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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방구지 가는 길 - 김포의 길을 묻다(12)

김포대두 정왕룡 2014. 2. 11. 21:08

돌방구지 가는 길 - 김포의 길을 묻다(12)


당산미에서 한강을 내려다보면 가장 눈이 먼저 가는 곳이 돌방구지다.
주변에 비해 한강 물길 가운데로 툭 튀어나온 야산의 모습이다. 돌로 만든 석실이 있는 곳이라 해서 '돌방'이고 '구지'는 '곶'의 연음으로서 고깃배가 쉬어가는 나루터가 있던 곳이었다한다. 돌방은 일종의 얼음창고로서 생선을 저장해두는 냉동고 역할을 했다니..돌방구지라는 지명자체가 예사롭지가 않다. 여전히 군사 통제선안에 있어 부근 둘레까지 밖에 못가지만 그래도 자석에 이끌리듯 발걸음은 그곳으로 향한다. 한때는 천연기념물 재두루미 취식지로 사람입에 오르내리던 곳이다.

겨울바람을 온 몸에 받으며 한강의 물결은 오늘따라 흰 거품을 제법 많이 토해내고 있다. 다시한번 주변을 둘러보며 풍경을 눈에 담은후 돌방구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어떤 이유에선지 밑둥이 잘려져 나간 나무 앞에선 애처로움을 표해보고 곳곳에 웅크리고 있는 군 훈련용 시설물에서는 옛 군대시절을 회상해보았다.

'여기에서 몇사람이나 쉬어갔을까?'
산등성이로 이어지던 오솔길이 제법 넓다란 여유공간을 만나더니 벤치가 타원형으로 옹기종기 모여있다. 만일 쉬어가지 않고 그냥 지나친다면 한참이나 서운해할것 같은 모습이다. 더구나 오늘같이 찬바람이 속살을 파고드는 때면 찾아오는 길손이 없어 한참이나 외로움을 탈것같았다. 그냥 그중 하나에 털퍼덕 앉아 물한모금 삼키니 찬기운이 뼈속을 파고든다.

'서있는 사람은 오시오. 나는 빈의자..당신의 자리가 돼드리리다'
중학교 시절이었던 것 같다. 장재남이라는 가수가 불렀던 '빈의자'라는 노래를 친구들과 흥얼거렸던 적이 있었는데..그 노래가 저절로 흘러나온다. 

'두사람이 와도 괜찮소. 세사람이 와도 괜찮소. 외로움에 지친 모든 사람들 . 무더기로 와도 괜찮소..'

나도 어떤이들이 쉬어가는 빈 의자가 될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선 나를 먼저 비워야 할텐데..그럼 내가 현재 비워야 할것은 무엇이지? 아니 비워야 할 것이나 있긴 한건가?

그냥 이런 저런 질문을 던져보는데 계양산 너머로 기우는 해가 마음을 바쁘게 한다. 아직 돌방구지까지는 한참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