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은 역사의 숨결을 담아 흐르고... | ||||||||||||||||||||||||||||||||||||
-양도초 아람단 행사 동행기(2)- | ||||||||||||||||||||||||||||||||||||
| ||||||||||||||||||||||||||||||||||||
정왕룡 시민기자 kd6010@hanmail.net | ||||||||||||||||||||||||||||||||||||
| ||||||||||||||||||||||||||||||||||||
배가 반환점을 돌아 나올 때 몇몇 아이들이 핸드폰에 강변 풍경을 담습니다. 이미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핸드폰은 대중화된 지 오래입니다. 아직도 저에겐 핸드폰은 전화를 주고받는 용도로만 익숙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겐 문자나 카메라 용도는 물론이고 다양한 쓰임새로 활용되는 필수품입니다. ‘전화기로 사진을 찍는다’는 말이 맞을지 ‘카메라로 전화를 건다’는 말이 맞을지 헷갈릴 정도로 시대와 환경은 제각각 사물의 고유영역을 뛰어넘는 파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맑은 날씨에 개성 송악산을 촬영한 사진이 선실 벽면에 걸려있습니다. 인근 감악산 정상에 오르면 손에 잡힐듯 바라다 보이는 산입니다. 38선이 그어졌을때만 해도 남녘땅에 속하던 곳이 한국전쟁 종전과 함께 북한측으로 넘어가 버렸으니 고려왕조 5백년 역사의 도읍지 였던 것 까지 감안하면 참으로 기구한 운명의 땅입니다. 벽면에는 신라마지막 왕 경순왕릉과 고구려 성터유적지인 ‘호로고루 성’ 사진도 함께 걸려있습니다. 신라 멸망 후 세인에게 잊혀졌던 경순왕릉은 훗날 조선 영조시대에 확인된 능으로 왕릉이라고 하기엔 매우 초라하기만 합니다.
신라천년을 이어 온 역대왕의 무덤 중 유일하게 경주일대를 벗어나 자리잡은 왕릉이기도 합니다. 천년사직을 마감한 망국의 군주에겐 고향에 누울 수 있는 배려마저 없었던 점을 생각하면 찾는 이로 하여금 역사의 비애감을 느끼게 해주는 곳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곳 임진강변 두지나루가 속해있는 ‘파주시 적성면’ 주변은 ‘積城’이라는 지명에서도 알수 있듯이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역사적 사건이 물결치며 지나간 곳입니다.
또한 고구려 장수왕 군대의 남하지점으로 유력시 되는 곳이 바로 이곳 강변입니다. 게다가 고구려 멸망 후 한반도 전체를 집어삼키려는 당나라 20만 대군을 신라군대가 격파한 매소성이 이곳에서 멀지않은 곳에 위치합니다. 그런가 하면 임진왜란 당시 도성을 버리고 북행 피난길에 올랐던 선조일행이 강을 건넌 지점이 바로 인근에 있는 임진나루입니다.
가까이는 한국전쟁당시 북한군 탱크가 문산방면을 우회하여 남하한 지점이기도 합니다.
이곳 적성인근이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없는 격전의 현장이 되었던 이유를 논할때 빠질 수 없는게 이 지역을 흐르는 임진강의 특징입니다. 연천에서 한탄강을 품에 안은 임진강이 한강과 합류하기 직전 거친 숨결을 고르며 지친 여정을 잠시 쉬어가는 듯 비교적 얕게 흐르는 지형때문 입니다. 다른 곳에 비해 건너기 편한 곳은 평시에는 나루터의 기능을 하며 교통의 요지로 자리잡지만 전시엔 ‘도하 요충지’로 부각되기에 뺏고 빼앗기는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질 수 밖에 없는 곳입니다. 나루터 입구에 설치되어 있는 전차장애물 지형은 아직도 이 지역이 전쟁의 긴장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곳 임진강변에 얽혀있는 수많은 피의 역사를 아는지 모르는지 배에서 내린 아이들은 그저 평화롭기만 합니다. 황포돛배 모형물에 올라타 제각각 사진포즈를 취하며 임진강변 추억을 담아가기 위한 마무리 행사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해가 기울어가는 토요일 저녁,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 이제 잰 걸음을 해야할 때입니다. 자신을 맞이할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처럼 행복한 것도 없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뒤돌아서서 강변에 작별인사를 했습니다. 저 강물위에 함께 몸을 싣고 김포강변에 다다를 날이 하루빨리 찾아오길 기원해 보았습니다.
| ||||||||||||||||||||||||||||||||||||
|
||||||||||||||||||||||||||||||||||||
입력 : 2006년 12월 11일 11:24:20 / 수정 : 2006년 12월 11일 11:25:33 정왕룡 시민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
'기고,나눔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생의 손’ 앞에 서서 -호미곶에서(2)- (0) | 2007.01.15 |
---|---|
토끼꼬리? 호랑이 꼬리! -호미곶에서(1)- (0) | 2006.12.22 |
흐르는 강물에 몸을 싣고… (0) | 2006.12.06 |
서해바다와 하나가 되다 -안면도에서(3) (0) | 2006.11.16 |
가족, 그 아름다운 이름이여! -안면도에서(2)- (0) | 2006.1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