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는 섬이다> -김포의 길을 묻다.
개화역을 벗어나 개화천을 지나가는데 얼음위에 한 가족이 불을 피우고 무언가 먹고있다. 매운탕은 아닌것 같다. 라면같이 보인다. 겨울 오후나절에 얼음이 얼어있는 하천위에서 불을 피우며 음식을 먹고있는 풍경이 정겨워보인다.
김포와 서울의 경계선을 지나며 길을 잃어버렸다. 엄밀히 말하면 잃어버린게 아니라 끊겼다는 말이 맞을것 같다. 김포와 서울로 잇는 차도에는 인도가 따로없다. 차도변에 갓길이 있긴하나 이것 역시 복잡하게 얽혀있는 도로망에서 단절되기 일쑤다. 서울과 김포사이를 걸어서 오갈려면 위험을 무릅쓴 곡예를 해야만 한다. 캥거루가 껑충 껑충 뛰어가듯 도로 몇군데를 무단횡단해도 인도를 찾기가 쉽지않다. 지나가는 사람 누구라도 붙잡고 김포로 가는 길을 묻고 싶다.
김포는 반도다. 김포는 강남이다. 김포공항은 있어도 김포엔 공항이 없다.
서울이 지척이면서도 강건너 북한을 마주하고 있는 독특한 지역이다. 김포엔 여러가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그런데 요즘엔 여기에 수식어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김포는 섬이다'라는 말이 그것이다.
경인운하가 뚫리면서 김포는 섬이 되어버렸다. 김포와 서울, 혹은 김포와 인천을 잇는 길목에는 대형 교량이 곳곳마다 설치되고 이 위를 매일 차량들이 맹렬히 질주하고 있다. 덕분에 예전에 오밀조밀하던 다리들은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평교다리가 사라져버린 대표적 예이다.
전호리 주민들이 짐을 이고나와 서울가는 버스를 기다리던 평교다리는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멀어져가버렸다. 덕분에 전호리 주민들은 자가용이 아니라면 서울로 나갈 수 없다. 김포라는 섬안에 또하나의 섬으로 갇혀버린 것이다. 그위로 얹혀진 '아라대교'라는 골리앗 다리가 경인운하를 가로질러 서울과 김포사이에 걸쳐져 있다. 평교다리는 정류장속에만 그 이름의 명맥을 유지하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평교다리 정류장을 지나는데 계양산 언저리로 기울어가는 해가 미세먼지에 가려 희뿌연 모습으로 답답함을 호소한다. 그러고 보니 미세먼지 농도가 상당히 진한 오후나절, 겨울들판 풍경이 나를 손짓하지만 김포로 가는 길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도로는 보이는데 길은 보이지 않는다.
차량은 수없이 오가는데 길손은 눈에 띠지 않는다.
경인운하 건너편에서 김포섬은 희뿌연 미세먼지 사이로 나에게 손짓을 하고있다. 하지만 나는 섬으로 넘어가는 길을 못찾고 있다.
김포로 가는 길을 묻고싶어도 사람을 찾을 수 없다.
'여보세요..거기 누구 없소'
한영애의 노래를 읊조리며 해기우는 오후 나절..나는 여전히 김포로 가는 길을 찾아 헤매이고 있다.
'기고,나눔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죽음의 하천 굴포천 -김포의 길을 묻다(4) (0) | 2014.01.22 |
---|---|
아라뱃길? 경인운하 !! (0) | 2014.01.21 |
<개화역에서>-김포의 길을 걷다. (0) | 2014.01.17 |
변호인, 그 안에서 대한민국을 보다 -영화관람기<정누리> (0) | 2014.01.10 |
보구곶리를 강끝마을이라 부르자! (0) | 2013.06.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