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문을 내려다보며 -김포의 길을 묻다(8)
경인운하 터미널을 빠져나와 전호리를 찍고 고촌읍내로 향하려던 발걸음이 어디론가 향한다.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끌려가는 발걸음에 몸을 맡겼더니 '아라뱃길 갑문'이라는 글자가 써있는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경인운하와 한강사이에 설치되어 있는 갑문 통제센터다.
'저 위에 올라가서 내려다보는 한강의 풍경은 색다를까?'
혼자 궁금증에 사로잡혀 보지만 문은 출입통제 상태로 굳게 닫혀있다. 근처의 벤치에 앉아 한강쪽을 바라다보았다. 물한모금 축이며 사방을 둘러보는데 어느덧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인천앞바다에서 이곳까지 여행온 바닷물이 갑문에 막혀 한강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원래는 여의도와 인천을 오가는 대형 선박과 유람선을 위해 갑문은 하루에도 여러번씩 수시로 여닫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신문보도를 보니 주말에 여의도에서 출항하는 연안 유람선만 한두 차례 운항할때 여닫는 정도라 한다. 이 보도를 보면서 안타까움보다는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자주 여닫을수록 경인운하쪽의 바닷물과 한강의 민물이 섞이게 될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렇게 짠물이 뒤섞인 물은 바로 그 아래에 위치한 신곡양수장에 영향을 미칠것이다. 부천,인천일부, 그리고 김포의 농경지에 물을 대는 신곡양수장의 물에 염분 농도가 짙을수록 농작물의 염해 피해가능성은 더욱 높아질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한강 일대 어족자원의 생태계 교란 문제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왕 들어선 경인운하와 김포 터미널, 활용의 해법은 무엇일까?'
많은 주민들이 이제는 비판만 하기보다는 활용의 해법을 모색해보자고 말한다. 나 역시 이러한 견해에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다. 문제해결 해법모색의 출발점은 사업의 오류와 부실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다. 그런데 사고를 친 당사자들이 아직도 그것을 치적이라 자랑하며 버젓이 행세하고 다니고 시민들의 혈세로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대 해법모색이란 말은 한낮 낭만적 수사에 불과할 따름이다. 굳게 닫혀있는 갑문만큼이나 사고를 친 당사자들의 윤리불감증 갑문또한 굳게 닫혀있다. 그 갑문을 열지 못하면 우리의 해법은 한걸음도 전진못할 것이다.
권율장군이 지금 살아온다면 이 갑문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한강건너편 행주산성을 바라보며 부질없는 상상을 해본다.
어느덧 날은 이미 저물었는데 발걸음은 여전히 떨어지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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