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녀봉 ! 김포공항으로 이사가다 -김포의 길을 묻다(11)
당산미를 오르는 길은 그리 멀지않다. 고촌중학교 옆 파르코스 테니스장을 지나 10분정도 걷다보면 어느새 정상에 다다른다. 그래도 천등고개를 지나 정상에 이르니 찬바람이 더욱 매섭다.
'옥녀봉이 맞아요'
지난 가을, 지역 학생들을 데리고 그린벨트 탐사를 하면서 이곳에 올랐는데 고촌중학교 학생들이 자꾸 우겨댄다. 교가에도 나오고 학교선생님도 그렇게 말씀하셨다 한다. 옥녀봉이 아니라고 '당산미'가 맞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말을 믿지 않는다. 직접 이곳에 올라 표지석 설명을 보여주니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인다.
옥녀봉은 고촌지역 여러 학교 교가에 언급될 정도로 지역 주민들의 가슴에 백두산과 같은 존재로 남아있다. 천등고개와 연결되어 상당히 높았던 것 같다. 전설에는 폭포까지 나온다. 폭포옆 벼랑에 있던 약초를 캐어 어머니 병을 치료하려던 옥녀가 떨어져 죽었다는 슬픈 전설이 서려있다. 그런데 지금은 옥녀봉이 통째로 사라져버렸다. 아니 이사갔다. 산이 이사갈 수가 있나?
김포공항이 조성되면서 터닦이 매립용으로 옥녀봉의 돌과 흙이 통채로 사용되어 버린 것이다. 공사용 장비에 의해 잘게 잘게 쪼개져 김포공항으로 배달된 옥녀봉의 흔적은 고촌 대우아파트 부지옆 화강암 자락에 남아있을 뿐이다. 고촌지역 주민들은 옥녀봉에 대한 아쉬움을 당산미에 오름으로써 달랜다. 새해 해맞이도 이곳에서 한다.
당산미에 올라보면 사방팔방 조망이 시원하다. 한강하구 구비치는 물결이 한눈에 들어오고 북한산과 남산, 행주산, 개화산, 계양산, 장릉산, 심학산등이 저마다 방긋 웃고있다. 그래도 시선은 김포공항쪽으로 향한다. 묘하게도 옥녀봉이 있던 대우아파트 부지와 김포공항이 일직선상에 있다. 김포공항으로 이사간 옥녀봉의 돌과 흙들이 자꾸 떠오른다. 언젠가 기회가 닿으면 김포공항 활주로를 바라보며 옥녀봉을 생각하는 위로주 한잔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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