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산리는 외롭다 -김포의 길을 묻다(17)
향산리는 외롭다.
옹기종기 한강변에 자리를 잡고 철새들을 벗삼아 계절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의 모습은 오간데 없다. 한때는 여기저기 공장들이 들어서 마을의 모습을 바꾸더니 이제는 그마저도 문을 닫고 떠나가버렸다. 행정구역엔 향산리란 지명이 여전히 남아있는데 대부분의 주민들은 떠나가고 남아있는 사람들은 삶의 향방을 놓고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도시개발지역으로 분류되고 현대에서 대부분의 토지를 매입한채 마을어귀까지 깔끔한 연결도로를 만들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수년째 방치된채 하염없는개발일정만 기다리고 있는데 여기에 시네폴리스 문제까지 얹어지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향산리 마을어귀 논두렁 인근에 철새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잠자리를 준비하고 있다. 좀 더 다가가서 대화를 나누고 싶지만, 춥지 않냐며 위로의 말을 건네주고 싶지만, 그마저도 녀석들의 특권이기에 먼 발치에서 카메라를 눌러본다. 저들의 모습은 자유로우면서도 질서가 있다. 추위에 굴하지 않고 머리를 꼿꼿이 쳐들고 있는 모습이 한 자존심 있어보인다.
향산리에 저녁이 찾아오고 있다. 마을회관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사람을 찾아볼 수가 없다. 보안등이 희미하게 불을 밝히고 있지만 가정빛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은 찾아보기 힘들다. 멀리서 48국도 가로등이 등대불빛처럼 깜박거린다. 그 사이로 점점이 이동하는 차량행렬이 수평선 오징어잡이 어선같다.
향산리에선 불빛이 그리움의 언어가 되고 사람 말소리가 추억저편의 사진첩이다. 어느새 겨울철새가 향산리의 주인이 되어가고 있다. 허나 어쩌랴. 그들역시 겨울 한때만 머물다 가는 나뭇잎 같은 존재인 것을..
"당신의 손에는 어떤 도면이 들려있소?"
"............."
개발업자와 관계공무원 말고는 방문객이 거의 없는 곳.
지나는 길손에게 던지는 향산리의 물음에 달리 대답할 말이 없어 물끄러미 어둠속 하늘만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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