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행정과 실명책임제를 생각한다.*
"학생들이 참관한 자리에서 해당 공무원들의 실명을 거론해가며 강도 높은 비판을 한 것에 대해 저 역시 상당한 심적부담이 있었던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떤 사업이나 정책도 실명책임제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사업의 기안서에 서명을 한 분들의 이름을 본회의장에서 직접 거명한 것도 이러한 취지의 반영이라 보시면 될 것입니다. 다만 결제라인에 있다보니 어쩔수 없이 사인을 하게된 분들의 이름을 함께 호명하여 개인적 누를 끼치게 된 사실에 대해선 저도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10월 22일 김포시 임시회 본회의장에서 진행하였던 자유발언의 내용이 일파만파를 일으키고 있다. 오후 기자들에게서 걸려온 전화에 대답을 하면서 느껴지는 파장이 예상했던 것 이상이다. 김포시 의회에 처음 도입된 자유발언 주자로 나서면서 주제선정에 우여곡절이 있었다.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날 자유발언의 주제는 풍무동에 잠들어 있는 '보리피리 시인 한하운'에 대한 김포지역 사회의 관심을 촉구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 주말을 지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10월 17일 강경구 시장의 한국 행정학회 세미나가 예정대로 진행된 것이 그 계기였다.
14일 특위장에서 해당부서장들을 상대로 이 문제에 대해 강하게 질타하면서 '문제제기 내용을 인정한다'는 대답을 얻어낸 상황에서 전향적 대처를 기대했는데 실제상황은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한국행정학회 세미나에 시장이 강연자로 초청되었는데 7백만원의 비용을 내고 발표자료는 김포대 교수가 대필해주고 거기에다가 대낮 근무시간에 '상시학습 시간 점수'를 부여하며 공무원들을 동원한 행태는 심각한 사안이었다. 여기에 공유재산 심의과정에서 부결된 '김포시 관문' 사업이 일파만파를 일으켰다. 의회에서 논의도 되기 전에 계약을 먼저 체결해버린 것이다.
10월 22일 자유발언을 준비하는 마음은 무겁기만 했다. 보통 회기 기간 중에 못다 푼 아쉬움을 가벼운 마음으로 본회의 석상에서 풀어내자는 취지로 도입된 5분 자유발언에 첫 주자로 나서서 무거운 이야기를 해야하는 부담 또한 만만치 않았다. 더구나 이 날은 양도초 학생들이 사회과 현장수업으로 의회를 참관하러 오는 날이기도 했다.
'그렇게 지적하고 질타하는데도 왜 매번 똑같은 오류들이 연중 반복되는 것일까?'
전날 새벽까지 원고를 준비하면서 계속 들었던 의문이었다. 그러면서 작년 연말 정례회의 발언내용이 떠올랐다. 당시 130여억원의 예산을 삭감한 김포시 의회 초유의 사태 한복판에 서있던 예결위원장으로서 본회의 석상에서 보고발언을 할 때 '시정의 3원칙'을 주문했다. 첫째 법과 절차의 준수, 둘째 시민적 공감대의 형성, 셋째 불합리한 관행의 타파등의 내용이었다. 그때 당시 강경구 시장은 발언대에 바로 올라 이 원칙들을 전적으로 인정하고 수용한다고 흔쾌히 답변하였다.
하지만 일년이 지난 지금 보여지는 모습들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대외적으로 시장께서 여러 가지 상을 수상하고 언론에 이 사실들이 보도되는 것과 달리 시의회에서 느껴지는 만족 체감도는 거리가 있었다.
'김포시 행정은 죽었는가.'
자유발언의 제목으로 가장 자극적인 문구를 뽑았다. 거기에다가 사업 기안서에 서명한 공직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였다.
"의원님, 잘못에 대한 지적내용은 그렇다 치더라도 개인 이름까지 거명한 행동은 심했다고 봅니다. 더구나 어린이들이 지켜보는 현장에서 말입니다. 의원님 답지 않으십니다."
