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및 논평

의정비 인상논란 사태를 보며-비판만이 능사는 아니다.

김포대두 정왕룡 2007. 11. 6. 04:12
 

*의정비 인상논란 사태를 보며*


지난 10월은,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지방의원 의정비 인상논란으로 들끓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혼란스러운 시간이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그 여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 조례통과과정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시민여론은 말할 것도 없고 시민단체나 중앙. 지역언론까지 하나가 되어 ‘의정비 과도한 인상’에 대해 집중타를 날렸지만 각 지자체 의정비 심의위원회에서는 여기에 굴하지 않고 배짱좋게(?) 의정비를 인상하는 단호함을 보여주었습니다.


비판여론을 집약해보자면

*지역을 위해 한 일이 뭐가있다고?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데 공무원 인상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인상율로

 자기들만 배불려? 더구나 열악한 기초 지자체의 재정자립 수준은 고려하지  도   않고?

*80일 안팎의 회기에만 출석해서 방망이를 두드리고 나머지 기간은 펑펑

 노는  사람들이 일년치 월급을 받아가?

*대부분이 자기직업이나 사업체를 갖고 있으면서 의원직을 겸직하고하고 있는데  그러면서 의정활동 전념을 위한 명분이라고?

등등 일 것입니다.


이러한 비판여론 중에는 아예 지자체 제도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것을 보니 시민들의 분노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벌써 5기에 접어드는 지자체의 역사가 시민들에게 보여준 성과의 수준이 과연 어떠한 것이었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김포지역 역시, 4056만원으로 기존 급여에 비해 25% 인상안이 결정되어 의회통과를 앞두고 있습니다. 김포경실련에서는 이에 대해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하였습니다.


의정비 인상논란의 한복판에 서서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는 심정이 착잡하기만 합니다. 비판 여론의 내용이 그간 지자체 운영이 보여준 실망감의 누적에서 출발한 것이라는 데에는 할말이 없지만 시민들이나 시민단체, 언론의 보도가 여론몰이에 편승하는 점이 없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무릇 민주주의의 수준은 시민의 수준과 비례한다고 합니다. 전면적 유급제화가 도입되어 이전 선거에 비해 많은 관심을 받았던 지난 5.31 선거에서 나타난 유권자 의식은 아직 우리나라 정치수준이 가야 할 길이 멀었음을 보여준 사례였다고 생각합니다.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은 국민들이 고용주가 되어 고용한 일꾼입니다. 일꾼을 잘못 선택하여 국가나 지방경영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 책임의 상당부분은 고용주인 시민에게 있음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지방의원들의 문제점을 꼬집기에 앞서 자신들의 한표의 권리행사가 이런 분들을 뽑는데 관여하지 않았나 하는 자성들이 시민사이에서 있어야 한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뽑을 때는 감정에 휩쓸려 행동했다가 ‘너희들이 다 그렇고 그렇지!’라며 냉소를 퍼붓는 시민들의 시각도 이제는 역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 다음으로 행자부에 대한 부분입니다.

‘의원 유급제화’를 보기좋게 들고 나와서 분위기를 뻥 띄웠다가 정작 최종책임 부분에서는 각 지자체에 보기좋게 떠넘겨버린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할 것입니다. ‘보다 참신하고 전문성을 갖춘 역량있는 인재들의 진출유도’가 ‘의원 유급제화 도입’의 취지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부단체장급’의 대우를 언급하였던 이들이 최소한의 가이드 라인 제시도 없이 지자체에게 결정을 떠넘겨 버렸습니다.

 

이에 선거를 앞두고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각 지자체에서는 시민여론을 피해가기 위한 최소한의 결론을 유도하였고 두번째 결정의 와중에 빚어진 이번 논란은 그로인해 이미 예견된 후유증인 것입니다. 자신들에게 부담이 되는 민감한 결정부분은 ‘지방분권’이라는 미명아래 지자체에게 떠넘겨 버리고 뒷짐만 진 채 수수방관하던 행자부 관료들의 모습이 오늘의 사태를 야기한 일차적 원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시민단체와 언론에 대한 아쉬움입니다.

그들이 말하는 절차적 문제나 시민여론 수렴의 문제는 저도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차제에 ‘왜 이런 문제가 야기되었나’ 라는 부분에 대한 심층적 논의와 진단을 통해 시민공론의 장을 마련하는 게 아니라 한결같이 ‘숫자중심의 자극적 비판’에 몰입하면서 시민사회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영역의 확장에 실패하였다는 점입니다. 그러다보니 이 문제가 ‘돈’의 문제로 국한되면서 ‘유급제에 얽혀있는 현 지방자치제’의 허와 실을 들여다 보며 풀뿌리 민주주의의 수준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계기를 놓쳐버렸다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지방의원 유급제’는 유급제뿐만 아니라 그와 수반된 선거법 제도의 변경과 함께 이루어졌습니다.  그 핵심을 보자면 기초의원까지 정당공천제 실시, 중대선거구제로의 전환, 여성비례 대표제의 도입, 회기일수 제한제 폐지일 것입니다. 많은 시민들이 공감하듯이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는 풀뿌리 지자체를 국회의원과 중앙권력앞에 줄세우기 대상으로 전락시켜 버렸습니다. 누구의 머리에서 나왔는지는 몰라도 성씨의 가,나,다 순서가 당락을 좌우해버리는 기가막힌 제도앞에서 정책이나 공약은 그 자체가 무의미해져 버렸습니다.

