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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안의 섬, 전호리를 지나다 - 김포의 길을 묻다(7)

김포대두 정왕룡 2014. 1. 26. 14:36

섬안의 섬, 전호리를 지나다 - 김포의 길을 묻다(7)


'이곳에 즐거운 맘으로 올수 있는 날이 올까?'
경인운하 김포 터미널을 벗어나면서 질문을 던져보지만 긍정적 답에 자신이 없다. 많은 분들이 이왕 이렇게 된거 긍정적 활용대안을 놓고 지혜를 모아야 하지 않느냐고 말한다. 하지만 과정과 문제점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하지 않은채 미래를 논한다고 얼마나 긍정적 대안이 나올지 의문이다. 

이런저런 상념에 젖은채 발길을 옮기다보니 어느새 전호리 초입에 들어섰다. 경인운하가 생기기전에는 평교다리로 뻗은 농로길이 서울, 혹은 김포시내를 연결해주는 생명줄과 같은 역할을 했었다. 하지만 경인운하가 들어서면서 아예 길은 봉쇄가 되어버렸다. 여기에 한술 더 떠 한강로 고속화도로가 지나가면서 생긴 인공 장애물은 마을을 아예 섬으로 만들어버렸다. 고촌읍과 마을을 이어주는 대중교통 수단은 하루 수차례 운행하는 마을버스뿐이다. 

마을주민들이 대책위를 만들고 관계당국 요로에 진정서를 내고 대책마련을 촉구했지만 아직껏 실질적인 방안은 실현되지 않고있다. 그대신 마을 주변 여기저기에 공장들이 들어서면서 전호리 마을은 정체성 마저 흔들리고 있다. 

마을앞에 커다란 호수가 있었는데 바닥에 여기저기 동전이 흩어져 있을정도로 풍요로운 고장이라서 붙인 이름이 전호리라 했다. 마을 뒷편 한강변 쪽으로 자리잡은 전호산은 이 마을의 지킴이로 백로들의 집단 서식지이기도 했다. 십여년전 한겨레 신문에서 전국의 환경명소 기획 기사로 '이곳만은 지키자' 특집편에 실렸던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김포대교가 개통된 이후로 백로들은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한강신도시와 서울을 연결해주는 도로를 한강로라 한다. 신도시를 출발한 한강로는 전호리 근처에서 경인운하를 지나 88 올림픽 대로와 만난다. 한강로와 올림픽 대로를 연결해주는 다리에 '전호대교'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다리 하나 건설하는데 일천억원이 넘는 혈세가 들어갔다. 그 비용중 김포시에서 250억원 정도를 부담했다. 마을을 섬으로 만들어준 대신 붙여준 이름치고는 희생비용이 넘 크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전호리는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을까?
젊은이들과 아이들이 찾아오는 활기찬 마을로 다시 부활할 수 있을까?
먼 지방 산간오지도 아니고 김포공항이 5분거리, 여의도가 10여분 거리에 있는 마을이 섬으로 떠있는 현실..그곳을 지나는 길손의 마음은 아프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