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길 새들의 길, 향산리 가는길-김포의 길을 묻다(16)
향산리 가는 길은 고적하다 못해 외롭다. 깔끔하게 정돈된 2차로 길에 좀처럼 사람구경, 차구경 하기가 힘들다. 가을날 이 도로위에 벼나 고추를 말려도 뭐라 할 사람이 없을 듯 하다. 향산리 마을에 도대체 무슨일이 벌어졌길래 이렇게 인적이 드문걸까? 처음 이 곳에 오는 분들은 이토록 한적한 풍경에 고개를 갸우뚱 할법도 하다.
하지만 하늘의 길은 그렇지 않다. 한강변에서 날아올라 수없이 어디론가 떠나가는 철새들로 인해 하늘길은 쉴 틈이 없다. 한낮이 기우는 어스름한 시각에 남쪽 어디론가 향해가는 새들은 아마도 자신들의 잠자리가 따로 있는듯 하다. 자기들 나름의 한낮의 일과를 뒤로하고 퇴근길을 재촉하는 저들의 모습이 참으로 바빠 보인다.
그럼에도 새들의 행렬에는 여유가 묻어난다. V자 대형을 이룬채 수시로 꼭지점 위치를 교대해가며 협력의 날갯짓을 멈추지 않는 저들의 모습을 한참이나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주변 야산의 수목들이 저들에게 작별의 인사를 건네는 소리가 들린다. 내일아침 다시보자고 서로 화답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누가 더 자유롭고 누가 더 행복한 걸까?
수십년간 한 자리를 지켜왔을 나무들과 계절을 바꿔가며 서식처를 옮겨다니는 철새들의 모습이 두눈에 교차된다. 하긴...자유니 행복이니 이런 말들조차도 인간들이 만들어낸 인위적 개념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저들은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자리, 주어진 위치에 순응하며 자연과 교감하고 있는데 오로지 인간들만이 이런식의 주관적 개념을 만들어내 자연에 칼질을 하고 있는것은 아닌지...
향산리 가는 길은 두가지 길이 있다.
인간이 만들었지만 한적한 콘크리드 도로가 있고 자연이 만들어낸 철새들의 하늘 길이 있다. 길손은 인간의 길을 걸으며 새들이 날아다니는 하늘 길을 부러움의 눈으로 바라다본다. 터벅 터벅 걷는 두발걸음 사이로 어느새 어둠이 찾아들고 있다. 어느길로 찾아왔는지 몰라도 어둠도 자기만의 지름길이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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