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꼬리? 호랑이 꼬리! -호미곶에서(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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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왕룡 시민기자 kd6010@hanmail.net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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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일만을 한몸에 품어안은 장기반도 끝자락, 호미곶에 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궁금증을 일게하는 대화소재거리가 바로 이 물음일 것입니다. 어릴적 한반도 지형을, 지도를 보며 공부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토끼가 두발로 일어선 형상에 비유한 설명이었습니다. 그 말에 의하면 충청도 태안반도가 앞발에 해당하고 꼬리가 바로 이곳 ‘호미곶’이었습니다.
그런데 대학시절 어느 스님의 저서에서 호랑이 그림을 형상화 한 한반도 그림을 보았을 때, 그 느낌은 자못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대륙을 뚫어지게 응시하며 금방이라도 달려나갈 듯한 기세는 우리 안에 잠들어 있는 고구려의 기상을 일깨우는 기분이었습니다. 기록을 찾아보니 조선의 풍수지리학자 남사고(南師古)가 《동해산수비록(東海山水秘錄)》에서 ‘한반도는 호랑이가 앞발로 연해주를 할퀴는 모양으로 백두산은 코, 이곳을 꼬리에 해당한다’고 묘사하였다 합니다. 육당 최남선은 이곳을 가리켜 조선 10경중 으뜸으로 일컬었다고도 합니다.
최백호의 노래로 널리 알려진 탓에 ‘영일만’이라는 이름은 포항이라는 지명과 함께 사람들에게 친숙한 존재이지만 그에 비해 ‘호미곶’은 아직 생소한 면이 많습니다. 일제 때 장기갑이라 불렸다가 1995년 원래의 이름을 따라 장기곶으로 복귀하는가 싶더니 2001년 12월 지금의 이름으로 변경된게 ‘호미곶’ 명칭의 역사입니다. ‘곶’은 육지에서 바다로 툭 튀어나온 돌출지형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게 큰 규모를 이루면 반도라 불리는 것입니다. 유라시아 대륙의 끝자락 한반도에서도, 다시 그 끝자락 꼬리에 해당되는 호미곶에 두발을 딛고 서니 오히려 세계를 품에 안은 기분입니다. 호랑이건 토끼이건간에 ‘꼬리’라는 어감이 가져다 주는 이미지는 ‘끝자락’이라는 단어와 겹쳐지며 별볼일 없는 존재로 치부되어 버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생각해보면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동물들의 꼬리는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은 웬만한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입니다. 달릴 때는 방향타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반가운 사람을 만날 때 개가 꼬리를 흔드는 것은 얼굴을 대신한 감정을 담아내는 표현체 구실을 합니다. 인간사회에서도 상대방의 권위에 복종하는 표현을 쓸때 ‘꼬리를 내린다’는 말을 하는 것을 보면 ‘꼬리’라는 존재는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하긴 ‘꼬리곰탕’이 몸에 좋은 전통보양식으로 일컬어지는 것을 보면 조상들 역시 ‘꼬리’의 영양가와 소중함에 주목하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기에 ‘호미곶’에서 바라다 보는 바다는 그 물살이 제법 매서움에도 친근감을 안겨줍니다. 바다와 육지는 서로 적대적 관계가 아니라 함께 손을 맞잡은 ‘상생’의 존재임을 가르쳐 주고 있는 것입니다. 호미곶은 우리나라 내륙에서 제일 먼저 해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꼬리’로 일컬어지는 끝지점에서 만물 생명력의 원천인 해맞이를 처음할 수 있다는 역설적 현상은 인간이 갖다붙이는 명칭이 얼마나 상대적인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처음과 날이라는 개념은 일직선상에 놓여있어 종결소멸되는 개념이 아니라, 실상은 돌고도는 순환체의 각각의 다른 이름으로 상호의존적인 존재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처음이 나중되고 나중이 처음되는 만물의 진리를 호미곶에 와서 느낄수 있다는 것이 새삼스럽습니다. 새해아침이면 ‘해맞이 공원’이라 명명된 호미곶 광장에 수많은 사람이 몰려나와 저마다 자기의 소원을 빕니다. 광장 한복판에 서보니 대형솥단지에 떡국을 끓여 함께 나누어 먹고 무병장수를 비는 새해 새아침 축제의 장면이 연상되어 괜시리 마음이 들뜹니다. 이곳을 찾는 모든 이들의 삶에 한아름 희망의 꿈이 주렁주렁 열리길 빌며 동해바다를 바라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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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년 12월 21일 11:39:26 / 수정 : 2006년 12월 21일 11:40:36 정왕룡 시민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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