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및 논평

노인의 날, 점심을 세 번 먹다.

김포대두 정왕룡 2006. 10. 6. 20:47
 

***노인의 날, 점심을 세 번 먹다.***


10월 2일, 공설운동장에서 노인의 날 기념행사 및 체육대회가 있었습니다.

유정복 국회의원, 강경구 시장을 비롯한 지역유지분들이 대거 참여하였습니다. 웬만한 지역행사에는 시의원 정도라면 일일이 소개하던데 이날은 한묶음으로 일괄적 소개를 하는 것을 보니 내빈들이 많은 것을 실감하였습니다.


표창장, 감사패 수여, 그리고 내빈 축사등의 순서가 상당히 긴 시간동안 진행되었습니다.

어르신들의 불편함을 의식해서인지 발언 순서를 맡으신 분들이 여느 자리와 달리 비교적 짧게 연설을 하고 내려가셨습니다. 그래도 힘에 겨운지 뙤약볕 아래 앉아계신 어른들중 많은 분들이 도중에 자리를 이탈하여 지역별 천막쪽으로 가셨습니다.


‘우리는 조국 근대화를 일구어낸 주역으로서 무한한 긍지를 느끼며....’

발언때 자주 등장하는 ‘근대화 주역’이라는 단어가 기억에 남습니다. 식민지, 전쟁, 보릿고개, 산업화등을 거치면서 사선을 뚫고 살아오신 분들이, 이제 황혼을 바라보면서 ‘삶의 여유’를 즐길 공간을 찾지못한 채 한켠으로 밀려나 있는 데에 대한 쓸쓸함이 묻어납니다.

2세, 3세들에게 ‘우리가 아니었으면 너희들이 존재하지 않았을 텐데....’라고 외치는 소리없는 아우성이 들리는 듯 했습니다.


본 행사가 끝난뒤 강경구 시장, 그리고 다른 시의원분들과 함께 각 읍,면,동별로 설치되어 있는 천막을 순회하며 인사를 드렸습니다.  다른 시의원분들이야 다들 김포를 고향으로 두신 분들이라 어르신들과 인사를 나누기에 정신없었지만 저는 낯이 익은 분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마주치는 분들마다 손을 내밀며 “김포시의원 000입니다”라고 웃으며 인사드리면 따뜻하게 맞이해 주십니다.


“이렇게 행사때마다 챙기니 참 부지런하기도 해”

고촌면 이장님중 한분이 웃으며 말씀하십니다. 이제는 여러번 뵈었던 탓에 그래도 지역구 분들이 더 친근감이 드는건 어쩔수 없나 봅니다.


“다른 곳 가지말고 우리쪽에 와서 식사하셔야 해요.”

신임 사우동장님이 나지막히 말씀하십니다.


“정의원, 표정이 갈수록 밝아지는 것 같아. 자신감이 느껴져 보기좋아”

풍무동 지역에 들렀을때 한 어르신이 등을 두드리시며 격려를 해주십니다.


“정의원, 나는 시장보다도 당신보는게 더 기분이 좋아.”

통장님 한 분이 조용히 다가오시더니 귓속말로 속삭이십니다.


운동장에선 각종 민속공연등 아직 본행사가 한창인데 바깥으로 나와보니 여기저기 지역별로배정된 구역에서 벌써  점심준비가 거의 완료되고 돗자리마다 술잔이 오가고 있었습니다.

각 지역마다 ‘새마을 부녀회원’분들이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지역 봉사활동 자리라면 꼭 빠지지 않고 챙겨주시는 분들입니다.


시청에 잠시 올라갔다 다시 내려와보니 이미 여기저기서 술판이 벌어지며 잔치분위기로 흥청거립니다. 사우동 지역에 먼저 들렀더니 국밥 한그릇을 말아주십니다. 신임 동장 및 조성춘 과장과 담소를 나눈 뒤 고촌지역에 들렀습니다. 전에 면장을 하셨던 전종익 주택과장님이 와 계시길래 합석을 했는데 이장님 두분이 옆에 앉으시며 그린벨트 해제건등 민원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전에 국회의원 의정 보고회때 이야기 하려 했더니 나에겐 발언순서가 안오더라구. 정의원 당신이 이건 꼭 챙겨야 해.”

“시의원이 그렇게 큰 힘은 없지만 꼭 체크해놓겠습니다.”


“정의원, 주민들과 사귈려면 술을 배워야 해. 마시기 부담스러우면 먼저 먹고 취해버리라구. 그러면 사람들이 더이상 안 권하는 대신 마음의 벽을 허물게 돼. 단 겉으로만 취해야 돼. 정신 잃으면 안돼”

“네, 알겠습니다.”


“이장님, 정의원 식사 할 시간 좀 주세요.”

이미 사우동에서 밥을 먹고 온탓에, 이장님 말씀도 들을 겸, 천천히 숟갈을 들고 있는데 전종익 주택과장님이 밥을 듬뿍떠서 국에 말아주며 부지런히 식사를 권합니다.


낮술에 뻘개진 얼굴로 풍무동 지역으로 이동했는데 ‘왜 이제사 왔느냐’며 술과 국밥이 또 나옵니다. 어르신들이 여기저기서 술을 권하며 따뜻한 말씀을 쏟아내십니다.


“정의원 많이 힘들지? 힘들면 이야기 해, 내가 강시장과 유의원에게 직접 이야기해줄 수도 있어.” “그래도 시의원 한명, 제대로 뽑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거 당신 알고 있어?”


배는 묵직했지만 훈훈한 기분으로 오후 2시에 잡혀 있는 ‘신도시 설명회’ 참석 때문에 양해를 구하고 먼저 자리를 떴습니다. 의회 사무실에 올라오다 먼저 오신 이영우 의원과 마주쳤는데 “지역분들 인사 다 드렸냐”고 물어오십니다.

“아이구, 점심을 세번 먹었어요.” 라고 말씀드렸더니 무슨 말인지 다 안다는 듯 웃으십니다.


이날만은 기초의원 선거구를 광역화시킨 분들이 원망스러운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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