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은 민간메일주소를 사용하지 말라는데.....*
"의원님이 보내준 자료를 열어 볼 수 가 없어서 지금까지 오시기만 기다렸습니다."
"어? 그럼 어제 보낸 것도 열어보질 못했나요?"
10월 6일, 오후 늦은 시간에 의회 사무실에 도착해보니 담당직원이 하는 말이 무슨 내용인지 어리둥절 했다. 그런데 자초지종을 알고나서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질 않는다.
10월부터 업무를 볼 때 그간 각자 사용해 온 민간 포털업체 메일주소를 사용하지 말도록 아예 차단을 시켜버렸단다. 행정안전부 지시사항이란다. 대신 관공서용 메일주소를 사용하도록 통일을 시켜버렸단다. 행정보안 목적이란다. 이런 줄도 모르고 행감자료 요청마감 시한을 지키느라 졸린 눈을 비벼가며 목록 정리한 다음, 평소 주고받던 메일주소로 전송한 뒤 느긋한 기분으로 출근한 나만 쌩뚱맞은 사람이 되어버렸다.
"아니 도대체 누구의 발상이에요? 이런다고 보안이 지켜지나요? 패스워드를 몰라 열흘이 넘도록 전용 컴퓨터를 켜지도 못한 사람들이 무슨 보안 운운하는 겁니까?"
애꿎게 의회 사무국 직원들 앞에서 중앙부서 관료들을 질타했다. '그럼 나도 메일주소를 바꿔야 하냐'고 물어보았더니 의원들은 해당이 안되는 것 같았다. 이런다고 보안이 지켜질까?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민간메일을 사용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일텐데....차라리 공무원들에게 보안교육을 강화하여 자발적 관리의식을 높이는게 효과적이지 않을까?
오늘 벌어진 일로 보건대 전국 관공서에서 당분간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중요한 메일을 열어보지 못하여 여기저기서 허둥대는 장면이 상상된다. '보안'이라는 두 글자만 대하면 권위주의 시절 냄새가 풍겨 괜히 닭살이 돋는다. 그런 탓인지 이 사태를 보며 짜증이 밀려온다. 어떤 사람은 통일성을 기하는게 좋아 보이지 않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21세기다. 공무원들도 각자의 칼라와 취향이 있다. 자기가 즐겨 사용하는 메일주소는 개성과 정체성의 상징이기도 하다. 공무원들에게도 상상력이 필요하다. 자꾸 하나의 틀안에 가두려 하는 행정의 획일적 사고가 이번 지시에 담겨있다고 생각한다면 나의 지나친 염려일까?
정부출범한지 반년을 훌쩍 넘겨버린 지금, 아직도 방향을 못잡고 갈팡질팡 허둥대는 이명박 정부의 모습 탓인지 아무리 좋게 해석하려해도 이번 일이 긍정적으로 다가오질 않는다. 하긴 모든게 나의 예민함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어가는 수 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고견으로 머리가 가득찬 중앙부처 공무원 나리들께서 어련히 알아서 잘 판단하셨겠냐는 생각을 해야지 별수 있나.
하지만 이 말 한마디만은 하고 싶다.
"행정안전부 공무원 나리들! 이명박 정부들어 걸핏하면 규제를 푼다고 난리법석들이신데 제발 지방자치 발목을 잡는 각종 제한 조치 좀 풀어서 나같은 기초의원들 활동공간 좀 보장해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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