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나는 수험생들의 얼굴과 이름을 하나 하나 떠올려본다. 녀석들, 지금 눈이 뚫어져라 시험지 정답을 골라 답안지에 표기하고 있겠지. 오늘 밤에 우는 학생들 또 많을거고 술집도 붐빌거다. 왜 매번 수능시험날 저녁은 홀가분한 학생보다 우는 학생이 많을까?
어제 논산에 다녀왔다. 아버님을 모셔다 놓고 왔다. 개원된지 1년된 노인전문 병원답게 시설도 좋고 원장등 직원들도 친절했다. 주무시는 아버님손을 꼬옥잡으니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떠나오려는데 눈물이 핑돈다. 늦가을이 참 미웠다.
김포시 4대의회 마지막 연찬회를 하루 늦게 출발하게 됐다. 그런데 월요일 밤늦게 누님에게 걸려온 전화, 아버님이 뇌출혈로 쓰러지셨다고 했다. 마음준비를 해야할지도 모른다는 큰 형님의 말씀에 일정을 취소하고 분당병원에 달려가니 일단 고비는 넘기신 모습.
아버님이 나의 이름을 힘겹게 부르신다. 간호사가 성함을 물으니 자신의 이름을 되뇌이신다. 고모님과 작은 어머님이 오셔서 쾌유를 비는 기도를 하시는데 손을 꼬옥 잡으신다. 워낙 건강체질이시라 호전은 안되지만 이 상태로 오래지속될수도 있다는 의사소견이다.
형수님 친구분 부부가 직접운영하는 논산의 노인 요양병원에 모시고 내려가는데 5년전 어머님의 운구를 모시고 가던 그 길이 겹쳐진다. 아직 가을을 버티고 있는 산하의 갈색이 쓸쓸함으로 다가온다. 계룡시 편의점에 들러 전기면도기등 일용품을 샀다.
원장을 만나 시의원 명함을 드렸더니 현재 노인 요양제도의 문제점과 현황에 대해 이런 저런 말씀을 하신다. 등급판정의 중요성이 막상 당사자가 되고보니 실감있게 들렸다. 아버님은 뭐가 그리 피곤하신지 잠시 눈을 떴다가 다시 계속 주무시기만 한다.
돌아오는 길에 큰형님과 차안에서 모처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화끈하게 살다 화끈하게 먼저가신 어머님 이야기도 많이했다. "저 영감이 나보다 오래 산다면 그 궁상떠는 모습을 하늘에서 어찌볼꼬?" 생전에 어머님 말씀이 떠올랐다.
삶도 성격따라 가는 것일까? 화끈하게 삶을 마감하신 어머님에 비해 아버님은 잔잔하고 길게 자신의 길을 여전히 뚜벅 뚜벅 걸어가고 계신다. 어머님의 사업만 실패하지 않았더라면 교육 공무원으로서 정년퇴임후 넉넉하진 않더라도 아름다운 노년을 보내셨을텐데.
새벽에 떠났다 밤늦게 귀가한 하루 일과가 수십년 외출을 다녀온 느낌이다. 뉴스에서는 4대강 사업과 세종시 문제가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mb 아저씨, 인생 무어 그리 오래살거라고 저렇게 자신의 치적에 급급해하는지. 밤길에 보이는 한강의 검은 물결이 불쌍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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