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디딤돌일까? 걸림돌일까?*
어제 경인운하 해사부두와 관련된 합의문이 발표되었다.
합의문 내용을 보는 첫 느낌은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라는 것이었다.
컨테이너 야적장과 공원위치를 맞바꾸고 고촌 터미널내로 해사부두를 축소이전 시키는게 핵심내용이었다. 이미 고촌에 해사부두 배치그림이 나왔을 때부터 예상된 해법이었다. 고양과 서울을 맴돌다, 힘없는 김포 고촌에 안착한(?) 해사부두를 다시 날려보낼 방법은 김포시 힘의 역학관계상 경인운하 저지 말고는 애초부터 불가능했는지도 모른다.
당초 이 사태의 발단은 정보력의 부재에서 출발했다고 생각한다. 이미 김포에 해사부두가 배치되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사안이 되어버린 것이다.
국토해양위 소속이면서 힘있는 일꾼을 강조하고 나섰던 유정복 의원이 사전에 이 사실을 몰랐거나 간과했던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강경구 김포시장은 아예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인정했으니 말할 나위도 없다.
합의안에 대해 여러 가지 다양한 시각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고촌 힐스테이트 주민시각에서는 아파트 단지 코앞에 있던 해사부두를 상대적으로 멀리 이격시켰으니 나름대로 실리를 챙겼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당초 고촌면 비대위로 출범할 때 ‘고촌지역 절대불가’ 목소리를 외쳤던 기억이 생생하다. 힐스테이트 주민만의 현안이 아닌 고촌 전체의 현안이라며 연대의 틀을 강조했던 분들이 자신의 앞마당에서 힘없는 전호리 주민들쪽으로 밀어낸 합의안으로 주저앉고 만 것은 여러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입주전부터 고촌면민 돕기 모금이나 의류기탁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지역민으로서 뿌리내리는 모범을 보여왔던 힐스테이트 주민들이기에 그 아쉬움의 농도는 더욱 진할 수 밖에 없다.
이번 일을 보면서 순망치한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부메랑 효과라는 말도 떠오른다. 어정쩡한 절충안이 고촌뿐만 아니라 김포전체에 미칠 부작용을 생각하니 아찔하기만 하다. 물론 생업을 외면할 수 없는 주민들 처지에서 이 사태를 마냥 끌고 갈수만은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도 이해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런 점에서 왜 지역 시의원을 활용하여 협상력을 키우지 않았는지 아쉬움이 클 수 밖에 없다. 아무래도 수자원 공사와 중앙정부를 상대로 강력한 목소리를 내는데 집권여당 소속의 국회의원이나 시장등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을텐데 말이다.
시의원은 주민집회에 초대받지도 못하는 존재였다.
시장이 ‘자신은 주민들의 간곡한 초청에 의해 집회에 출석하였는데 왜 정의원은 집회에 참여하지 않았느냐’며 본회장에서 역질문 할 때 참 대답이 궁색하기도 하였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내가 주민들에게,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대책위 분들께 부담되는 존재로 여겨진다는 느낌이 밀려왔다.
해사부두 티에프팀에서도 배제되었다. 시청 관계자에 의하면 시청은 시의원의 참여를 주장했는데 대책위 분들이 반대해서 그랬다고 한다. 이유가 뭐냐고 했더니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아서 자신도 모른다고 했다. 그게 공무원으로서 할 대답이냐고 힐난했다. 그래도 모임이 열리면 그 소식을 바로 바로 알려주겠다고 했기에 한발짝 물러섰다. 하지만 어제 합의문이 발표되고 서명까지 한다는 이야기를 당일 아침 주민을 통해서야 알게되었을때는 화가 치밀었다.
건설 교통국장에게 전화를 했다. 당초 말이 틀리지 않냐고 물었다. 왜 이런 사실까지 감추느냐고 했다. ‘보안’을 약속했기 때문이란다. 졸지에 시의원은 보안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전쟁을 해도 선전포고를 하고 항복문서 조인식에도 적장에 대한 예우는 갖추는 법인데 나는 도대체 당신네들에게 어떤 존재냐’고 물었다. ‘우여곡절이 있었더라도 마무리 모양새는 최소한의 예의가 필요한 법’이라고 꾸짖었다. ‘죄송하다’는 말을 한다.
그러면 무엇 하는가. 시의원으로서 자존심과 모양새는 이미 여지없이 구겨져 버렸는데...
주민들 사이에서 지역 국회의원과 대척점에 서있는 '나'라는 존재가 현재의 해사부두 해법을 푸는데 걸림돌로 여겨진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힐스테이트 입주전부터 신곡중학교 개교 문제등 여러가지 얽힌 난제를 함께 풀어오면서 교감을 나누었던 주민들에 대한 서운함도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이번 일의 진행과정에 작용하였을 ‘보이지 않는 손’의 실체에 대한 착잡함을 금할 수 없다.
오늘 새벽에 일어나 한참 생각을 해보았다.
나는 주민들에게 걸림돌일까? 디딤돌일까?
나는 김포발전에 걸림돌일까? 디딤돌일까?
나는 김포시의회 의정발전에 걸림돌일까? 디딤돌일까?
나는 시청 집행부에 걸림돌일까? 디딤돌일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부터 새로운 매듭을 풀어나가는 작업을 시작해야 할 때다.
예전과는 다른 차원의 고단함이 밀려올 것 같다.
내가 능멸당하는 것은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
하지만 나를 뽑아준 주민들의 민의가 집행부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왜곡당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새벽 운동길에 신발끈을 조여매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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