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에 몸을 싣고… | ||||||||||||||||||||||||||||||||||||
-양도초 아람단 행사 동행기(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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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왕룡 시민기자 kd6010@hanmail.net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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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임진강 두지 나루터에 도착, 승선하는 순간 실망감이 밀려왔습니다. 거북선을 본 딴 용머리 형상도 그랬고 그야말로 ‘황포돛단배’의 낭만을 생각했던 나에게 현대판 동력선의 모습은 실망감 그 자체였습니다. 딸아이를 따라 아이엄마와 같이 모처럼 손잡고 나선 주말행사였습니다.
파주 통일전망대 인근 ‘카트랜드’에서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미니 경주차를 몰 때는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그곳을 빠져나와 두 번째 행사장인 파주 임진강변 나루터를 향할 때 옛 선인들이 한강과 임진강을 오르내리며 불렀을 뱃노래를 떠올리며 잠시 코를 흥얼거리기도 했습니다. 나의 실망감엔 관심 없다는 듯 아이들은 배에 오르자 마자 재잘거리기 시작합니다.
‘이 배를 이곳으로 옮겨올 때 육로로 왔을까? 수로로 왔을까?’ ‘당초 마포에 있던 배를 이곳에 옮겨온 것’이라는 안내인의 말을 들으며 궁금증이 일었습니다. 김포대교 근처의 신곡수중보를 지나오는 것도 문제지만 이곳을 통과한다 하더라도 곳곳에 드러나 있는 모래톱을 피해서 물길을 잡는 일도 보통이 아닐 것입니다. 더구나 통일전망대 부근 남북 군사분계선을 지날 때 유엔사의 허가를 얻는 문제도 난관일 것입니다.
결국 내 나름대로의 상상이지만 배를 옮겨 온 것은 육로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설사 수로로 옮겨왔다 하더라도 그 과정이 만만치 않았을 것입니다. 한강과 임진강은 김포하구 조강에서 하나되는 형제간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만나는 과정이 힘듭니다. 양갈래 물길이 끊긴 듯 이어진 듯 분단의 멍에를 함께 안고 있는 현실이 여전히 긴장감을 안겨줍니다. 하긴 자연하천의 물길이야 수십만년 전부터 그들 자체의 모습으로 흐르고 흐를 뿐인데 인간이란 존재가 그 사이로 선을 긋고 경계를 삼고 총부리를 겨누니 그들이 보기에 얼마나 한심할지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북한땅 함경도에서 발원한 실개천이 모여 임진강을 이루고 그 강이 다시 한탄강을 불러들이고 그것도 모자라 조강이라는 이름으로 한강과 하나되어 염하로 흘러가는 대장정을 생각하니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강물은 서로 서로 하나되는 것도 모자라 바다에 까지 자신을 합류시켜 짠물까지 빨아들이며 포용의 진리를 온몸으로 웅변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사회는 그 강물을 경계삼아 죽고 죽이는 현실이 낯뜨거울 뿐입니다.
‘어찌됐건 황포돛배를 띄운 용기를 칭찬해야 하는 것일까. 준비없이 시작한 그 무모함을 탓해야 하는 걸까?’
바람을 이용하는 돛단배의 이미지와 전혀 어울리지 않게 ‘돛’은 그저 장식품의 하나일뿐 동력으로 움직이는 배안에 앉아 이리저리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주민들의 문화욕구가 높아지면서 보고 듣는 것보다도 직접 느껴보는 체험위주의 문화관광이 부상하고 있는 요즘, ‘동력선’ 운행은 어쩔수 없다손 치더라도 ‘체험’ 프로그램의 빈약함이 안타까웠습니다.
‘배에 노를 달아 다만 수십미터라도 사람들이 노를 저어 보게 한다거나 돛을 올리고 내리거나 닻을 내리는 과정에 대한 체험 프로그램이 가미된다면 참 좋을텐데’ 라는 아쉬움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운전 및 안내를 맡은 선장님이 선실 마이크로 강안 곳곳에 얽힌 전설이나 유적지, 비경을 설명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에 아랑곳 없이 벌써부터 끼리 끼리 모여앉아 자신들의 놀이판을 벌입니다. 몇몇 아이들은 카메라에 주변의 풍경을 담습니다.
아이들에겐 ‘임진강’이라는 단어에 내포되어 있는 긴장감이 별로 대수롭지 않은 듯 합니다. 한국전쟁당시 북한군 탱크가 강을 건너 도하한 지점이 바로 이 부근이라는 안내설명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휴전선이 멀지 않고 비행기가 넘어가지 못하도록 경계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는 지점이 저 너머라는 설명도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에 묻혀버립니다.
실내를 빠져나와 배 뒷머리에 올라보니 벌써 수많은 아이들이 몰려나와 있습니다. 답답한 실내보다 주변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뱃머리가 더 매력적인가 봅니다. 너무 많이 뒤에 몰려있으면 배의 균형이 흔들린다는 안내방송에도 아이들은 자꾸 자꾸 바깥으로 몰려나옵니다. 발 디딜틈이 없을 정도인데도 아이들은 시원한 강바람을 이마에 맞는게 더 좋은가 봅니다.
똑같은 모양을 한 다른배 한척이 반대편에서 스쳐지나 갔습니다. 양쪽 배에 올라탄 사람들끼리 서로 서로 손을 흔듭니다. 잠깐 스쳐가는 짧은 만남이지만 임진강 물살에 한몸을 이루었다는 공통점이 서로를 친숙하게 만드는가 봅니다. 예나 지금이나 강물은 자연과 사람을, 혹은 사람과 사람을 하나로 융화시키는데 정작 사람은 강물의 지혜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또다시 답답함이 밀려옵니다. ‘임진강’이라는 세글자가 긴장의 상징이 아니라 평화와 통합의 상징이 되는 그날을 그려보며 강건너 북녘하늘을 바라다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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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년 12월 05일 10:40:07 / 수정 : 2006년 12월 05일 10:41:51 정왕룡 시민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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