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그 아름다운 이름이여! -안면도에서(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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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왕룡 시민기자 kd6010@hanmail.net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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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노을은 사람을 바깥으로 끌어내는 마력이 있나봅니다. 이러한 사람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태양은 구름사이로 얼굴을 내밀었다 감췄다 하며 숨바꼭질하듯 애간장을 녹입니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구름이 사람들과 태양의 만남을 시샘하는 듯 장벽을 둘러친 모양새입니다.
수평선 아래로 낙하하기 전에 마지막 가뿐 숨을 몰아쉬고 있는 태양은 ‘오늘만 날이 아닌데 그만 좀 피곤하게 하지말라’며 조용한 헤어짐을 원하는 모습입니다. ‘오늘이 당장 지구최후의 날이라도 되는 양 호들갑 떨지 말고 그저 평소 하던대로 일상으로 돌아가라’고 점잖게 훈계하는 듯 좀처럼 온전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러던 태양이 사람들의 모습이 안스러운지 수평선 아래로 떨어지기 전 잠시 머리를 쑤욱 내밀었습니다. 바로 그순간 바다,하늘 할것없이 주변세계가 온통 주홍빛 천지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그때까지 체념을 하고 있던 사람들이 너나 가리지 않고 백사장으로 뛰어나가고, 여기저기서 사진기를 꺼내듭니다.
젊은 부부가 아기를 보듬고 백사장으로 내려오더니 수평선을 향해 번쩍들어 올립니다. 햇님이 자러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뿜어내는 행복의 기운을, 몽땅이라도 아이에게 안겨주고 싶은 표정입니다. 아직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아기, 그 아기를 들어올린 채 활짝 웃는 엄마, 그 장면을 사진기에 담아내기에 바쁜 젊은 아빠의 모습이 한폭의 그림을 보는 듯 합니다.
딸아이가 백사장에서 무엇을 주운 채 달려오며 물어봅니다. 놀이용도로 쓰인 듯, 철사로 만들어진 하트장식품 입니다. 그중 하나를 받아든 아이엄마가 하늘의 구름을 담아보자며 공중을 향해 팔을 뻗자 아이도 함께 따라합니다.
“이번에는 태양을 담아볼거야”
이번에는 아이엄마가 나서더니 하트 두개를 약간 엇갈리게 겹쳐서 태양을 담아봅니다. 그속에 들어와 자리를 잡은 태양의 모습이 참 편안해 보입니다. 완전히 하나로 일치하는 것보다 서로의 모습을 간직한 채 공통영역을 가꾸어나가는 사랑이, 진정한 것임을 가르쳐 주려는 듯 햇님은 겹쳐진 하트안에서 잔잔히 웃고 있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백사장 곳곳에서 우리뿐만 아니라 여러 ‘가족’들이 연출가, 주연배우, 액스트러등 배역을 서로 서로 바꿔가면서 석양이 만들어놓은 무대를 배경삼아 축제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당신도 가족이 있나요?’ ‘우리가 햇님을 보고 있는 걸까? 햇님이 우리를 보고 있는 걸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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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년 11월 07일 09:56:26 / 수정 : 2006년 11월 07일 09:58:24 정왕룡 시민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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