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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가든, 그리고 낭만에 대하여 -김포의 길을 묻다(9)

김포대두 정왕룡 2014. 2. 3. 04:18

개미가든, 그리고 낭만에 대하여 -김포의 길을 묻다(9)


길에도 운명이 있고 삶이 있나보다. 
한강과 나란히 김포강변을 달리던 제방도로는 48번 국도와 함께 서울을 연결해주는 양대 도로였다. 특히 전호리를 지나 공항과 올림픽 대로 연결지점에서는 항상 정체가 만성화되기 일쑤였다. 그런데 한강 고속화도로가 개통되면서 제방도로는 그 삶을 다한 모습이다. 전호대교위로 씽씽 달리는 차량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지는데 그 아래 제방도로는 쓸쓸하기 짝이 없다. 이 도로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부활할 수 있을지 궁금하기만 하다. 만일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할 수 있다면 그때는 도로가 아닌 '길'로 우리앞에 다가오길 기대해본다.

'분명 여기 어디쯤이었는데??? '
이제는 차도인지 인도인지 헷갈리는 제방도로 갓길을 따라 어둠을 벗삼아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개미가든 간판이 눈에 안띤다. 전호리 초입에 있던 개미가든은 사람들이 많이 찾던 장소였다. 특히 여사장님의 인심이 넉넉하고 음식맛 또한 괜찮은데다 소박한 시설이 친근감을 주어 단체 모임장소로도 자주 활용되던 곳이었다. 

시의원 시절, 자문위원으로 있던 고촌 상공인회의 정기모임이 이곳에서 자주 열렸다. 그 덕분에 개미가든에 가끔 들르는 일이 생겼다. 모임때면 건배사를 할 수 있는 기회도 간혹 생긴다. 평소 술은 입에도 못대는 체질인데다 건배사같은 형식에 서투른 탓에 처음엔 쑥스러웠다. 그런데 가끔은 나도 모르게 감성이 깃든 건배사가 툭 튀어나올 때가 있었다. 어느 늦가을날 상공인회 정기모임에서 '낭만에 대하여'를 외쳤던 기억이 난다.

'도라지 위스키 한잔에 추억을 담아 우리도 한강변 늦가을의 정취에 빠져보자구요. 최백호의 노래를 떠올리며 '낭만을 위하여 !'를 함께 외쳐봅시다.'
4,50대 중년 후반기 연령층이 많은 상공인회 회원분들이 활짝 웃으며 '우리들의 낭만을 위하여 !!!'라고 외치던 장면이 생각난다.

'아하 ! 여기 있었구먼 !!!'
개미가든 입간판이 어둠속에 장승처럼 서있다. 고개를 돌려보니 어둠속 폐가처럼 개미가든이 초라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지 오래인것 같다. 집은 손길을 타야한다는데..안팎의 주변 풍경이 어둠속에 잠겨 스산하기 짝이 없다. 직감적으로 제방도로의 운명이 다하면서 개미가든도 함께 삶을 마감한 것같다는 생각이 스친다. 

'얼마나 외로울까?'
아직껏 간판을 내리지 못하고 힘겹게 버티고 있는 개미가든 안마당을 잠시 걸어본다. 그리 멀지 않았던 시절, 주차장으로 활용되어 자가용이 발디딜 틈이 없던 곳이다. 지금은 그 흔적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다. 집주인마저 어디론가 떠난것 같다. 불빛은 보이지 않고 인기척도 없다. 개미가든 간판이 외로움을 호소한다. 근처옆에 자리잡고 힘겹게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동네 수퍼 불빛만이 그의 유일한 벗이다.

'그래도 그때 정겹게 맞이해줘 무척 고마웠어..
언젠가는 또 다른 친구들이 찾아줄거야..
혹시 아니? 이 앞에 너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새로운 낭만의 길들이 생겨날지 ! 꿈을 잃지마렴...'

개미가든 앞마당에서 부질없어 보이는 위로의 잔을 건네며 발길을 돌려본다. 고개를 돌려보니 경인운하 김포 터미널 야경이 눈이 부시다. 그 불빛을 외면하고 어둠속 길을 재촉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