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및 논평

아파트 숲에 울려 퍼진 ‘대~한민국!’

김포대두 정왕룡 2006. 6. 14. 16:28
아파트 숲에 울려 퍼진 ‘대~한민국!’
풍무동 월드 아파트 월드컵 응원전 관람기

 

정왕룡 시민기자 kd6010@hanmail.net

 

   
“오늘 밤 어디에서 응원하실 건가요?”
토고전 월드컵 경기가 열리던 12일 낮, 점심약속차 만난 분에게서 질문을 받았을 때 선뜻 대답하기가 망설여졌습니다. 지나오다 보니 사우동 문화체육광장에서는 멀티비전 설치 등 응원준비가 한창이었습니다. TV를 통해 들려오는 서울시청앞, 상암월드컵 구장 등의 야외응원전도 다채로운 사전프로그램과 함께 볼거리가 대단해 보였습니다.

 

“그래도 우리 동네주민들과 함께 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분의 질문에 대답을 하는 순간 아파트 입주자 회장님과 부녀회장님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아파트 광장 내에 야외중계 프로그램을 계획했지만 시설 설치비도 만만치 않았고 주민들의 호응여부도 걱정이 되시는 듯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우동은 물론이고 상암경기장만해도 차량으로 30분 정도면 갈 거리인데 주민들이 얼마나 참석해줄지 선뜻 감이 안 잡히는 상황이었습니다.

 

“카메라를 빨리 가져오소. 우리 주민들 참 대단허데이!”
바깥일을 마치고 약간 늦은 시각에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는데 윤석호 입주자회장님의 흥분된 전화목소리가 걸쭉한 경상도 억양에 실려 들려왔습니다. 아파트 단지 내에 들어서니 이미 주변 풍경은 프랑크푸르트를 옮겨다 놓은 모습이었습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광장주변을 가득 메운 주민들의 붉은색 옷이 전광판 불빛에 반사되어 파도처럼 물결치고 있었습니다.

 

   

“50만원에 모든 것을 다 해결했는데 우리 능력 어떤가요? 의원님?”
“아직 임기시작도 안했는데 의원은 무슨 의원이에요. 하여튼 대단하십니다.”


부녀회 임원분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역시 살림살이 솜씨는 주부들을 당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수백만원에 달하는 장비대여료를 해결할 수가 없어서 많은 고민에 빠졌던 준비과정을 생생하게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게임 관전을 안하고 이렇게 음식만 판매하면 답답하지 않으세요?”
“주민들 함성소리로 다 게임상황을 알 수 있어요. 나중에 녹화로 보면 되고요. 그나저나 준비된 음식을 다 팔아야 하는데 도와주기로 하신 동대표님들 다 어디 계신담?”


길 한쪽에 부녀회에서 설치한 야시장은  그야말로 잔치분위기입니다. 음식판매량을 걱정하시는 부녀회원님들의 목소리에는 ‘그래도 무언가 해냈다’는 자부심이 배어있습니다.

갑자기 안타까움이 묻어나오는 탄식소리가 한꺼번에 들립니다. 토고에 한골을 먼저 빼앗겨 버린 것입니다. 그래도 “대~한민국” 함성소리는 그치지 않습니다. 전반전이 끝났을 때 광장은 다시 한 번 술렁입니다. 화장실 갔다 오는 사람, 늦게 합류한 주민들, 장터에서 가져온 음식을 안주삼아 즉석 친목회를 여는 분들…….아예 돗자리에 이불을 덮어쓰고 밤하늘을 쳐다보며 잠시 꿈나라에 빠져든 자매들도 보입니다.

   

 

“안정환은 왠지 믿음이 안가는데…….” “그래도 두고 봐, 한방을 날리는 친구니까!”
“한골 더 먹으면 그냥 집으로 들어가 버릴껴”
“이 친구야. 얼마 만에 만난 건데 그런  소리를 하남? 자 한 잔 받어”


후반전 교체되어 들어 온 안정환 선수에 대해 나름대로 의견교환을 하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이런 염려를 멀리 독일에서 듣기라도 한듯 이천수 선수의 동점골에 연이어 안정환 선수의 역전골이 터졌을 땐 아파트 전체가 떠나갈 듯 함성이 천지를 진동시킵니다.

역시 우리민족은 흥겨움과 신바람이 있어야 하나 봅니다.


몇달 전부터 밤낮으로 재탕삼탕 들려오는 ‘월드컵’ 소식에 짜증이 나기도 했건만 오늘의 게임은 그러한 짜증을 한방에 날려버리는 흥미진진한 한편의 드라마였습니다.  안방에 앉아서 보아도 될 게임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길거리에 쏟아져 나와 함께 응원하는 모습엔 반만년간 내려오는 공동체 집단 놀이문화의 신명이 녹아있는 듯하다.

아파트 생활의 특성상 가까운 이웃이라 하더라도 좀처럼 얼굴을 마주보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월드컵 축구대회’는 서로간의 벽을 허무는 공동체 정서복원의 순기능 역할도 해주고 있음을 목격하게 됩니다.

‘대~한민국!’의 구호엔 ‘이웃’이란 두 글자가 함께 녹아있습니다.

   
   

 

 

입력 : 2006년 06월 14일 12:47:48 / 수정 : 2006년 06월 14일 12:4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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