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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 3남매 귀가하다

김포대두 정왕룡 2011. 5. 17. 17:00

수요일 오후 귀가하는 아이들의 손에는 각각 화분이 한 개씩 들려 있습니다.

‘맥문동, 페페, 바위치’
화분 3남매가 오랫동안의 기숙사 생활을 마치고 잠시 귀가 길에 나선 것입니다.
한 학기동안, 교실의 창가에서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듣다가 방학을 맞이하여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이 친구 이름은 뭐니?” “바위치요” 의석이가 대답합니다.
“이 녀석은?” “페페요” 민창이가 대답했습니다.
“아빠, 나는 왜 안 물어봐?” “누리 것은 아빠가 사주어서 알고 있잖아?”
“치이, 그래도 물어봐 줘” “알았어, 누리 친구는 이름이 뭐야?” “응, 무늬 맥문동!”

“누가 제일 잘 키웠는지 견주어 보자. 자, 화분을 함께 모아봐.”
의석이, 민창이, 누리, 저마다 으쓱 거리며 자랑스럽게 화분을 내밉니다.
약간 불그스레한 각자의 얼굴에는 수줍은 기색도 담겨 있습니다.


‘참 별걸 다한다’
지난 봄, 학교 준비물로 화분을 가져오라는 학습 안내문을 보았을 때 그 취지가 짐작이 되면서도 좀 짜증이 났습니다. 귀찮아 하는 몸을 일으켜 아이 손을 붙잡고 나가 아파트 단지 앞에 있는 트럭에서 고른 것이 ‘무늬 맥문동’ 이었습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나 방학을 앞두고 있는 지금, 그 녀석이 제 앞에 다시 나타났습니다.
그냥 챙겨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아이 손에 들려 보냈던 ‘꼬마 맥문동’이 제법 줄기를 축축 늘어 뜨린 성숙한 모습으로 몇 달이 지난 지금, 제 앞에 다시 나타난 것입니다.

화초를 가까이서 접하거나 키워 본 적이 없는 저에게는 이 녀석의 달라진 모습이 마냥 신기하기만 합니다.

“저희들이 물을 주고 보살펴 주었어요.” “방학이 끝나면 다시 학교로 가져 갈 거예요”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신이 나서 자랑을 늘어놓는 아이들의 모습에는 어느덧 ‘생명에 대한 소중함’이 잔뜩 배어 있었습니다.

‘화분 3남매’
이 녀석들이 바뀐 주거환경에 잘 적응하길 빌면서, 집으로 들어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