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뱃길? 경인운하 !-김포의 길을 묻다(3)
아라대교라는 다리 팻말이 보이는 지점에 올라섰다. 김포섬으로 들어오는 길을 돌고 돌아 겨우 찾아낸 팻말이다. 그런데 여전히 인도가 보이지 않는다. 질주하는 차들을 뚫고 김포로 들어갈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옆을 보니 비교적 작은 다리가 하나 보인다. 김포터미널 양쪽을 연결하는 다리다. 그 다리를 선택해 김포터미널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하나교라는 다리 명칭이 눈에 들어온다. 경인운하 양쪽에 걸쳐있는 김포터미널을 하나로 이어주는 교량역할 탓에 붙인 이름이라는 추측을 해본다.
아라대교와 바로 옆에 붙어서 나란히 건설된 하나교는 차량 통행이 뜸하다. 그만큼 김포터미널에 물동량이 적다는 상황을 반영한 것일테다. 이제는 안전의 위협을 느낄 이유가 없어진 탓에 여유있는 발걸음으로 하나교를 통해 경인운하를 건너본다.
수자원 공사는 경인운하를 아라뱃길로 이름을 고쳤다. 하지만 나에게는 여전히 경인운하다. '아라뱃길'이라는 말 자체가 경인운하 건설의 허구성과 모순성을 감추기위한 의도가 담겨져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2조 2천억을 상회하는 혈세를 들여 공사를 강행한 경인운하는 김포를 섬으로 만들어놓는데 그쳤다면 그나마 봐줄만하다. 찬성측에 의해 그렇게도 호언장담했던 물류기능은 거의 바닥수준이고 유람선 몇척만 오가는, 염수가 고여있는 18킬로미터 녹조호수로 변해버렸다. 얼음이 어는 겨울철엔 유람선 운행마저도 중단된다.
이 경인운하 건설이 타당성이 있다고 결론을 내리고 줄행랑을 친 네덜란드 용역회사가 DHV라는 회사다. 무려 용역비 20억을 챙겨갔다. 경인운하가 개통되면 김포도 함께 번영의 길을 걸을것이라고 호언 장담했던 지역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 행정 담당자들은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지켜볼지...
시의원 당시 경인운하의 문제점을 목소리 높여 외쳤지만 찻잔속의 태풍에 불과했다. 동남아와 중국에서 관광객이 몰려와 김포터미널에서 도시락을 까먹을 것이라고 시민들앞에서 호언장담했던 김문수 지사는 여전히 자신의 정치적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역사를 잊어버리는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고 했던가.
경인운하도 마찬가지다. 김포를 섬으로 만들어버린채 토건족들의 혈세놀음 잔치로 끝나버린 이 공사에 대한 검증을 지금이라도 제대로 해야한다. 그리고 책임을 물을 자는 물어야 한다. 이제와서 뭘 어쩔거냐고 말하지 말자. 그렇게 말하며 현실에 순응하는 순간 우리가 겪어야 했던 상처와 후유증은 '일제 잔재 청산'에 아직도 허덕이는 우리의 현대사가 그대로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나에게는 여전히 경인운하는 아라뱃길이 아닌 경인운하다.
흐르지 못한채 시퍼렇게 고여있는 경인운하 물을 바라보는 심정이 희뿌연 하늘만치나 답답한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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