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촌면 이장단 월례 협의회가 22일 오전 11시에 면사무소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추수기에 진행되는 회의인 만큼 그에 관한 사항들이 많이 논의되었습니다. 시의원 발언시간에 지난주 진행되었던 임시회의에서 논의통과된 지역정비 사업에 관한 설명을 드렸습니다.
아울러 전철건설추진에 대한 시정질의, 도시개발 공사 설립안 통과에 대한 설명도 함께 드렸습니다.
그런데 회의가 끝나는가 싶더니 면사무소 직원의 안내로 여성 두분이 들어와서 황급히 모니터를 설치하는 것이었습니다. 옆 탁자에는 건강식품으로 보이는 상품이 진열되기 시작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탈북자들로서 북한 민주화 동맹 소속 회원이고 자유북한방송 업무에 종사하는......”
설명을 들어보니 탈북자들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자유북한 방송 기금 모금을 위해 ‘천마’라는 건강식품 판매를 홍보하러 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설명이 진행되는 동안 장내 분위기를 살펴보니 많은 이장님들이 심드렁한 표정이었고 농촌의 정서상 손님에 대한 예우를 마지못해 해주려고 자리에 앉아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나도 천마를 재배해봐서 잘 아는데요. 그냥 가격만 얘기해 주시고 빨리 끝내주세요. 점심먹고 들에 일하러 나가야 하거든요.”
설명이 길어지자 이장님 한분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저희들도 먹고 살아야지 않습니까. 저는 월남도중 남편이 적발되어 총살되었습니다. 제발 좀 도와주세요.”
서두에는 자유북한방송 기금모금이라 취지를 설명했는데 도중에 생활고를 호소하는 방향으로 말이 바뀌어 버렸습니다.
옆자리에 앉은 면장님이 저의 굳어진 표정을 읽었는지 슬며시 책자를 내밉니다.
앞에서 설명하는 분들이 갖고 온 것인데 그분들이 소속되어 있는 ‘북한 민주화 동맹’이라는 단체에서 발간한 책자입니다.
‘눈과 귀가 막혀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독재와 굶주림으로 고통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섬찟한 글귀들이 눈을 자극합니다.
김영삼, 황장엽, 조갑제, 이동복, 이철승등 낯익은 이름들이 등장합니다.
YS 이 양반, 진짜 여기저기 안끼는데 없습니다. 이동복씨는 황장엽씨를 민주주의의 선생으로 예찬합니다. 가관인 것은 보수세력의 대표적 논객이라 일컬어지는 조갑제씨의 글이었습니다.
‘신하가 왕을 만나고 있는 듯한 김대중씨의 (재)방북’
‘김대중씨 때문에 지금 대한민국은 치욕을 당하고 있다.’
얼마전에 추진되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북한 재방북에 대해 신랄하게 비난하고 있습니다.
김영삼씨에게 붙여주는 ‘전직 대통령’이라는 호칭이 ‘김대중씨’라는 말에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아마도 ‘씨’라는 호칭도 억지로 붙이지 않았나 추측해 봅니다.
“예전과 다르게 이젠 정부에서 안도와 주나봐요.”
“???????”
각 읍면동별로 이런 설명회를 자주 하느냐고 여쭈어 봤더니 면장님이 대답하다가 한마디 덧붙이셨습니다. 공적인 자리에 이런 성격의 설명회를 허용한 점에 대해 강력히 따져 물으려다 분위기가 격앙될까봐 자제를 하였습니다.
“어쩌겠습니까. 먹고 살아야 하는데....”
서둘러 모임이 정리되고 빠져나오는데 설명을 진행하던 아주머니 한분이 했던 말이 두고 두고 귓전을 때립니다.
‘민족화해, 평화통일’ 보다는 ‘대북적대, 반공통일’이 우선시되는 정서가 아직도 기초단위에서는 힘을 발휘하고 있는 현실이 씁쓸하게 느껴진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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