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야. 안녕?
누리와 얼굴을 마주보며 대화를 나눠본지도 꽤 여러날이 지났구나.
“아빠 얼굴을 거리에 붙어있는 사진으로밖에 볼 수 없으니 어떻게 된거야?”
엄마에게 누리가 했던 말이라며?
선거랍시고 밤늦게 들어갔다 새벽같이 나오다보니 누리에게 미안하기만 하구나.
아빠 많이 밉지? 엄마의 반대와 누리의 시큰둥한 표정을 뒤로하고 출마를 결심한 이후로 아빠는 어느 한순간 누리에게 빵점짜리 아빠가 되어버린 것 같구나.
하긴 ... 예전에 학원 일 할때도 밤낮과 주말이 따로 없었으니 그때나 지금이나 아빠는 누리에게 항상 미안하기만 하구나.
그래도 누리야....
아빠가 그렇게 바쁘고 바깥일로 나돌아 다녔던 이유도 결국 누리때문이라면 믿어줄런지 모르겠구나. 아빠가 겪었던 불합리하고 권위적이고 모순되고 남과 북이 갈라진 세상을 누리에게만은 물려줄 수 없었던 바램이 여기까지 아빠를 끌고 왔으니 말이야.
이제 얼마남지 않았구나.
친구들이 아빠 사진을 보고 누리에게 이것저것 물어본다며?
“너네 아빠 1번이던데 그럼 대통령이 된거야?”
“아냐, 우리 아빤 대통령이 아니고 시의원에 나선거래”
“그래도 1번이니까 1등할거구 그럼 대통령인거 맞잖아? 넌 좋겠다.”
“그게 아니래두. 우리 아빤 시의원에 나섰다니까.”
엄마에게 전해들었단다. 네가 친구들과 나눈 대화 한토막을 말야.
누리야.
이제 며칠후면 그래도 예전처럼 누리와 학교에 가끔씩은 손잡고 가고 누리 일기장에 답글도 달아주고 독후감 노트에다가 아빠의 소감도 달아주고 누리와 학교숙제도 같이하고 무엇보다 여행도 갈수 있고...... 그런 시간을 다시 만들어 보자꾸나.
아빠는 젊은 날에 목숨이라도 내던질 각오로 이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내달렸던 적이 있단다. 그때는 아빠의 한 목숨이라도 기꺼이 대의를 위해 내던질 각오였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용기도 안나고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그러한 방식이 100% 과연 옳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게 아빠의 솔직한 심정이다. 그냥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싶은 생각이 아빠를 사로잡는데 여전히 그게 잘 안되는구나.
자신의 이익과 주변의 이익을 일치시킬 수 있는, 혹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모습이 삶의 지혜가 아닌가 여겨지는게 아빠의 요즘 생각이란다.
아빠는 그런면에서 이기주의자가 아닌지 모르겠다. 아직도 사회의 어두운 구석에서 온몸을 내던지며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많고 또한 그러한 헌신적인 면이 세상을 밝게 해주는 요소인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아빠는 누리가 소중하고 우리 가정이 더 소중한 생각을 갖고 있으니 말야.
그래도 아빠는 젊은 날에 갖고 있었던 열정의 10분의 1정도는 여전히 갖고 싶구나. 그리고 그러한 열정의 한 부분을 누리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을 리모델링하고 디자인 하는데 쓰고 싶구나.
누리에게 물려줄 재산도 빽도, 여타의 특별한 것도 없는 아빠가 유일하게 물려줄 수 있는 것은 누리가 노력한 것만큼 정당한 댓가를 받는 세상을 만드는데 한 역할을 하는 것 뿐이라 생각한다.
새벽에 아빠가 나오면서 누리의 볼에 뽀뽀 했던거 아니?
그냥 쌔근쌔근 웃으면서 자더구나.
아빠가 밉더라도 아빠 조금만 더 봐줄래? 이왕 누리에게 찍힌거 조금만 더 미움받을거다.
그때까지 엄마 잘 지켜주고.... 엄마가 다른분들에게 전화걸고 문자날리는 것도 좀 도와주렴. 알았지?
이만 줄일게. 사랑한다.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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