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및 논평

아! 경인운하 어찌할꼬?

김포대두 정왕룡 2009. 2. 2. 05:28

 


"정의원, 이제와서 어쩌겠소? 보완책 위주로 생각해야지 않겠어요? 그리고 좀 살살합시다"

2월 30일 김포시청 상황실에서 열린 경인운하 용역 중간설명회 자리에서 참석자 한 분이 던진 말이다.


"의원님 말씀이 다 일리있는 내용이라는 것에 공감합니다. 하지만 저희들 고충도 많습니다."

설명회가 끝났을 때 용역을 수행하고 있는 경기개발 연구원 관계자와  악수를 나눌때 들은 말이다.


지난 연말 김포시의회 정례회 때 시정질문을 통해 '경인운하 대책마련에 대한 김포시의 굼뜬 행동'에 대해 강하게 질타했다. 강경구 시장을 비롯한 김포 지역사회의 '경인운하 환상론' 유포에 대해 지적하고 실사구시적 접근을 통한 대책수립을 여러차례 주문하기도 했다. 이미 작년 4월에 시의회 본회의 석상에서 시장이 '경인운하 민관협의체'구성을 약속했지만 이행이 안된 점도 언급했다. 작년 8월에는 보도자료를 통해 '경인운하 환상론'을 경계하는 의견을 발표하고 추진찬성측에 공개토론회를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반응이 없다.


"정의원, 자기 지역구에 관계된 가장 민감한 사안을 그런 방식으로 자꾸 거론하면 곤란하지 않나요? 선거도 다가오는데 말이에요."

경인운하에 대한 의견을 내놓을 때마다 심심찮게 듣는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경인운하의 한쪽 끝지점인 '김포 터미널'이 들어서는 고촌면 전호리 일대가 내 지역구다.


경인운하 자체에 대한 원론적 찬반의견은 나의 2차적 관심사다.

다만 경인운하 추진이 김포지역 사회에 어떤 이익과 혜택이 있는지 들여다 보는 게 내 인식의 출발점이다. 추진 찬성쪽의 이야기대로 김포지역 사회가 천지개벽하는 긍정적 변화가 있다면 얼마든지 쌍수를 들어 찬성할 일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누구도 나에게 이러한 점에 대해 논리적 근거를 들어 설명해주는 사람도 자료도 없다. '운하'라는 말이 가져다주는 베니스 이미지의 환상론만이 있을 뿐이다.  아직도 '방수로와 운하'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개발에 대한, 그것도 국책사업에 대한 근거없는 환상만 있을 뿐 실사구시적 접근의 목소리를 김포지역 사회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1월 30일 용역 설명회 자리는 그런 점에서 경인운하 찬반 입장을 떠나 제반 문제점에 대한 구체적 목소리가 쏟아진 자리였다.


가장 큰 문제는 일일 최소 3천대 이상으로 예상되는 김포 터미널 진출입 차량 소화문제다. 안그래도 병목현상이 심한 곳이 김포다. 그런데 서울 길목에 전용도로 개설없이 터미널만 들어선다면 김포는 그야말로 교통대란에 빠져들고 말것은 예상하고도 남는 일이다.


두 번째로 거론되는 게 바닷모래 , 즉 '해사부두' 설치문제다. 염해, 분진, 경관파괴등 지역주민들에게 가장 민감한 사안이다. 최초 구상시엔 강건너 난지도 인근에 들어서기로 예정되었던 해사부두가 어느새 슬그머니 김포 터미널에 끼어들어 또아리를 틀고있다.


세 번째로 살펴보아야 할 점은 터미널 부근 전호리 마을의 고립화다. 이 상태로 간다면 마을의 고립및 공동체 파괴가 불을 보듯 뻔하다.


이상의 것 못지않게 우려되는게 '굴포천 수질 개선'문제다.

최악의 오염하천으로 평가받는 게 굴포천이다. 인천 부천쪽의 공장폐수가 오염원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대책은 고사하고 데이터조차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고 한다. 굴포천 물이 경인운하 물과 합류하고 한강등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 심각한 상황이 발생한다. 이외에도 염해및 안개발생 문제, 전호산 일대의 철새서식지 파괴등의 문제역시 민감하다.


"설명자료에 보면 김포터미널 완공후 고용인원이 150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이중 김포지역 사회에서 소화할 수 있는 인원이 몇 명이나 되죠? 서울시의 한강 르네상스와 결부시켜 생각해보면 김포는 용산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배들의 물길 역할밖에 없습니다. 김포 터미널 주변에 레저 수상스포츠, 철새 관망대 설치등의 제안이 너무 진부하다고 보지 않습니까? 김포 터미널 이용으로 발생하는 수익의 대부분도 시행사인 수자원 공사 차지가 될게 뻔한데 도대체 김포지역 사회의 이익은 뭐죠?"


용역 설명회 말미에 내던진 질문에 별다른 대답은 돌아오지 않고 '국토 해양부'에서 관련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수치산정에 어려움이 많다는 설명만 있다.


"경인운하 자체가 논란이 해소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낙관적 견해를 내놓은 DHV와 KDI 자료를 근거로 용역을 수행한 것 자체가 문제가 있지 않나요? 만일 이들의 자료가 틀렸다는 게 현실화되면 그때는 금번 용역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는거죠?"

설명회 서두에 격하게 쏟아낸 발언은 내가 말해놓고도 공허하기만 하다.


MB의 국책사업에는 지방은 없다. 다만 중앙정부의 방침만 있을 뿐이다.

속도만 존재한다. 토론과 대화는 없다. 지시만 있을 뿐이다.

젊은 시절 인상깊게 남아있는 '더디가도 사람 생각하지요'라는 문구는 존재의미 조차 없다.


'대부분이 찬성측 발제자와 패널들이 모인 자리에 토론자로 참여하는 게  뭔 의미가 있을까?'

2월4일 김포시에서 진행하는 경인운하 토론회에 시의회 대표로 참여를 제안 받았을 때 스쳐간 생각이다. 잠시 망설이기도 했지만 참가를 결심한 데에는 '그래도 김포 지역사회가 중앙정부 당신네들의 입맛대로 움직이는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점을 인식시켜 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와 아울러 김포가 중앙정부 하는대로 이끌려 다니는 것의 위험성에 대해 지역사회에 경종을 울릴 필요성도 느껴진다. 향후 내 자신의 정치적 입지 유불리 여부는 다음 문제다. 지난 2년간에 걸친 김포 도시철도 논쟁에서 그래 왔듯이 다시한번 외로운 여정을 가야할지 모른다는 점이 부담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래도 아닌것은 아닌거다'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너희가 잠잠하면 돌들이 일어나 소리칠 것이다'라는 구약성경의 말이 새삼 떠오른다.


먼 훗날 언젠가 나의 목소리가 지역사회의 합리적 공론의 장 마련에 자그마한 디딤돌이 되었다고 회상된다면 최소한의 의미는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아래 신음하게 될 김포의 미래가 안타깝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