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부 주최’라는데 그래도 뭔가 다르지 않을까요?”
11월 13일부터 제주에서 열린 ‘지방의원 정보화 워크샵’을 출발하면서 동료의원과 나눈 대화 한토막이 떠오릅니다. 시의원 업무 시작후 ‘연수’라는 일정으로 진행되는 행사를 따라다니다 보면 매번 지루한 강의, 형식적인 프로그램에 벌써부터 식상해져 버렸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행사를 주관한 ‘자치정보화 조합’이라는 단체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전국의 시.도 광역단체들이 정보화 시대에 대응할 목적으로 기금을 출연하여 조성한 조직이었습니다. 그간 유일하게 빠져있던 서울시가 내년부터 가입할 예정이라는 설명도 들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방자치단체가 출연하여 만든 조직이 진행하는 프로그램 내용이 행자부 관료들의 입맛 맞추기에 급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는데 있었습니다. 삼성 sds 사장, 서울시 정책보좌관의 강연이 진행된 첫날의 프로그램은 시대적 흐름의 변화를 보여준 측면에서 어느정도 봐 넘겨줄 수 있다 치더라도 둘째날 내용은 실망 그 자체였습니다.
그간 진행되어 온 ‘행정정보화 사업’의 성과를 열거하며 유엔이 알아주고 세계가 찬탄해 마지 않는 한국의 IT 사업의 업적을 자화자찬하기에 여념이 없었었습니다. 민원처리 속도나 절차의 개선, 정보화 마을 사업추진의 성과등을 나열할때는 이 자리가 공무원 연수자리인지 지방의원 연수자리인 헷갈릴 정도였습니다.
결국 도중에 강의장 바깥으로 나와 버렸습니다. 그런데 비단 이러한 분위기는 저만 느끼는게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이미 바깥에 나와있던 다른 의원들 대화내용속에서 느껴지는 실망감은 상당했습니다. 하도 답답해서 옆에 있던 행사진행 직원에게 볼멘 소리를 했습니다.
“과거에도 이런 식으로 연수를 진행했느냐. 지방의원들을 얼마나 우습게 알았으면 이런식의 프로그램을 짰느냐. 바쁜 사람들 제주도까지 불러다 놓았으면 그만한 내용은 채워 넣어야 하는 것 아니냐. 행자부 고위관료들의 자화자찬성 이야기나 들으러 한가하게 이곳에 온줄 아느냐”는 등의 말이었습니다. 듣고있던 직원은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말단직원이야 무슨 죄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행자부 차관 강연시 한마디 할까 하다가 ‘그러면 뭐하랴’ 싶어 그만두고 말았습니다.
“시청직원들이 중앙연수 갔다온다고 할때마다 그 내용이 궁금했는데 결국 이런식의 연수겠죠? 적당히 강의듣고 교류하고 시간때우고....이래가지고 나중에 지역으로 돌아와서 무슨 창조적 사업을 하겠어요?”
조윤숙 의원이 혀를 차면서 하는 말이었습니다.
지방정부에서 기금을 출연했음에도 핵심사업의 상당부분이 행자부의 수주를 받는 사업이라 그랬는지 몰라도 ‘자치정보화 조합’이란 단체의 프로그램 구성이나 진행방식은 행자부 관료들의 입맞에 맞춘 , 그야말로 ‘아날로그’식이 아니었나 생각을 해봅니다.
*보험회사 판매왕을 불러 고객관리 기법의 노하우를 들어보면 어떨까?
*민선 5기를 거쳐오면서 모범적으로 풀뿌리 의정활동을 한 의원을 발굴, 초빙하여 경험담을 듣는다면?
*‘정보화’라는 행사 컨셉에 걸맞게 의원간 네트워크 구축, 지역주민과 의사소통 방안 모색, 개인 홈페이지나 블로그 관리요령에 대해 전문가 강의를 듣는다면?
*전국에서 모인 각 의원들을 자유롭게 섞어버려 그룹별 주제 토론회를 갖고 그 발표회를 갖는다면?
*사전에 의원들이 일선현장에서 느낀 고충이나 가려운 부분들에 대해 설문조사를 미리하여 그에 걸맞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면?
돌아오는 길에 차안에서 동료의원들과 ‘우리가 행사를 준비했다면 이렇게 했을텐데!’라는 아쉬움을 표하며 나눈 대화내용이었습니다.
“하긴 자업자득이겠죠. 그간 얼마나 지방의원들이 우습게 보이는 행동을 했으면!”
한 의원이 툭 던진 말이 많은 여운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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