다. 작년 연주회 때는 친구 둘이서 함께 하였는데 그새 혼자가 되었다. 아직 중1의 나이에 풍무동에서 고촌 신곡중까지 기타 연습하러 혼자 다니기가 쉽지 않은 길인데 그래도 꿋꿋하게 버티어줘 고맙기만 하다. 오늘 아침엔 오전7시까지 신곡중학교에 모여서 부천 연주회장으로 이동, 연습한 다음 다시 김포에 왔다가 오후에 부천으로 또다시 이동했다한다. 일년이 지난사이 후배들 몇 명이 생겼지만 여전히 까마득한 언니 오빠들 사이에서 차분하게 기타줄을 뜯는 모습이 미안하고 대견스럽기만 하다. 잠시 고개를 들어 연주회장을 둘러보니 많은 학부모들이 와 계시다. 다들 비쳐지는 표정들이 내 느낌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입시에 찌들어있는 아이들에게 ‘클래식 기타’등과 친구가 된다는 것은 특별한 모험일 수 밖에 없는 이 땅의 교육환경이 안타깝기만 하다.
‘아하! 저 분이 지휘까지?’
‘그럼 남선생님은 지휘를 안하시나?’
모든 순서가 끝났다.
“아빠, 무대아래에서 박수호응이 나니까 왠지 짜릿하더라.” “처음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왠지 흥이 안 났어. 그런데 어느 사이에 자리가 차기 시작하더니 박수소리가 귀에 들리는데 다들 괜히 신나는 거 있지? 아마도 빅뱅 콘서트는 진짜 대단할거야” “피이, 아빠 또 유식한 척 한다. 어쨌든 오늘은 푹 잘 거니까 내일 아침 깨우기 없기다.” 돌아가는 길 또한 차가 막히는 것은 오던 길과 똑같다. 레커 차량과 교통경찰 차량이 달려가는 것을 보니 차사고가 났나보다. 아이는 ‘운전 조심’하라며 어느새 잠이 들어 버렸다. 그래도 돌아가는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다. 훗날 언젠가 다른 지역 사람들이 문화 인프라가 갖춰진 김포로 공연관람을 올 때는, 편안한 나들이가 되기를 기대해보며 문화김포의 미래를 꿈꾸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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