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보호냐, 사유재산권 보호냐.
향토유적 보호위원회에 처음으로 참여하였습니다.
시의원들이 나누어 배정받는 시 산하 수십개 위원회중 역사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위원회에 자원해서 들어갔습니다.
김통 부시장님이 위원장으로 있고 문화체육과에서 실무를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시청상황실에서 향토유적지 지정대상물인 4가지 유적지에 대해 간단한 자료설명이 있은 다음 현지시찰을 위해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월곶 군하리에 있는 건축물은 ‘조선시대 관아객사’로 추정되는 건축물이었습니다. 바로 옆에 통진관아가 있었고 인근에 통진향교도 있는 것으로 보아 정확한 문헌기록은 없지만 건물의 생김새가 고풍스러움이 잔뜩 배어나왔습니다.
다음으로 마송에 있는 ‘재실’에 들렀습니다.
주공이 택지개발을 위해 이미 매입해 놓았지만 지역주민들로부터 보존가치의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곳이라고 했습니다. 앞서 들러보았던 건물에 비해 보존상태도 양호했습니다. 문제는 ‘재실’이라는 특성탓에 다른지역으로 옮길시 바로 인접해 있는 무덤들과의 연관성이 약화되어 보존가치가 약화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다음에 들른 곳이 눌재 양성지 선생, 묘역과 신도비, 그리고 사당이었습니다. 남원 양씨 문중분들이 미리와서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여말선초 시대의 과도기적 양식이 남아있는 비석머리부분의 연꽃양식, 문인석의 모양, 그리고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신도비의 특징등 경기도 전문위원인 양윤식, 이경미 위원의 설명은 역사적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하고도 남았습니다.
“김포는 한강하구를 끼고 있어 천혜의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게 잘 활용이 안되는 것 같아요.”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양윤식 위원이 한 말이었습니다.
“영정제작분야에도 인간문화재분이 있나요?”
약 10여년전에 지어졌다는 양성지 사당 신옥이 경복궁 중건을 담당하고 있는 우리나라 최고의 인간문화재 목수선생께서 지어서 문화재가치로서 손색이 없다는 설명에 호기심 많은 제가 질문을 던졌습니다.
“영정분야는 아직 인간문화재로 지정된 분이 없습니다.”
“아주 오래된 분들의 영정제작은 어떻게하죠?”
“우선 인물됨을 묘사하는 기록을 찾고요. 그도 없으면 후손들의 관상을 참조하여 그립니다.”
영정 초상화를 그리는데 후손들의 관상까지 참조한다는 설명이 참 신기했습니다.
다시 시청으로 돌아와서 마무리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알고보니 본론은 지금부터였습니다.
양성지 선생 유적지 두 대상지는 향토문화유적으로 지정되는데 별 이견이 없었습니다.
마송의 택지개발 지구내 한옥재실은 주공측에 ‘인근에 역사공원을 조성해 옮겨줄 것을 건의’하기로 하였습니다. 원소유주 측에서 자비를 들여 옮길 의사가 있다고 했으나 묘역에서 상당히 떨어지면 보존가치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인근에 역사공원 조성을 건의해보기로 했습니다.
가장 논란이 되었던 곳은 처음 들렀던 통진 군하리 ‘조선시대 객사’로 추정되는 한옥이었습니다.
현재 강화에 거주하는 한의사분이 소유주로 되어있는 대상건물을 향토유적지로 지정하면 재산권 행사를 가로막을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었습니다. 하지만 두 전문위원 중심으로 문헌고증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건축물 양식으로 보아 충분히 보존가치가 있는 것이기에 시청의 좀더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시청에서는 건물주와 토지매입을 위한 협의를 우선 진행하고 두 전문위원은 문헌기록과 조사를 더해서 향토유적지 지정요건과 논리를 보완한뒤 지정여부 결정 모임을 빠른시일내에 다시 갖기로 하고 회의를 종결하였습니다.
균형감있게 핵심을 잘짚으면서 회의를 주재하신 김통 부시장님의 진행솜씨가 돋보이는 자리였습니다. 양윤식, 이경미 경기도 전문위원, 이하준 카톨릭대 교수님의 전문적 안목과 의견제기는 회의의 자리를 풍성하고 유익하게 했던 것 같습니다.
행사를 준비한 문화체육과 분들의 수고도 기억됩니다.
“문화재청장도 자기 소유물을 유적으로 지정해 재산권행사를 가로막는다면 머리띠 두르고 시위할거다”
이경미 위원이 문화재 지정의 고충을 설명하면서 그 분야에서 회자되는 이야기 한토막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문화재의 공익적 성격을 소홀히 한다면 후손들에게 우리가 무슨소리를 듣겠냐는 말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때라면 이런 논의 자체가 불필요 했을것입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합리적으로 나아가는 자그마한 조짐으로 해석된 하루의 행사였습니다.
개인의 사유재산을 보호하면서도 문화재의 공익적 가치를 함께 고려하는 문제를 깊이 고민할 정도로 우리 사회의 성숙도가 깊어감을 보게된 시간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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