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는게 꿈이에요.*
졸업시즌이 마무리 되어간다. 매년 이맘때면 관내 수십개 학교의 졸업일정 스케줄을 맞추느라 의원들끼리 애를 먹는다. 특히나 중선거구제로 변경된 후 담당지역구가 배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행사일정을 소화하는게 힘에 겹다.
의원 생활한지 세 번째 졸업시즌을 맞이하며, 그간 그래도 몇학교 정도는 행사에 참석하였는데 올해엔 그 대상을 두 곳으로 축소시켜 버렸다. 선거를 일년 앞둔 민감한 시기임에도 나의 둔감한 정치감각이 정치인의 황금어장이라 불리는 졸업식장을 외면해버렸다.
그간 경험상으로보아 졸업식 행사장에 정치인이 나타난다는 것이 학교측에서 봤을 때 그리 반가운 일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 안그래도 진행순서가 밀려있는데 축사를 맡기기도 그렇고 안맡기기도 그렇고 학교측도 곤혹스러워 하는 것 같다. 교장 선생의 판단에 따라 어떤 곳에 가서는 축사를 하기도 하고 어떤 곳에서는 그냥 인사만 하기도 했다.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만일 축사를 하게되는 경우가 있으면 1분내로 발언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원칙을 삼고 가급적 시간을 준수하려 했던 것 같다. 시의회 의장을 대신하여 의장상을 주기도 하지만 정치인이 주는 상은 선거법상 상품을 줄 수 없는 탓에 학생들에게 그리 인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두곳이나 참석하였으면 되었지 않나 하는 생각도 가져본다.
그간 한번도 방문해보지 않았던 고촌중학교에 지인의 권유가 있어 참석했고 어제 가보았던 양도초교는 딸아이 졸업식을 겸해서 자리를 함께했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양도초 졸업식은 여러 가지 면에서 예전과는 달리 눈에 띠는 장면이 많았다. 우선 숙원사업이던 다목적 체육관이 얼마전에 완공되어 추운날씨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으로 행사를 치를 수 있었던 점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선거공약 중 하나가 실현되어 기쁘기도 하였다. ‘학교설립 대책위원장’으로 3년동안 쏘다녔고 개교 후 4년이 지났으니 7년만에 마침표를 찍은 기분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상장 수여식을 하루 전에 미리 진행한 것이었다. 졸업식에 참여하면 매번 느끼는 것이 행사의 주인인 학생들이, 자리를 메꾸어 주는 동원대상으로 전락하는 것이었다. 상장을 타는 학생들이야 의미가 남다를지 몰라도, 그렇지 못한 학생들이나 학부형들에게는 온갖 상장과 부상 품목들이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요인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내빈 축사와 아울러 시간을 잡아먹는 양대 요인이기도 하다. 이 순서를 전날 깔끔하게 치르고 졸업식 당일날은 너나 할 것없이 주인대접을 받게하는 학교측의 마음 씀씀이가 따뜻하게 느껴졌다. 20년후를 기약하며 교정에 타임캡슐을 묻는 행사도 미리 치루어졌다 한다.
졸업장 수여 역시 색다르게 진행되었다. 교장선생과 각반 담임선생이 함께 나와서 전학생의 이름을 호명하며 일일이 나누어주었다. 학생들이 차례로 졸업장을 받을 때 무대화면에는 해당 학생의 사진과 미래 희망, 진학학교, 좌우명등이 파워포인트로 비쳐졌다. 짧은 순간이지만 이 시간만은 학생들은 졸업식장의 최대주인공이 되었다. 학부형들은 자기자녀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에게도 관심을 가지며 자신들의 어린시절과 비교해보기도 하는 회상의 시간을 가지기도 하였다.
‘의사, 법관, 디자이너, 간호사, 외교관, 교사, 회사원...........’
미래 희망이 다양하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우리가 어릴 때 한번쯤은 꿈꾸어보았던 ‘대통령’이란 말은 눈에 띠지 않는다.
