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유정복’이 보이지 않는다.*
“저렇게 열렬히 박수를 받는데 앞자리에 나오지 않고 왜 뒤에 앉아있나요?”
저를 소개할 때 일부 주민들에 의해 박수와 환호가 터지자 유정복 의원이 웃으면서 한 발언입니다. 12월 29일 풍무고 시청각실에서 진행된 유정복 국회의원 의정보고회는 연말 오전추운날씨라는 특성때문인지 생각보다 사람이 많이 오지는 않았습니다.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의 의정보고회 자리에 굳이 갈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역현안에 대한 견해를 경청하는 것은 의미있다 싶어 풍무고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일반시민의 자격으로 참석한다는 생각을 하였기에 굳이 앞에 가고 싶지 않아 뒷자리를 고집하였더니 유정복 의원이 저를 소개하며 농담섞인 멘트를 날립니다.
자리에 앉아 다음까페 모임 ‘풍무동 사람들’ 운영진이 정리하여 배포한 지역현안 질의내용 유인물과 유정복 의원측에서 준비한 홍보자료를 번갈아 보며 훑어보았습니다. 유의원이 단상에 올라 그간 의정활동의 소회를 밝히는 내용이 귀에 들려왔습니다. 탄핵정국이라는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을 지지해준 김포시민에 대한 감사의 말, 박근혜 대표 비서실장 역할수행의 감회, 행자위에 소속되었다가 건교위로 자리를 옮기면서 김포발전에 어떠한 역할을 하였는지 등등 담담하게 그간의 활동상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나갔습니다. 설명이 끝난 후 노계향 ‘풍무동 사람들’ 대표등 여러 주민들이 지역현안에 대해 명쾌하게 견해와 대책을 밝혀달라는 질문들이 쏟아졌고 이에 대한 유의원의 답변이 이어졌습니다.
주민들이 집중적으로 쏟아 낸 질문은 역시 예상대로 ‘풍무역사 유치’에 대한 의견과 대책을 묻는 내용이었습니다.
“307번도로 중심부에 역사를 유치하는 것에 대해 공감하고 이를 적극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적 용역결과가 나오기 전에 구체적 노선에 대해 앞서나가는 발언을 할 수 없는 점을 이해해 달라. 아마도 풍무주민의 뜻이 반영되는 결정안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부 신도시 입주예정주민들의 48국도 최단거리 철도노선을 뽑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의견을 물으셨는데 (저는) 풍무역사 유치의 타당성과 당위성에 대해 공감한다.”
풍무역사 유치에 대한 유정복 의원의 답변내용 요약입니다. 이외에 항공기 소음대책건, 유현사거리 인천도시철도 경유건등 제반현안에 대해 질문과 답변이 오갔습니다.
‘차분하고 두루뭉실하면서도 허점을 안보이려 한다.’
유의원의 답변내용을 보면서 스쳐간 생각이었습니다. 간결하고 명쾌한 답변보다는 말이 늘어지고 여운을 남기는 정치인 특유의 화법을 대하면서 초선의원 답지않게 능숙한 ‘정치꾼’으로 변한 유의원의 모습이 느껴졌습니다.
‘정치가, 정치인, 정치꾼’
제 나름대로 정치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대하면서 정해놓은 3가지 분류용어입니다.
가치철학 중심으로 이상적 뜻을 펴나가는 사람(정치가), 이러한 정치가의 이상적 모습을 지향하면서도 현실정치의 마키아벨리즘을 수용하려는 사람(정치인), 오로지 개인적 욕망실현을 위한 수단으로서 정치를 도구화하는 사람(정치꾼).........
역시 제 나름대로 용어에 대한 정의를 내려보았습니다.
