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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 -김포의 길을 묻다(13)

김포대두 정왕룡 2014. 2. 14. 10:21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 -김포의 길을 묻다(13)


돌방구지아래에는 나루터가 있었다. 그 나루터 이름은 석골나루다. 
돌방과 석골은 이름에 담긴 뜻이 비슷하다. 한글과 한자를 사이좋게 한 글자씩 섞어놓은 이름맛이 재미있다. 석골나루는 지금은 흔적을 찾아볼 수도 없다. 나루터 자리는 군철책에 가로막혀 접근조차 불가능하다. 그런데 그 흔적을 발견했다. 나루터 가는 길에 눈에 띤 음식점 입간판에서다. 아쉽게도 석골나루라는 이름은 간판에서조차 퇴색되어 있다. 마치 이제는 석골나루라는 이름을 기억하려는 노력들이 다 부질없는 짓이니 이제 그만 잊어달라 말하는 것 같다. 돌방구지 이름을 내건 국수집을 지나니 먼 원경에 전원주택들이 눈에 스쳐간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들에는 반짝이는 금 모래빛...'
돌방구지에 이르렀다. 강변 어디쯤엔가 있었을 석골나루를 떠올려보았다.
철책에 가로막혀 더이상 강변으로 나아갈 방법이 없다. 겨울철이면 이 일대에서 취식활동을 하던 재두루미는 언젠가부터 찾기 힘들어진 상태다. 시베리아에서 여기까지 날아와 건너편 장항습지에서 잠을 자고 낮에는 돌방구지를 찾아와 먹이를 찾던 재두루미였는데.... 

과거 한강변에는 금 모래빛 천지였다고 한다. 물장구도 치고 뱃놀이도 하고 썰물때면 건너편 고양, 파주 일대를 헤엄쳐 건너갔다 오곤 했다한다. 아이들은 백사장에서 금빛 모래들을 벗삼아 온갖 놀이를 즐겼다 한다. 하지만 이 모든게 지금은 상상속의 기억일 뿐이다. 육중한 철책문은 '접근하면 발포'라는 위협적인 문구아래 사람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일산대교까지 제거하기로 합의했던 철책은 전호산부근 일부분만 없어진 채 여전히 위압적으로 버티고 있다. 

하긴..그 철책탓에 수많은 자연 생물들이 종 다양성을 보존하며 한강하구의 안식을 누려왔다. 사람에게는 긴장감을 주는 분단의 장애물이 자연 생태계에는 안식과 평화를 주는 이 역설이 제법 묘한 맛을 안겨준다. 

'이제 그만하면 됐다. 나의 품으로 오렴'
언제일까? 자연이 인간에게 이런 소리를 하면서 화해의 손길을 내밀날이.

강변을 잊자. 
강변살자고 말하지 말자.
강변을 말하는 순간, 우리 모두는 인간욕망의 범죄자가 되고 만다.

Let it be !!!
그냥 내버려두자.
자연이 우리에게 이제 그만하면 됐다며 손을 내밀때까지..
그냥 잊고 기다리자.

그래도 그래도 김소월의 노래정도는 기억해두자.
언젠가 자연이 우리에게 손을 내밀때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처럼 전혀 생뚱맞은 모습으로 
돌기둥처럼 서있을수는 없지 않은가?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