 

이는 참신하고 능력있는 일꾼이 진출할 수 있는 구조보다도 국회의원에게 줄 잘서는 사람이 공천받을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하였으며 여기에 편승한 국민의 감정적 선택이 오늘의 결과를 빚은 것입니다. 그러기에 지난 2년간의 의정활동을 평가하면서 ‘그동한 한게 뭐가 있는데?’라는 비판은 다분히 한쪽면만 보면서 이뤄진 비판으로서 비판은 될 수 있어도 문제개선에 대한 대안마련에서는 한계가 뚜렷한 시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중대선거구제 문제입니다. 유급제로 인한 재정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중대선구제입니다. 이는 광역의원과 기초의원의 지역을 거의 동일화시켜버리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저같은 경우만 하더라도 제 지역구 인구가 8만명으로서 웬만한 지방 중소도시 규모를 능가합니다. 풀뿌리 민주주의 일선에서 뛰어야 하는 기초단위 의원에 비해 광역단위 의원들은 그 활동량과 대면접촉의 공간이 적고 상대적으로 명예적 성격이 강하면서도 대우와 조건은 거의 두배에 달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 의정비 인상 논란에 대한 비판와중에서 이 문제의 불균형성을 진지하게 지적한 의견을 한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기초 광역 할것없이 일괄적으로 도매급으로 함께 사안을 묶어버려, 제기되는 문제의 옥석을 구분해 버리는 섬세함을 놓쳐버렸다는 역비판을 받지 않을 수 없다고 할 것입니다.


그 다음로 회기에 관한 언급입니다.

‘80일 정도 의회에 나와 자리를 차지하고 방망이를 두들기는 사람들’이라는 표현은 현상적으로 맞습니다. 일반시민들이 이러한 비판을 하였다면 일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언론이나 시민단체에서조차 동일하게 쏟아지는 비판에 대해 저는 답답함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의원들의 의정활동에 대해 회기와 비회기를 나누어보는 ‘회기중심의 사고’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지방의원을 비판할 때 ‘전문성의 부족’을 거론하며 공부좀 하라고 합니다. 문제는  현 제도하에서 의원들이 공부하려면 초인적인 자기노력을 요구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문 보좌진들이 뒷받침하는 국회의원이나 집행부가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는 기초단체장에 비해 혼자서 고군분투해야 하는 기초의원들의 현실은 겪어본 사람만이 압니다.

 

이런 속에서도 주말이면 지역행사 및 경조사, 그리고 평일에도 빠짐없이 잡히는 술자리등을 챙겨야 하는 의원들의 현실은 공부하는 의원상 정립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 현실입니다. 거기에다 정당공천체가 이뤄지면서 국회의원이나 정당행사역시 빠지면 안되는 필수 코스가 되어버렸습니다.


도농 복합도시인 김포지역은 제가 봐도 심하다 싶을 정도로 행사가 많습니다. 아파트가 밀집하여 도시화가 진행된 탓에 행사부담이 비교적 덜한 지역구를 둔 저의 경우는 그래도 나은 경우입니다만 주말이 되면 항상 행사를 챙겨야 하는 동료의원들을 보면 안타까울 데가 많습니다.


비회기에 적당히 자기 체면치레나 하면서 영리에 몰두하다가 회기가 되면 의석에 앉아 방망이나 두들기는 사람으로 비쳐지는 것과 달리, 선거구가 광역화되면서 그만큼 감당해야 할 민원의 양과 질이 증폭된 현실도 의원들을 압박하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회기’는 ‘비회기’활동의 산물입니다. 다시말해 ‘비회기’활동의 뒷받침이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결정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특성을 간과한 채 회기 비회기를 구분하는 이분법적 사고는 실마리를 푸는데 걸림돌이 되는 인식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연봉 3천 2백에 월별 실수령액 240만원’

제 블로그에도 자료를 올렸던 지난 일년간의 의원급여 목록입니다.

그렇게 커다란 실수 안하고 열심히 산다고 살았지만 여러 가지 요인으로 모아놓은 재산이 거의 없는 저같은 경우, 지난 겨울부터 의원 생활하기전에 몸담았던 입시학원가로 다시 나가서 파트타임을 일해야 했습니다. 이른바 ‘투잡맨’이 된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의정활동은 누구못지 않게 열심히 했다고 감히 자부합니다.


저는 ‘의정비 현실화’의 개념을 생계에 대한 부담없이 의정활동에 전념하여 시민들에게 받은 것이상의 혜택을 돌려주라는 것으로 이해합니다. 하지만 현재 제기되고 있는 여러비판의 시각에서 보자면 저같이 모아놓은 재산이 없는 사람의 경우는 기초의원을 수행 할 자격이 없는 경우로 분류될 수 밖에 없습니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가진 것이 넉넉한 토호세력’의 안방잔치로 전락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아직까지 중앙선거는 말할 것도 없고 기초의회 선거나 활동에서 ‘준비된 일꾼’이냐 아니냐 하는 것은 ‘돈’의 문제와 직결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예전에 비해 ‘돈 선거’를 규제하는 부분에서 제도적 개선이 많이 이루어졌지만 현실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높이 존재합니다.


시민들이 조선시대의 선비정신을 기초의원들의 덕목으로 강조한다면 겸허하게 수렴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시민들의 요구덕목이 여기에서만 그친다면 풀뿌리의 발전은 요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일꾼 선출도 일종의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투자’한 것 만큼의 성과와 혜택은 출발단계에서부터 진지하게 고민하고 종목을 고르는 투자자의 관심에서 부터 시작됩니다.


의정비 인상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현재의 논란이 만일 지금과 같이 자극적 공방만 벌이다가 여기에서 그쳐 버린다면 또다시 우리는 에너지만 낭비한 꼴이 되고 말것입니다. 모쪼록 지금부터라도 현 지방자치 제도의 문제점을 심층적으로 분석해보며 선거법 개정을 포함한 제도적 개선차원에서 이 문제가 함께 다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