‘어? 저 학생은 왜 저러지? 몸이 어디 불편한가?’
학생들이 차례로 앞에 나가 졸업장을 받는데 한 학생이 앞의 친구팔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으며 잠시 줄이 흐트러졌다. 얼굴을 보니 다운증후군을 앓는 학생인 것 같았다. 졸업식장의 분위기마저 파악하는데 힘에 겨운 듯 앞의 친구를 붙잡고 안놓아준다. 선생님이 다가와서 부드럽게 정돈시키고 나서야 자기 졸업장을 받는다. 순간 나도 모르게 무대위 화면에 시선이 갔다. ‘엄마’라는 두 글자가 눈에 띤다. 그 학생의 미래의 꿈은 ‘엄마’였다. 다른 친구들이 법관이나 의사 외교관을 적어냈을 때 그 친구는 ‘엄마’가 되는게 자신의 꿈이었다.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꿈을 적었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박수를 쳤다. 식장 어디에선가 이 장면을 지켜보며 눈시울을 적실지도 모르는 학생의 부모에게 마음속으로 고마움과 격려를 보내드렸다.
"5학년 후배들이 직접 만들어 달아준 꽃들이에요"
아까부터 졸업생들이 저마다 가슴에 달고있는 꽃이 궁금했는데 옆자리의 최동석 교감선생이 내마음을 눈치채기라도 한듯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설명을 해주신다.
졸업장 수여가 끝나자 각반 담임선생들의 동영상 인사가 나오고 연이어 후배들과 선생들이 무대에 올라 ‘사랑으로’를 열창했다. 송사와 답사는 따로 없었다. 졸업생 대표가 짤막한 감사의 말을 대신 전한 뒤 교가제창으로 모든 순서가 끝났다. 졸업식장에 으레히 울려 퍼지던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로 시작되던 노래가 들리지 않아 허전했지만 그래도 뒷맛은 깔끔했다.
‘어? 이게 끝인가?’
당연히 교실에 가서 담임선생님과 학생들의 작별인사 시간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것 마저도 없다고 한다. 학부형들이 무언가 허전한듯 하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았는데도 약속이나 한듯이 여러 학부형들과 학생들이 교실로 향한다. 나 역시 아이와 함께 교실에 갔다. 그리고 여기 저기 앉아도 보고 서있게 하기도 하면서 카메라를 눌러댔다. 뒤따라 오신 선생님도 학생들과 함께 포즈를 취해주신다. 각 반 교실의 풍경이 거의 비슷한 모습이다.
‘그 선생님들은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교육청에서 학생들에게 치르게 한 일제고사를 반대했다는 이유로 졸업식을 코앞에 두고 교단을 강제로 떠나야했던 선생님들의 모습이 스쳐갔다. ‘아이들 졸업식만이라도 치르게 해달라’고 호소했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선생도 선생이지만 해당 반의 아이들 또한 선생님의 빈자리가 얼마나 허전했을까?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렇게 졸업식은 끝났다.
“이제 초등학생도 아니고 중학생도 아닌 그대는 당분간 시간을 어찌 보내려는감?”
“음...진아하고 놀러가고 친구들 미팅도 하고 게임도 하고..........”
중학생이 되는 딸아이는 마냥 꿈에 부풀어 시간활용계획을 쏟아낸다. 교복을 처음 입어보았을 때 자기 모습이 어떠냐며 으쓱거리던 표정이 떠오른다. 초등학교를 무난히 끝마쳐준 아이가 고맙기만하다. 그러면서도 이제 본격적인 교육전쟁의 시험대에 올라 시달려야 할 모습을 떠올리니 안쓰럽기만 하다. 그래도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잘 해나갈 것이라 기대하며 마음속으로 박수를 쳐본다. 이러한 마음이 비단 나만의 것은 아니리라. 이땅에서 학부형으로 산다는 것은 또 하나의 인생을 동시에 살아간다는 의미일 것이다. 오늘 이 순간만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부형들도 함께 박수를 받아 마땅한 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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