여의도에 진출해있는 ‘정치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거의 대부분이 정치꾼이거나 정치인과 정치꾼 중간지대에 서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제대로 된 정치가를 꼽으라면 저는 단연코 김구, 장준하, 김대중, 노무현 4사람을 들고 싶습니다. 아쉽게도 김구, 장준하 선생은 본격적인 현실정치인으로서 경륜을 펼쳐보일 기회를 갖지 못한 채 총탄에 쓰러지고 의문의 죽임을 당하였습니다. 김대중 노무현은 소위 ‘잃어버린 10년’의 책임자로서 이번 대선에서 안타깝게도 국민적 심판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주목하는 4인은 이땅의 현대사에서 주류에 속하기 보다 변방지대에서 몸부림친 이단아 비슷한 사람들로 현실정치에서는 실패했거나 적어도 전국민적 존경을 받는 사람은 아니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이러니 한 것은 우리나라 현역 정치꾼들이 존경하는 인물로 꼽는 사람 중 일순위가 백범김구선생이라는 점입니다. 그런데 그들의 행태를 보면서 그들이 존경하는 내용이 김구의 일관된 삶과 민족주의적 가치철학인 것인지 아니면 김구 라는 브랜드속에 담겨져 있는 선전효과를 노리는 것인지 헷갈리기만 합니다.
‘2002년 대선 직전 민주당에서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옮긴 철새행각을 잊지 않고 향후 정치행보를 지켜보겠다.’
유정복 의원이 지난 총선에서 탄핵정국을 뚫고 국회의원에 당선된 직후 제가 지역신문에 기고한 ‘당선자에 바라는 글’ 내용중 한 구절입니다. 2002년 지방선거당시 민주당 소속 시장후보로 출마한 유정복씨에게 한표를 행사했던 사람으로서 그가 한나라당 바람에 밀려 김동식씨에게 패배하자 안타까워 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낙선한 사람으로서 제가 입주자 대표회장으로 있던 월드아파트 입주 1주년 기념행사에 와서 인사말을 하고 혼자서 돌아갈 때는 행사장 바깥에까지 따라가서 배웅해 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당시 연말 대선정국에서 당선이 유력시되던 이회창씨의 한나라당으로 옮겨간 행동은 많은 실망감을 안겨주었고 탄핵정국당시 총선에서 공개적으로 유정복씨를 비판하게 한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초선의원 다운 패기와 도전정신을 기대했는데 너무 일찍 중앙정치 깊숙이 진입하여 정치꾼화 되어버렸다’
그간 유정복 의원의 의정활동을 보면서 제가 느낀 소감입니다. 오늘 배포된 자료집을 보니 ‘초선을 능가하는 중진급 의정활동’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옵니다.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상반된 시각이 나올 수 있겠습니다만 어쨌든 ‘초선의원 답지 않다’는 저의 시각과 공통된 표현이 있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의정초기 한나라당 개혁적 성향의 의원모임인 것으로 알려진 ‘수요회’ 멤버로도 활동하면서 나름대로 자신의 컬러를 쌓아가려던 모습이 한때는 눈에 들어오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 소속 동료의원이었던 ‘이철우 의원’을 ‘간첩’으로 규정한 기자회견 석상의 모습을 보면서 생각을 접어버렸습니다. 적어도 정치꾼이 아닌 정치인이 되기를 바랬던 저의 기대가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후 박근혜씨 비서실장으로서, 건교위 소속의원으로서, 지난 5.31 지방선거에서는 시의원, 도의원, 시장에 이르기까지 난공불락의 아성을 구축한 사람으로서 지역정치의 맹주자리를 확고히 하였지만 ‘통 큰 정치인’이 되기를 기대했던 저의 생각은 갈수록 엷어지는 것은 어쩔수 없는 것 같습니다.
유정복씨가 지역 정치꾼으로 얼마나 장수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소속당 여부를 떠나 적어도 ‘정치꾼이 아닌 정치인’이 되기를 희망했던 저의 기대는 이제 접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유정복 브랜드에 담겨져 있는 정치철학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다만 테크닉위주의 정치꾼으로 변질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정치인’ 유정복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의정보고회 장소를 빠져나오면서 스쳐간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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