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부슬 부슬 내리던 비가 오후들어 제법 굵은 빗방울이 되어 대지를 적시고 있다.
전국 곳곳에 산불소식이 끊이지 않은 상황에서 단비를 맞이하는 산야 곳곳은 반가운 손님을 가슴속에 담아넣기에 정신없다.
봄비 소식은 반갑지만 길거리 곳곳에 흩뿌려져 있는 봄꽃들이 왠지 모르게 애처롭다.
나뭇가지위에 올라앉아 화려한 자태를 뽐내던 꽃잎들이 한순간에 낙화하더니 이제는 그 자리를 푸르른 잎새들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영원히 지속되는 화려함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기라도 하듯이 자연은 그 색깔을 순식간에 바꾸어간다. 이제 신록의 계절 5월에 온 산야는 초록으로 채색을 할 것이다.
늘상 가까이 대하는 자연이 가르쳐주는 진리를 깨닫지 못한채 천년 만년 화려하게 만개할 것 같은 착각에 빠져있는 인간이란 존재에 답답함이 밀려온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나를 되돌아보는 시선 또한 부끄럽기만 하다.
나는 지금 어떤 색깔을 가지고 있을까?
외부에 비쳐지는 나의 색채는 무슨 색깔일까?
나에게도 꽃잎이 만개한 시절이 있었을까?
지금 나는 꽃잎이 피는 시기일까? 꽃잎이 떠나가는 시기일까?
아니면 아직도 얼어붙은 동토 아래서 새순을 피우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어린 새싹에 불과한 것일까?
자연의 순리는 나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던져주는데 나는 여전히 그것을 소화하지 못하고 삶의 한가운데 허우적 거리는 존재에 불과한 것 같다.
내년 이맘때 온 산야를 흐드러지게 피울 꽃잎들은 한순간의 화려함보다 은은하면서도 오래가는 여운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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