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1일 경인운하 김포터미널 갑문에 10여명의 김포시민들이 모였다. 이들은 비바람이 몰아치는 속에서도 강서 개화동에서 일산대교까지 한강변을 답사하면서 열띤 토론과 의견을 나누었다. 페이스북을 통해 만나게 된 시민들은 이후 '한강하구를 사랑하는 김포시민모임'을 결성하고 본격적 오프라인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향후 대시민 홍보활동도 하고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한강하구 탐방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도 갖고 있다. 무엇이 이들을 모이게 하였을까? 이중에는 환경을 중시하는 사람도 있고 한강하구의 역사문화적 가치에 관심을 갖는 사람도 있고 재두루미에 푹 빠진 사람도 있고 자전거 마니아도 있다.
공통된 것은 관주도의 일방적 개발마인드로 한강하구를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점에 공감대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간 4대강 사업을 비롯하여 전국의 국가하천 지방하천들은 콘크리트로 도배질 되었다.
당장 보기엔 번듯해 보일지 몰라도 한번 망가져버린 자연환경으로 인해 가장 고통받을 대상은 다름아닌 사람들이란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불행중 다행인지 한강하구는 철책에 가로막혀 개발의 발톱에 할퀴는 일을 피해갈 수 있었다.
그런데 한강변 철책 제거가 현실화되면서 중앙정부와 경기도, 그리고 김포시와 고양시 등에서는 앞다투어 강변개발계획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각종 안마다 '생태, 환경' 등의 어휘가 등장하지만 개발추진을 위한 수식어에 불과할 뿐이다. 여전히 관 주도의 일방적 추진의 욕구가 짙게 배어나온다. 여기에 일반시민들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환경단체 사람들이 아닌 그야말로 일반 생활인들이다. 시민들은 일방적 관주도 사업방식을 비판하면서 민관협의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시민모임의 간사인 송재진씨는 "현장에 한번만이라도 와보면 체육시설 등 그간 제기된 방안들이 얼마나 문제가 많은 것인지 금방 알게 된다"고 말한다. 특히 장항습지가 있는 고양의 경우와 김포의 상황은 많이 다르다. 장항습지가 넉넉히 자리잡고 있는 고양에 비해 김포쪽으로 휘어져 들어간 강변은 세굴현상의 심각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신곡수중보의 한강물 방류지점이 김포쪽에 치우쳐 있는 탓이라는 게 김포쪽의 주장이다. 그 진위 여부야 전문가들의 검증이 더 필요한 사안이지만 김포쪽 강변 세굴현상에 대한 근본대책이 없이는 한강변을 대상으로 한 어떤 계획도 섣부른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다. 세굴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기본적으로 활용할 한강변 부지가 그리 많지 않다는 현실적 고민이 더욱 상황을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김포시청이 적극 검토하고 있는 신곡수중보의 하류이설계획은 더욱 문제를 심각하게 키우는 것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짚어볼 점은 김포에서 한강변 일대에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시네폴리스 사업이다. 수년째 지지부진한 모습을 못벗어나고 있는 시네폴리스 추진은 그 사업의 성사여부마저 현재 불투명한 상태다. 불확실한 사업을 전제로 해서 먼저 한강변에 손을 댄다는 것은 앞뒤가 바뀐 모습이다. 돌방구지의 재두루미 존재 등은 오랫동안 제기되어온 사안이라 여기에서는 논외로 치더라도 김포 한강변은 섣불리 손을 대거나 사람들이 점령해버릴 공간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철책이 제거됨으로써 한강하구는 예전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인간과 자연의 불안한 공존실험을 하게 되었다. 이 상황에서 사람들이 좀더 겸허하고 신중하게 한강변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 섣부른 삽질보다 합리적 해법이 나올 때까지 지혜를 모으며 넉넉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 자체도 대안 중 하나이다. 무엇보다도 철책제거에 앞서 우리 내부의 욕망의 시선을 제거하는 게 우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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