"지역사회 연고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정의원이니까 이런 발언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주 속이 시원해요. 이번 일이 공직사회에 경종을 울렸으면 좋겠어요."
"지역구 어린이들이 지켜보는 현장에서 진행한 발언내용이 매우 정치적 행동이라는 의견들이 있더라고요. 더구나 실명까지 거론하면서 말이에요. 그렇게까지 안하더라도 의견전달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을 텐데...."
"요즘 정의원이 많이 무디어진 느낌이었는데 맨파워가 다시 살아난 느낌이야. 역시 정의원이야."
발언이 끝난 오후내내 여기저기서 걸려오는 전화내용들이 귓전을 때린다.
공무원들의 실명을 어린이들 앞에서 거론한 것이 상당히 충격적이었던 것 같다. '정치적으로 계산된 행동'이라는 말이 계속 여운을 남긴다. 그만큼 여파가 커서 그랬나 보다. 한편으론 답답함이 밀려온다. 그리고 '한하운 시인'에게 미안하다. 지난 여름 보도자료를 통해 한하운 시인에 대한 김포지역 사회의 관심을 촉구한 후로 이렇다 할 행동을 한 적이 없었다. 도로명 주소관리를 맡은 해당 공무원을 만나 시인이 잠들어 있는 근처 길을 '한하운 길'로 바꿀 수 있는지 검토를 부탁 한 게 전부였다. 그런 미안함을 이번 자유발언 순서에 담아내려 했고 몇몇 동료의원들에게도 이 내용을 말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지난 금요일, 강시장의 세미나 강행이 이 계획을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사안의 긴박성이 한하운 시인에 대한 이야기를 뒤로 미루게 하고 말았다. 나의 행동에 대해 '정치적으로 계산된 행동'이라는 시각에 대해 굳이 애써 변명하고 싶지 않다. 사실 따지고 보면 정치인의 행동에서 정치적이지 않은 것을 찾으라고 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말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일을 계기로 시정수행 과정에 '실질적인 실명 책임제' 분위기가 형성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름은 감추어진 채 직책이나 부서 뒤로 숨어버리거나 '나 혼자 한게 아니다'는 식으로 빠져나가거나 보직변경하면 그만이라는 관행에 제동을 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공무원의 실명를 거론하면서 내가 느껴야 했던 심적부담이 해당 공무원들의 그것에야 어찌 비교되랴만은 나 역시 마음이 무거웠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내가 자유발언을 통해 요구했던 3가지 사안, 시장의 공식사과, 해당 공무원 문책, 문제가 된 사안에 대한 감사시행 내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볼 것이다.
어제의 사태로 나는 자신에게 또 하나의 의정생활의 무거운 굴레를 씌웠다. 상대를 질책한다는 것이 거꾸로 나에게 칼날이 되어 돌아오는 느낌은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는 너는 얼마나 제대로 하는지 두고 볼 것이다.'라고 말하는 시선들에 대한 부담이 무겁다. 무엇보다 내가 자신에게 얼마나 당당할지 그리 자신이 서지 않는다. 다만 하루 하루 주어진 일에 정면으로 부딪히면서 자꾸만 나약해지려는 나를 일깨우며 일신 우일신 할 뿐이다. 어제 나의 발언으로 상처를 받으셨을 관련자 분들에게 다시한번 죄송한 마음을 전하며 원고내용 마무리 부분을 되새겨 본다.
<상식이 상식대로 통하고 원칙이 공무원 사회에서 가장 사랑받는 덕목이 되는 사회를 저는 꿈꾸어봅니다. 상식과 원칙을 의원들이 유쾌한 마음으로 집행부에 주문하고 공무원들은 이에 즐겁게 화답하는 행정을 희망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늘 이 자리의 무거움과 고뇌는 시의회와 집행부가 함께 짊어져야 할 불가피한 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모쪼록 오늘 이 자리에서 제가 신음하듯 토해낸 말이 김포시정발전의 자그마한 거름이 되길 바라며 이만 마칠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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