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잃고 외양간 고치다. *
“과장님, 정말로 이 사진에 나오는 건물 모르십니까? ”
“예, 죄송하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신사우삼거리 전자랜드 건물입니다. 최근 지역지 전면에도 이에 관련된 기사가 나왔고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던 곳입니다. 말씀하시는 것을 보니 이러한 민원사실 자체를 모르시는 것 같은데요?”
“담당직원에게 확인한 뒤 추후에 관련사실을 보고 드리겠습니다.”
“........”
10월 16일 종합민원과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신사우삼거리에 최근 들어선 ‘전자랜드’ 허가문제를 놓고 담당과장과 특위장에서 나눈 대화의 한토막입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사우동에 속하지만 풍무동에 진입하는 입구인탓에 신사우삼거리에서 좌회전하자마자 바로 눈에 띠는 위치입니다. 문제는 이 건물이 인도에 바짝 붙어서 지어진 탓에 시민들에게 답답함을 안겨줄뿐더러 보행환경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개점 초기 도로에 차를 주정차시켜놓고 물건을 하역하는 바람에 일대가 혼란을 겪기도 했습니다.
“법적인 하자가 없어서 허가를 내주었습니다. ”
담당 공무원이 주민들이 낸 민원에 대한 답변이었습니다. 적어도 이 사실에 대해 과장께서 무언가 검토된 답변이 나올줄 알았는데 아예 이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다는 말에 입이 벌어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예 이 사실을 모르신다니 그러면 화면에 보이는 사진을 갖고 질문해보겠습니다. 과장님이 보시기엔 이 사진의 장면이 어떻게 보이십니까?”
“현장을 확인해봐야겠지만 일단 사진으로 보이는 장면은 답답함을 안겨줍니다.”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나요? 도로 교통과와는 협의를 했습니까?”
“아마도 협의가 진행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주민들이 낸 민원에 대해 담당직원은 ‘법적인 하자가 없다’는 말을 되풀이 하였다 합니다. 최근 시청에서 고객서비스란 말을 유달리 강조하던데 법적인 하자유무만 따지는게 고객서비스입니까? 그런 일만 한다면 누구라도 데려와서 일을 해도 다 할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사실관계조차 잘 알지 못하는 과장을 놓고 더 이상 다른 질문을 이어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오늘 임시회의가 마무리되는 2차 본회의에서 제가 발의한 ‘보행권 조례’가 통과되었습니다. 그간 존재하긴 했지만 실제로 거의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던 기존 조례를 전부개정한 내용입니다. 아는 분의 도움을 얻고 심의과정에서 집행부와 동료의원들의 의견을 보완하여 난생 처음 통과시킨 조례안에 대해 기쁨보다는 착잡함이 밀려왔습니다.
“앞으로는 건물신축이나 공사시 보행환경에 대해 시청에서 신경을 안쓸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본회의를 종료하고 점심먹으러 가는 길에 직원한분이 하시는 말씀이었습니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 같아 답답합니다.”
최초로 인터넷 상에 현장사진을 찍어 게시했던 한 주민께서 보낸 쪽지가 생각납니다.
앞으로는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라도 제대로 하여 똑같은 실수가 되풀이 되지 않는 지역사회가 되길 기원해봅니다. 아직 우리가 잃어버릴 소가 얼마나 더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단상및 논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메니페스토 설명회에 참가하다. (0) | 2007.10.26 |
|---|---|
| J님을 만나다. (0) | 2007.10.23 |
| 언제쯤이면 일기를 즐겁게 쓸 수 있을까? (0) | 2007.10.19 |
| 조례라는 ‘괴물’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하다 (0) | 2007.09.26 |
| 노블레스 오블리제 한다고요? (0) | 2007.09.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